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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쇼비즈워치] 흥행 대박 ‘모아나’, 무엇이 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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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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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모아나 2’가 대단한 흥행을 보여주고 있다. 북미와 한국서 11월27일 동시개봉, 북미선 12월12일까지 3억1690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전 세계적으로 6억1687만 달러를 기록했다. 북미 기준으론 2016년 전편 총수익 2억4876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세계 수익도 전편 총수익 6억4333만 달러를 수일 내 경신할 전망. 한국 기준으로도 12월14일까지 259만 명을 동원하며 이미 전편 총관객 수 231만 명을 가볍게 넘겼다. 전 세계적으로 전편의 1.5~2배 최종수익이 전망되는 분위기다.

이는 전편의 극장 상영이 마무리되던 2017년 상반기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성과다. 물론 전편 ‘모아나’도 충분히 흥행 성공작이었지만, ‘그렇게까지’ 성공한 건 또 아니었기 때문이다. 북미 기준으로 2016년 연간 흥행 순위 11위. 대상을 애니메이션 영화로 국한시켜 봐도 같은 해 ‘도리를 찾아서’ ‘마이펫의 이중생활’ ‘주토피아’ 심지어 ‘씽’에도 밀려 연간 5번째 수익에 그쳤다. 대략 ‘그 정도’ 흥행작이었다.

그런데 속편에 이르자 위처럼 어마어마한 수치로 부풀어 오르게 됐단 것. 이유가 뭘까. 사실 전편 ‘모아나’는 극장 상영 후 2차 스트리밍 시장에서 대파란을 일으킨 영화이기 때문이다. 극장개봉 3년 뒤인 2019년 11월 OTT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후 2020년과 2021년 연속으로 미국 연간 스트리밍 순위(영화 부문) 2위를 차지하고, 2022년에도 4위를 기록했다. 그러다 일종의 문화 현상으로 등극하면서 2023년엔 연간 1위 자리까지 올랐다. 그렇게 ‘모아나’는 지난 5년 동안 모든 OTT를 통틀어 미국서 가장 많이 시청한 단일 영화로 꼽히게 됐다.

이렇듯 스트리밍 시장에서 광풍이 일어나니 애초 TV 시리즈로 기획됐던 ‘모아나’ 후속편도 방향을 바꿔 극장용 영화로 탈바꿈하게 됐고, 심지어 내년 개봉 예정인 실사 버전 ‘모아나’ 기획까지 통과된 상황. 이러니 ‘모아나 2’는 사실 개봉 수개월 전부터 전편 흥행수익을 쉽게 뛰어넘으리라 예측됐던 것이다.

그럼 ‘모아나’는 어째서 스트리밍 시장 희대의 대박으로 거듭나게 된 걸까. 먼저 미국 스트리밍 시장의 영화 부문 시청 순위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기준 1위는 언급했듯 ‘모아나’이고, 그 뒤를 ‘엔칸토’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엘리멘탈’ ‘미니언즈 2’ 등이 잇고 있다. 알 수 있다시피 애니메이션의 초강세다. 10위권 내 실사영화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와 ‘아바타: 물의 길’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등 3편뿐이다. 마음에 드는 영화는 수십 번 반복해 보는 유소년층 특성상 시청 시간 차원에서 애니메이션을 압도하긴 힘든 셈이다.

그런데 왜 그중에서도 ‘모아나’일까. 어찌 됐든 주인공 모아나도 디즈니 프린세스에 속하니 그에 충성도 높은 여성 유소년층으로부터 호응을 얻기 쉬웠단 점, 뮤지컬 ‘해밀턴’으로 명성 높은 작곡가 린-마누엘 미란다의 뛰어난 음악이 기존 뮤지컬 애니메이션들과의 차별성을 부여했단 점 등 여러 지점이 언급된다. 그러나 그중 가장 흥미로운 주장을 펼친 것은 영국 가디언 지(紙) 2024년 12월5일자 기사 ‘어떻게 ‘모아나’는 이 정도의 현상을 일으켰나’다.

기사는 “(‘모아나’가) 어린 관객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된 건 동화로서 기대되는 요소들을 전복시키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렇게 이(異)문화 교차의 얘기를 자신감 있게 실행해 경탄을 얻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어딘지 두루뭉술 넘어간 느낌인데, 풀자면 ‘모아나’는 근래 디즈니 애니메이션 경향으로 지적되는 PC(Political Correctness)주의에 경도되지 않아 순수한 엔터테인먼트로서 기능과 가치를 드높일 수 있었단 주장이다.

물론 PC주의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는 아니다. PC주의를 엔터테인먼트, 그중에서도 유소년층 타깃 엔터테인먼트와 접목시키려 할 때 대부분 유소년층을 ‘가르치려는’ 태도로 일관한다는 데 문제가 있단 얘기다. 단순히 기성 가치들을 부정하고 전복시키려는 데 혈안이 돼 있으면 기본이 되는 극적 구성요소들마저 무시하거나 뒤틀어버리게 되고, 그렇게 뜻하던 주제나 의미 자체는 부각될지언정 엔터테인먼트로서 기능과 가치는 놓치기 쉽단 것.

크게 보면, 이는 ‘클리셰의 딜레마’와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대중은 늘 대중문화 콘텐츠 속 클리셰 요소들을 진부하다며 비판하지만, 막상 클리셰 요소들을 제거한 콘텐츠를 내놓으면 또 어색하고 몰입이 되지 않는다며 거부감을 드러낸단 심리. 오랜 기간 쌓아 올린 극적 구성의 이런저런 틀을 대책 없이 무시해선 곤란하단 뜻이다. 그것도 엔터테인먼트로서 최악의 접근, 즉 대중을 ‘가르치려는’ 태도로 클리셰 파괴의 자충수를 두는 건 한층 비상식적이다.

성인 입장에서도 결국 여러 번 보게 되는 영화는 메시지가 묵직하고 강렬한 영화가 아니라 플롯의 완급조절과 경제적 효율성이 시계태엽처럼 정확히 작동하는 영화들임을 상기해보면 이해가 쉽다. 그렇게 ‘영화는 메시지의 도구가 돼선 안 된다’는 선언적 차원 이전, ‘영화는 메시지의 도구로서 온전히 작동하기엔 너무나도 복잡한 미디엄’이란 통찰이 요구된다.

끝으로, ‘모아나’의 ‘파괴 아닌 파괴’ 부분도 한 번 더 짚어볼 만하다. 주인공 모아나는 분명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공식 ‘디즈니 프린세스’로 선정된 캐릭터지만 대중적으로 그렇게 여겨지지 않는 이유가 있다. 모아나는 연애대상 ‘짝’이 없는 프린세스이기 때문이다. 그런 프린세스들이 그간 없던 것은 아니고 2000년대 들어 다소 빈번히 등장하는 추세지만, 모아나는 다른 ‘짝 없는’ 프린세스들과 사뭇 다르다.

다른 ‘짝 없는’ 프린세스들은 그 점 자체를 과도하게 강조하려 애쓴다. 자매 설정으로 한쪽은 ‘짝’을 만들어줌으로써 다른 한쪽의 설정과 포지션을 강조한 ‘겨울왕국’ 등이 예다. 그러나 모아나에겐 사실 히어로 격 ‘짝’이 존재하긴 한다. 반신반인 영웅 마우이 캐릭터다. 다만 이들은 서로 연인 관계가 아닐 뿐이다. PC주의 노선의 디즈니가 향후 어떤 종류의 프린세스, 심지어 동성 연애대상으로서의 ‘짝’까지 설정된 프린세스를 등장시키는 때가 오더라도 이들 모아나-마우이 관계만큼 독특하고 눈에 띄는 ‘파괴’는 없으리란 점에 의견이 모인다.

단순히 기존 공식들을 잘 답습해 호응을 얻어낸 것만은 아니란 얘기다. 특별한 현상을 일으킨 콘텐츠엔 특별한 부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 그를 섬세히 감지해내는 것이 업계 본분이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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