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 와이티엔(YTN) 사장이 지난 4월 ‘불공정 보도 대국민 사과’ 방송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와이티엔 방송 화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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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 보도를 ‘스토킹’이라고 했던 김백 와이티엔(YTN) 사장이 12·3 내란사태 이후 내부 구성원들에게 ‘부정선거 의혹 팩트체크 프로그램 제작’을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와이티엔(YTN) 지부 쪽 설명을 종합하면, 김 사장은 전날 열린 실·국장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내린 이유 중의 하나로 부정선거를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 이슈가 정치권에서 대형 이슈로 제기된 만큼 언론이 시시비비를 가려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팩트체크 형식의 프로그램 제작을 지시했다.
김 사장은 “저는 부정선거를 믿지 않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라면서도 “사회 일각에서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대통령마저도 언급했다. 와이티엔이 이번에 부정선거에 대한 팩트체크를 한다면 지루한 공방을 끝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부정선거 의혹은 사법기관의 판결을 통해 일찍이 모두 근거가 없다고 밝혀진 사안이다. 그간 제기된 부정선거 의혹 소송에 대해 2022년 7월 대법원은 “객관적 근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유사한 소송이 모두 법원에서 기각·각하됐고, 지난 4월 총선에서도 부정선거 의혹으로 선관위 직원 5명이 고발됐으나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됐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도 1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시스템상으로 (부정선거가) 불가능하다”며 “부정선거에 대한 대통령 입장에 대해서는 상당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온 집단이 일부 극우단체에 국한돼 사회적 논란이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노조에서 “지구가 평평한 것도 검증해야 하냐”는 반응이 나오는 까닭이다.
와이티엔 지부는 김 사장의 이런 지시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의심한다. 팩트체크를 빙자해 오히려 극우세력의 부정선거 의혹을 확대·재생산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극우 세계관에 경도돼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하기에 이른 윤 대통령의 인식을 비판하기는커녕, 이를 보도의 필요성으로 삼는 것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김 사장이 윤석열 정부를 일방적으로 비호해온 인물이란 점도 노조의 의심을 부추기는 요소다. 김 사장은 2008년 와이티엔 ‘언론인 대량 해직 사태’ 책임자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에 앞장서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부역자’라는 비판을 받았던 인물이다. 와이티엔 퇴직 뒤 친정부 보수성향 언론단체인 공정언론시민연대를 만들어 초대 이사장을 지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와이티엔 사장으로 복귀했다.
지난 3월 사장이 된 뒤로는 정부 비판적 보도들에 대국민 사과를 하고, 최근 내란 옹호 논란으로 물러난 극우 성향 보수 유튜버 배승희씨를 라디오 진행자로 앉히는 등 노골적으로 ‘땡윤 방송’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 보도가 언론의 스토킹이라는 주장을 펴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와이티엔은 최근 방송에서 탄핵 찬반 집회를 나란히 비춰 시청자평가위원으로부터 “상황에 대한 오독을 부를 수 있다”, “양분할이 계속된다면 엄격한 의미에서 일종의 오보라고 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수백만이 운집한 탄핵 찬성 집회와 극우단체가 주최한 탄핵 반대 집회를 같은 앵글에 담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와이티엔 지부는 16일 성명을 내어 “김백 사장은 부정선거 의혹을 팩트체크하면 불필요한 논쟁과 불안을 잠재울 거라고 하는데, 지금 논쟁이 어디에 있으며 부정선거가 있었을지 몰라 불안해하는 시민은 대체 어디에 있는가”라며 “김건희를 비판하면 스토킹이고, 후쿠시마 오염수를 우려하면 비과학적이라고 말하며 윤석열 정권을 비호하는 데 앞장섰던 극우 유튜버 출신 김백 사장이 혹시 그렇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백 사장은 물론, 김종균 보도본부장, 김응건 보도국장이 신경 써야 할 것은 부정선거 주장 따위가 아니다. 백만명 이상이 모인 국회 앞 탄핵 촉구 집회와 수만명 수준의 광화문 앞 탄핵 반대 집회를 같은 앵글로 보여주면 인원수마저 비슷하게 보인다. 지상파와는 달리 와이티엔은 국회 앞에 드론을 띄우지도 않았다”며 “이런 것이 사실 왜곡이고 사실상의 오보”라고 덧붙였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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