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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일본의 보물, 오타니-다르빗슈 후배 되는 거 아니었나… ‘악의 제국’ 하이재킹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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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4-2025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최대어는 단연 후안 소토였다. 그런 소토는 일찌감치 행선지를 확정했다. 뉴욕의 두 구단(양키스·메츠)가 소토 영입전에 뛰어든 가운데 소토는 원 소속팀 양키스보다 조금 더 나은 제안을 한 메츠의 손을 잡았다. 15년 총액 7억6500만 달러, 약 1조1086억 원의 메이저리그 역대 최대 규모 계약에 사인했다.

소토를 필두로 대어급 FA 선수들이 하나둘씩 계약에 이르는 가운데, 또 하나 관심을 모으는 선수는 역시 사사키 로키(23)다. 2022년 일본프로야구 역사상 최연소 퍼펙트 게임을 달성하면서 ‘레이와 시대의 괴물’이라는 현란한 타이틀을 얻은 사사키는 2024년 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허락받았다. 이 과정부터가 큰 화제였다. 2023년 시즌 뒤에도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밝혔다 구단 및 여론의 질타를 받고 슬그머니 물러선 사사키는 2024년 시즌 뒤에도 다시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고 결국 원 소속팀 지바 롯데의 허가를 받았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일반적인 포스팅과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사사키는 만 23세다. 해외의 만 25세 이하 선수는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해야 한다. 각 구단들이 가진 국제 선수 영입 보너스 풀 내에서 계약해야 한다. 구단마다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대략적으로 많이 동원해야 500~600만 달러 수준이다. 즉, 사사키 영입전은 돈이 문제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이 모두 베팅할 수 있다. 사사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포스팅 절차를 시작한 사사키는 1월 24일까지 계약을 해야 한다. 일단 탐색전을 거쳐 다음 달부터는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그 구단들과 미팅에 들어갈 전망이다. 1월 16일부터 국제 계약 보너스 풀이 초기화되는 만큼 계약은 이 시점에 윤곽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당장 사사키 측이 ‘갑’이다. 구단들과 프리젠테이션 일정을 잡고 있다. 구단들은 사사키에게 최대한 좋은 청사진을 제시해 설득해야 한다. 선택은 사사키의 몫이다.

어차피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대동소이한 만큼 돈보다는 사사키에게 최대한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사사키의 에이전트인 조엘 울프 또한 사사키가 꼭 빅마켓 클럽이 아닌, 스몰마켓 클럽으로 갈 수도 있다면서 여지를 열었다. 2018년 시즌을 앞두고 같은 절차를 거친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또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프리젠테이션을 거쳐 투·타 겸업을 보장한 LA 에인절스의 손을 잡았다.

현지에서 예상하는 가장 유력한 후보지는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는 19일 사사키의 행선지를 알아보는 칼럼에서 메이저리그 구단 관계자 20명을 설문했다. 20명 중 11명이 LA 다저스행을 예상했고, 7명은 샌디에이고행을 전망했다. 두 팀 모두 사사키에 대한 관심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두 팀은 일본 및 아시아 야구와 친한 팀이다. 다저스는 일본 야구의 선구자 중 하나인 노모 히데오가 활약했고, 이후에도 많은 일본인 선수들이 거쳤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는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동시에 쓸어 담으며 두 선수에게만 총액 10억 달러 이상을 썼다. 다저스 구단 스카우트는 지난 몇 년간 사사키를 꾸준하게 관찰해왔다. 사사키가 등판하는 날 ‘개근’한 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샌디에이고 또한 일본인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인 다르빗슈 유, 그리고 좌완 불펜 자원인 마쓰이 유키가 뛰고 있다. 노모가 구단 자문을 맡기도 하는 등 아시아 야구와 계속 접점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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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지역, 캘리포니아는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이기도 하고 현지 적응이 비교적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오타니 또한 메이저리그 경력 첫 팀으로 LA 에인절스를 선택하기도 했다. 여기에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선배들이 있다는 점은 팀 적응에도 굉장히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당장 다저스와 샌디에이고는 다음 달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프리젠테이션에 일본인 선배들을 대거 대동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사사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하지만 계약이 꼭 예상대로 되는 건 아니다. 오타니 프리젠테이션 당시에도 오타니가 다저스나 뉴욕 양키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빅마켓 클럽으로 갈 것이라는 예상이 파다했지만 결론은 에인절스였다. 그리고 뉴욕 양키스가 사사키를 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키스 또한 오랜 기간 사사키를 지켜본 팀이고, 이번 영입전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키스는 소토를 놓쳤다. 큰 손실이다. 다만 다른 방면에서는 전력을 보강하고 있다. 믿을 만한 좌완 선발 투수인 맥스 프리드와 8년 총액 2억18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역대 좌완 투수 최고액이다. 불펜에는 데빈 윌리엄스, 야수진에는 코디 벨린저를 차례로 트레이드 영입했다. 양키스는 올해 게릿 콜, 카를로스 로돈, 루이스 힐, 클락 슈미트라는 네 명의 선발 투수가 나름 좋은 활약을 했지만 콜의 경기력이 예전만 못했고 로돈은 기복이 있었다. 프리드에 이어 사사키까지 영입한다면 막강한 5선발이 완성된다.

브라이언 캐시먼 양키스 단장은 19일 프리드의 입단식에 참가한 자리에서 “사사키와 조만간 만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캐시먼 단장은 “사사키는 세계 최고의 투수가 될 기회를 갖고 있다. 양키스타디움 마운드에 서면 근사할 것”이라면서 공개 러브콜을 보냈다. 양키스도 마쓰이 히데키, 다나카 마사히로 등 일본인 선수들이 활약한 팀이다. 일본인에 낯설지 않다. 최고 명문이라는 타이틀도 매력적이다. 언제든지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이기도 하다.

사사키의 경우 부상으로 규정이닝 소화 경험이 별로 없다는 아킬레스건이 있다. 하지만 양키스는 사사키에게 많은 부담을 주지 않을 수 있다. 선발 투수만 5명이 있고, 사사키가 입단하면 6선발 체제를 꾸려도 된다. 최고 명문의 자부심, 그리고 우승권 팀이라는 매력을 적극적으로 어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도 좋지만 일본인 선수들이 너무 몰린다는 점도 있다. 양키스까지 뛰어든 가운데 이제 사사키 영입전이 메이저리그 오프시즌의 화두를 장식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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