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레스 대표팀 감독 내정 논란…'전임 감독제' 취지 훼손 비판
소감 밝히는 라미레스 남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 |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2019년 4월 남자배구 대표팀 사령탑이던 김호철 감독이 OK저축은행 감독으로 옮겨가려다가 무산됐던 사건과 무엇이 다릅니까? 오히려 그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남자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이 남자 대표팀을 이끌어온 이사나예 라미레스(40·브라질)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내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 구단 관계자는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배구연맹(KOVO)과 대한배구협회가 협조 속에 유지해왔던 대표팀 감독 전임제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라미레스 신임 한국 남자배구대표팀 감독 |
배구협회는 2018년 2월 김호철, 차해원 감독을 각각 남녀 배구대표팀 첫 국가대표 전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전임 감독 체제로 2020년 도쿄올림픽 남녀 동반 진출의 쾌거를 이루겠다는 구상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김호철 감독이 전임제 감독 취지를 무시하고 프로팀 OK저축은행으로 옮기려고 했다가 이 사실이 밝혀지면서 1년 자격정지를 받은 후 자진해서 사퇴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대표팀 감독 계약 기간에는 프로팀 감독을 '겸직'하거나 '이직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징계당했고, OK저축은행은 대표팀 감독 빼내기 시도에 공식으로 사과했다.
국가대표팀 사령탑 전임제는 클럽팀 감독을 겸직하느라 대표팀에 집중하지 못해 대표팀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비판을 수용해 도입한 것이다.
최근 프랑스 여자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세사르 곤살레스(스페인) 감독도 클럽팀 감독을 병행하느라 한국 여자배구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를 의식한 배구협회는 올해 3월 라미레스 감독과 페르난도 모랄레스 감독에게 남녀 대표팀을 맡겼다.
하지만 배구협회는 KB손해보험의 라미레스 감독 '겸직' 요청을 받아들였고, KB손보가 계약을 강행한다면 그대로 대표팀과 클럽팀을 오가며 팀을 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구단 감독을 겸직하면 선수들의 기량을 파악할 수 있다는 긍정론도 있지만, 이는 대표팀 감독 전임제 취지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다수 의견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이번 KB손보 사태는 '대표팀 감독 빼내기 시즌 2'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과거의 경험을 타산지석 삼아 비정상으로 돌아가선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남녀 14개 구단 단장이 참석하는 18일 연맹 이사회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이번 이사회의 공식 안건은 내년 1월 4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리는 올스타전 개최와 내년 컵대회 개최지(전남 여수), 2025-2026시즌 V리그 경기 일정, 내년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5월, 튀르키예) 개최 등에 대한 보고 및 논의다.
KB손보의 라미레스 감독 선임 건은 안건이 아니어도 자연스럽게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한 구단 관계자는 "대표팀 전임 감독제 취지를 무색하게 한 KB손해보험의 라미레스 감독 영입 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면서 "이사회에선 해당 구단의 읍소를 절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오히려 KB손보가 사과하고 감독 내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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