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에서 골프 라운드하기도 힘들고, 한국에서도 골프 치기가 너무 힘들다."
얼마 전 미국에서 사는 지인과 식사와 커피 한 잔을 하면서 문화적 차이로 인해 골프가 불편하다는 말을 들었다. 미국에서의 골프 라운드는 "너무도 드라이해서, 한국 골프는 너무도 집단적 행동을 중시해서"라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한국에서는 미국 사람, 미국에서는 한국 사람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속된 말로 자기는 바나나 같다면서 이중 정체성이라며 웃었다.
한국에서 친구들과 골프를 하고 바쁜 일이 있어 먼저 가겠다고 하면 "매너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시간이 없어 샤워도 생략하고 락커도 안 쓴다고 하면 "혼자 골프하러 왔느냐"며 집단문화를 강요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그냥 자기 편하게 차 트렁크에서 셀프카트를 꺼내 라운드하다가 도중에 갈 수도 있고 끝나고 바로 집으로 가서 씻고 쉴 수도 있다.
반대로 미국에서 한국식으로 컨시드(concede)를 주거나 싸간 음식을 내밀면 불쾌하게 생각하더란 것이다. 또 라운드 후 맥주 한 잔하자고 하면 "그 약속은 하지 않았다"라면서 집으로 돌아갈 때는 사실 섭섭함이 묻어난다고 했다. 전자에도 서술했듯이 라운드하다가 시간이 없으면 3홀, 6홀, 9홀만 치다가 가버리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래서 지인 A는 골프 라운드보다 골프 문화 맞추기가 더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고보니 대한민국 골프는 나 아닌 우리, 개인 아닌 팀을 중시한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는 농경 사회를 통해 아직도 농경 공동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한 마을에 정착해 대립과 이견, 개성 표출보다는 긴밀하게 협력하여 풍년을 기약해야 했다. 그래서 내 생각이나 개인행동은 집단문화에서는 당연히 지적받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개인주의는 개인 각자의 생각과 이익이 먼저이다. 또 그런 사고와 행동을 지적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서양 문화는 유목과 상업 등 계속 이동하면서 살아왔기에 제각기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존중한다. 또한 개인의 의견과 감정에 대해서 각자가 책임지는 개인과 개인과의 평등 관계를 인정한다. 따라서 나 자신이 내가 속한 집단보다 우선이 되는 사회이다.
A는 또 하나 한국 골프 문화의 특징이 지나치게 자신이 생각하는 레슨을 라운드하면서 강요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하면 도대체 골프장인지 연습장에서 레슨을 받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미국에서의 본인 레슨을 받아 본 경험은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스윙하는 것을 보고 몇 가지를 보완해 준다는 것이다. 우리는 정(精)문화가 있어서 플레이가 잘 안되는 동반자에게 무엇인가 도움을 주려는 습관이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사실 미국 골프 문화나 한국 골프 문화의 장단점은 분명히 존재 한다. 무엇이 좋고 나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단지 R&A, USGA 골프룰보다 앞장서는 것이, 골프장 로컬룰이고, 골프장 로컬룰보다도 더 우선인 것은 팀 룰이라고 하지 않던가. 미국, 한국을 가릴 것이 아니라 그날 골퍼의 성향에 따라 서로 맞춰 플레이하고 이해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지나치게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개인주의적 골프와 구성원과의 유대와 단합을 강조하는 집단문화는 지양되어야 한다.
내 논에 물을 대기 위해서는 저수지를 만들어야 하고 함께 만들어야 한다. 골프를 치기 위해서는 네 명이 필요하다. 이 과정엔 개인과 집단이 잘 버무려져 있다. 그러나 내 논에만 물을 많이 대기 위해서, 나만 골프를 잘 치기 위해서 행동한다면 그때부터 문제가 생길 것이다. 미국서 온 지인이 고민하는 것도 아마도 개인과 집단 사이의 이해와 배려가 없어서 일 것이다. 골프의 가장 큰 매력은 축구나, 야구처럼 집단으로 하는 플레이가 아니라, 나 스스로 모일 것을 해결해야 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농경 사회의 집단주의가 강했다. 그래서 한국 골프는 좀 더 외국보다 한 팀이 함께 행동하길 바란다. 네 명이 라운드를 하고 나서 바쁘니 먼저 가겠다고 하면 나머지 3명은 기분이 상할 것이다. 묻고 싶다. 이 상황은 개인주의인가, 아니면 지나친 집단주의인가.
글, 이종현 시인.
<저작권자 Copyright ⓒ MHN스포츠 / MHN Sport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