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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조상우마저' 영광의 목동 시대, 주역들이 모두 떠났다…리빌딩 실속 챙겼지만, '원클럽맨' 낭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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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조형래 기자] ‘히어로즈’의 이름으로 다크호스이자 강자의 이미지를 구축한 시기는 2010년대 초중반이었다. 이때 히어로즈는 목동야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었다. 모기업 없이 네이밍 스폰서로 구단을 운영하는 히어로즈의 당시 팀명은 넥센 히어로즈였다.

이때 히어로즈는 무시무시했다. 타선은 이택근 박병호 강정호 서건창 유한준 김민성 박동원 등 신구 조화가 잘 이뤄지면서 불을 뿜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진이 다소 아쉬웠지만 마무리 손승락과 필승조 한현희 조상우의 막강한 뒷문을 바탕으로 경기 후반에 힘을 집중시켰다.

2013년 4위, 2014년 2위, 2015년 4위, 2016년 3위 등 정규시즌의 호성적을 바탕으로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이 영광을 목동에서 함께했다. 특히 2014년에는 한국시리즈까지 올라 삼성과 호각세 승부를 펼쳤지만 끝내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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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즈 구단 역사의 시작이자 아픔도 묻어 있는 곳, 그러면서 영광의 시간까지 함께한 곳이었다. 2017년부터는 현재의 고척스카이돔으로 홈구장을 옮기고 또 네이밍 스폰서도 키움 증권으로 바뀌며 키움 히어로즈로 구단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과거의 기억들이 흐릿해지면서, 영광을 함께했던 주역들은 하나둘 씩 떠나기 시작했다. 프리에이전트(FA), 해외 진출, 트레이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팀을 떠났다. 모기업이 없는 구단 특성상 구단 운영비를 마련하고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방안이었다. 실제로 강정호와 박병호는 포스팅으로 미국 메이저리그로 떠나며 적지 않은 이적료를 구단에 안기며 숨통이 트이게 했다. 다만 ‘원클럽맨’과 ‘영구결번’이라는 팬들의 낭만과 충성심을 만족시키기는 힘들었다. 박병호와 강정호 유한준 등 만약 끝까지 구단에 남아있었다면 반박의 여지가 없는 영구결번감의 선수들이었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목동 시대’의 주역도 결국 떠났다. 키움 히어로즈는 19일 KIA 타이거즈와의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구단의 대표 불펜 투수였던 조상우를 내주고 2026 신인드래프트 지명권 1라운드와 4라운드, 그리고 현금 10억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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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우는 대전고를 졸업하고 201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지명된 특급 유망주였다. 이듬해인 2014년부부터 1군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 48경기 6승 2패 11홀드 평균자책점 2.47의 성적으로 연착륙에 성공했다. 2015년에는 70경기 8승 5패 5세이브 19홀드 평균자책점 3.09의 성적을 거뒀다. 이 해 홀드 3위를 기록했다. 한현희 손승락과 함께 뒷문을 책임지는 수호신 격의 선수로 히어로즈 영광의 시대 서막을 열었다.

이후 다른 선수들이 모두 떠났지만 조상우는 구단에 계속 남아있었다. 개인사 문제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까지 마치는 등 여러 이유가 겹친 것도 이유가 있었지만 조상우는 이후 어려지는 선수단 상황에서도 경험 많은 베테랑 축에 속하며 뒷문을 계속 책임졌다.

그러나 결국 조상우도 트레이드의 시간을 피하지 못했다. 키움은 리빌딩의 의지를 다지면서 올해 시즌 도중부터 조상우를 트레이드 매물로 내놓았다. KIA도 이때 조상우를 영입하기 위해 작업을 시작했지만 영입하지 않았다. 대신 시즌이 끝난 뒤 필승조 장현식이 LG 트윈스로 떠나면서 불펜진 공백이 생기자 다시 접근, 영입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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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입장에서는 다시 한 번 핵심 선수로 미래를 도모하는 신인 지명권을 획득했다. 고형욱 단장은 “결국에는 선택의 문제인 것 같다. 리빌딩 과정에서 이렇게 과감한 선택을 하지 않으면 리빌딩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된다. 그것 때문에 이렇게 과감하게 트레이드를 진행하게 됐다. 당장 내년에는 조금 힘들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그동안 좋은 선수들을 많이 모아놨다. 그 선수들을 잘 활용하려면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필요도 있었다”라고 조상우를 트레이드한 배경을 설명했다.

키움은 2024 신인드래프트부터 본격적인 지명권 트레이드를 시작했다. 2023시즌 도중, 선발 투수 최원태를 내주면서 외야수 이주형, 투수 김동규, 그리고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아왔다. 시즌을 앞두고는 KIA에 포수 주효상을 내주고 2라운드 지명권을 받아왔다. 그리고 삼성과는 투수 김태훈을 주고 베테랑 내야수 이원석과 3라운드 지명권을 획득했다. 이해 상위 3라운드에서 키움은 총6명의 신인들을 수집했다.

2025 신인드래프트도 마찬가지. 베테랑 포수 이지영을 사인 앤 트레이드로 SSG 랜더스에 보내는 대신 3라운드 지명권을 획득했고 내야수 김휘집을 NC 다이노스에 트레이드 시키면서 1라운드, 3라운드 지명권을 얻었다. 역시 상위 3라운드 동안 6명의 신인이 왔다.

납득 가는 트레이드라고 볼 수도 있지만, 키움은 노골적으로 신인 지명권 수집에 열을 올렸다. 혹자들은 ‘탱킹’이라 부르는 리빌딩 모드에 돌입하며 2026년 에이스 안우진이 돌아올 시즌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히어로즈’ 역사에 원클럽맨, 그리고 영구결번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없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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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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