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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승격 실패에도 팬들 박수… “내년엔 승격의 꿈 이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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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K리그2 서울 이랜드 감독

올 시즌 부임후 ‘공격축구’로 팀컬러 쇄신… 리그 3위 최고 성적에 관중도 40% 늘어

“선수들 승강PO 치르며 성장, 실패 아냐… 1부 팀처럼 탄탄한 전력 갖추는게 목표”

동아일보

서울 이랜드 선수들이 8일 전북과의 승강 플레이오프(PO)에서 패한 뒤 다음 시즌에 선전할 것을 다짐하며 팬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다. 이랜드 팬들은 관중석에서 ‘덕분에 한 해 동안 행복했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보였다. 전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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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한 해 동안 행복했습니다.’

프로축구 K리그2(2부 리그) 서울 이랜드의 팬들은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서 이런 글이 적힌 현수막을 펼쳐 보였다. 이랜드가 K리그1(1부 리그) 전북과의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 방문경기에서 1-2로 패해 1, 2차전 합계 2-4로 승격에 실패한 뒤였다. 2014년 창단한 이랜드가 승강 PO까지 오른 건 올해가 처음이었다. 이랜드 팬들
이 꺼내든 현수막 중 하나엔 ‘고개 들자. 새로운 역사를 쓴 그대여’라고 적혀 있었다. 김도균 이랜드 감독(47)은 최근 통화에서 “현수막을 보고 (팬들이) 고마우면서도 승격하지 못한 게 미안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팀 창단 후 최고 성적인 2부 리그 3위를 한 이랜드는 승강 PO에서 1부 리그 최다(9회) 우승팀 전북을 상대로 선전했다. 전북은 1부 리그 10위를 해 승강 PO를 치렀다. 승강 PO 1차전에서 1-2로 진 이랜드는 2차전 전반전에 선제골을 넣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랜드는 후반전에 두 골을 내주며 역전패했다. 김 감독은 “전반전까지는 경기가 계획대로 잘 흘러갔기 때문에 결과가 아쉽다. 하지만 선수들은 전력이 많이 앞선 전북을 몰아붙인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랜드는 지난 시즌 2부 리그 13개 팀 중 11위에 그치는 등 중하위권으로 시즌을 마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올 시즌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엔 강력한 공격력을 뽐내며 승강 PO에 올랐다. 올 시즌 이랜드는 36경기에서 62골을 넣어 2부 리그 팀 득점 1위에 올랐다. 화끈한 공격 축구를 펼친 이랜드는 올해 안방경기 누적 관중이 9만1497명으로 전년 대비 약 40.5% 증가했다. 김 감독은 “2부 리그 2, 3등도 꿈꾸지 못할 정도로 패배감에 젖어 있던 선수들이 승강 PO까지 치르며 성장했기 때문에 올 시즌을 실패라고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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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2(2부 리그) 서울 이랜드의 지휘봉을 잡은 김도균 감독은 팀을 창단 후 처음으로 승강 플레이오프(PO)에 올려놨다. 이랜드는 승강 PO에서 K리그1(1부 리그) 전북에 패해 1부 리그 승격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서울 이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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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1부 리그 경험이 많은 김오규(35)와 오스마르(36·스페인) 등을 영입한 것도 효과를 봤다고 했다. 김오규는 1부 리그 통산 285경기, 오스마르는 통산 282경기에 출전했다. 김오규와 오스마르는 각각 1부 리그 제주와 FC서울에서 주장 완장을 찬 적이 있는 선수들이다. 김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이 경기장 안팎에서 모범적인 모습으로 후배들을 잘 이끌어준 덕에 팀이 전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스마르는 승강 PO가 끝난 뒤 “우리가 지금과 같은 정신력을 유지한다면 전북과 같은 빅클럽과 언제든 당당히 맞서 싸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랜드를 맡기 전엔 수원FC를 지휘했다. 그는 2020년엔 2부 리그 팀이던 수원FC를 1부 리그로 승격시켰다. 지난해엔 2부 리그 부산과의 승강 PO에서 승리해 수원FC를 1부 리그에 살아남게 했다. 김 감독은 ‘1부 리그 잔류와 승격 중 어떤 게 더 힘든 일인가’라는 질문에 “승격이 힘들다. 아무리 승강 PO까지 내몰려도 1부 리그 팀이 가진 힘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엔 이랜드를 1부 리그 팀 못지않은 탄탄한 전력을 갖춘 팀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그래야 승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과거 수원FC에서 승격과 잔류를 경험했을 때 두 번 모두 눈물을 흘렸다. 김 감독은 “올해 선수들이 (승격에 실패해) 우는 걸 보면서 나도 울컥했지만, 눈물이 나오려는 걸 꾹 참았다. 내년에 승격의 꿈을 이뤄낸 뒤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싶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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