PNC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생애 첫 홀인원에 성공한 아들 찰리를 끌어안고 기뻐하는 타이거 우즈(왼쪽).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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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인원을 확인할 때까지 미칠 지경이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짜릿한 일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82승을 거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잇몸까지 드러날 정도로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5년 연속 출전한 '가족 골프대회' PNC 챔피언십 우승은 연장전 패배로 무산이 됐지만 '아버지' 우즈는 '아들' 찰리의 생애 첫 홀인원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PGA 투어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할 때나 홀인원을 해도 힘찬 포효에 그쳤던 우즈에게 볼 수 없었던 감격에 겨운 모습이었다.
2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리츠칼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PGA 투어 챔피언스의 이벤트 대회인 PNC 챔피언십 최종일 2라운드. 우즈와 찰리는 이글(홀인원) 하나와 버디 13개를 잡는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합계 28언더파 116타를 기록한 우즈·찰리는 베른하르트 랑거(독일)·제이슨 랑거와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돌입했다. 2021년 준우승의 아픔을 날릴 기회. 하지만 랑거가 5m 이글을 성공시키며 승부는 그대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우즈 표정에는 아쉬움보다 즐거움과 미소가 가득했다. 찰리가 4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156야드 지점에 마련된 티잉 에어리어에서 7번 아이언으로 친 티샷은 홀 1.8m 앞쪽에 떨어진 뒤 굴러 홀 속으로 사라졌다. 홀을 에워싼 수많은 갤러리가 함성을 질렀고, 찰리는 카메라를 보며 "들어갔어요?"라고 물었다.
이내 홀인원을 확신한 우즈는 찰리를 끌어안으며 힘차게 포옹했다. '아빠' 우즈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찰리와 하이파이브를 했고 힘차게 안기를 반복하며 기쁨을 이어갔다. 찰리는 "아빠가 거기에 있어서 정말 좋았다. 정말 재미있었다. 물론 볼이 들어가는 걸 본 적이 없어서 짜증 나지만 괜찮다"며 웃어 보였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우즈에게는 여운이 남아 있었다. "'아들의 홀인원'은 우리가 경험한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찰리의 생애 첫 홀인원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 뒤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물론 둘 사이에 농담도 빠질 수 없었다. 우즈는 찰리에게 "네가 사"라며 도발했다. 보통 홀인원을 기록한 사람이 동반자들에게 한턱을 내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다. 이에 찰리는 "망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가족과 함께하기 위해 지난 9월 일찌감치 허리 수술을 받고 재활을 이어온 우즈. 그에게 가족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5년 연속으로 아이들과 함께 PNC 챔피언십에 나온 이유이기도 했다. 우즈는 "찰리는 첫 홀인원을 기록했고, 딸 샘이 캐디로 나섰다. 필드에는 우리 가족과 친구들뿐이었다"고 말한 뒤 "이 대회의 의미는 바로 유대감과 가족"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아무도 실수하지 않았다. 랑거 가문에 경의를 표한다. 그들은 놀라울 정도로 잘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PNC 챔피언십 연장전 끝에 우승해 챔피언 벨트를 들고 있는 베른하르트 랑거(왼쪽)와 막내아들 제이슨.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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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가 아이들과 함께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든 가운데 67세 '시니어 골프 전설' 랑거는 이 대회 통산 6번째 우승이자 2연패에 성공했다. 특히 앞선 두 번은 첫째 스테판과 이뤄냈고 이후 네 번은 막내 제이슨과 함께 역사를 썼다. 이날 프로골퍼급 실력을 보인 제이슨은 뉴욕 금융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눈길을 끌었다. 랑거도 이날 우즈와 찰리 모습에 감명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들은 정말 훌륭한 경쟁자이자 훌륭한 인간이다. 그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는 건 즐거웠다"며 "우즈가 그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환상적인 순간이었고, 우리가 그 일부가 돼서 설렘을 느꼈다"고 말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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