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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대기업도 구조조정 칼바람… 50대 임직원들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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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도소매업도 고용 줄어

조선일보

11일 서울 마포구 서부 고용복지 플러스 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취업 상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작년 11월보다 12만3000명 증가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작은 증가 폭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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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과 도소매, 제조업을 중심으로 고용 부진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취업자 수가 12만명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일자리 증가폭이 4년 만에 최소치로 떨어진 것이다. 특히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롯데와 SK 등 대기업들의 구조조정 칼바람이 거세지면서 50대 고용률(인구 대비 취업자 수)이 8개월 연속 떨어지는 등 고용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882만1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2만3000명 증가했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11월 기준으로 코로나 대유행 때문에 취업자가 줄었던 2020년 이후 가장 적다. 이처럼 취업자수 증가폭이 4년 만에 최저치인 상태가 지난 3월부터 9개월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용 부진은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자동차 등 주력 업종을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된 결과다. 건설 경기 침체로 건설업 취업자는 작년에 비해 9만6000명 줄어 7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또 다른 대표 내수 업종인 도소매업도 6만5000명 감소해 6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이다. 전자부품과 의복 등을 중심으로 제조업 취업자도 9만5000명 줄었다. 감소세는 5개월 연속이고, 감소폭은 1년 7개월 만에 최대다.

전체 연령대 고용률은 63.2%로 1년 전(63.1%)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30대와 40대, 60세 이상에서 고용률이 늘어난 결과다. 하지만 50대 고용률은 77.5%로 1년 새 0.3%포인트 감소했다. 50대 고용률은 지난 4월부터 8개월 연속 감소세다. 20대 고용률도 지난달 45.5%로 작년 11월에 비해 0.8%포인트 감소, 5월부터 7개월 연속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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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인성


롯데그룹은 지난달 말 인사에서 18명의 계열사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등 그룹 전체 임원의 22%를 퇴임시켰다. 롯데호텔앤리조트, 롯데면세점, 롯데온, 세븐일레븐 등 유통 분야 계열사를 중심으로 희망퇴직 방식의 구조조정을 완료했다. 롯데와 경쟁 업체인 신세계면세점도 2015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5년 이상 근무한 사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또 다른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이마트와 SSG닷컴, G마켓 역시 올 하반기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감원 나선 내수·수출 기업들

내수 기업들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구조조정 칼바람이 거세지면서 올해 월평균 취업자 수 증가폭은 10만명대로 떨어졌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도소매업은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사업주가 채용을 줄이는 대표적 업종”이라고 했다. 취업자 수는 코로나 유행이 시작된 2020년 월평균 22만명가량 감소했다가 1년 뒤 36만명대 증가세로 회복됐다. 이어 2022년에는 월평균 취업자 수 증가폭이 81만명을 넘을 정도로 고용 사정이 나아졌다. 하지만 1년간의 수출 부진이 이어졌던 지난해 다시 32만명대로 떨어졌다가 올해에는 17만9000명으로 주저앉았다.

제조업 등 수출 주력 분야 대기업까지 몸집 줄이기에 나선 점도 취업자 수 증가폭이 쪼그라든 요인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고전하고 있는 SK온은 2021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난 9월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SK그룹도 최근 정기 인사에서 임원 5명 중 1명꼴로 퇴임시키는 등 실적이 나쁜 계열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조직 재정비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KT는 최근 28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특별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 6월과 11월, 생산직과 사무직을 대상으로 각각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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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상훈


◇‘나 홀로 사장님’은 2만6000명 늘어

기업들의 대대적 감원 여파로 50대 고용률이 8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대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면서 20대 고용률도 줄고 있다. 직원을 뽑더라도 대대적인 신입 공개 채용 대신 직장 경험이 있는 ‘경력직’을 수시로 뽑는 경향이 강해진 여파로 풀이된다. 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를 졸업한 취업 준비생 박모(29)씨는 “올 상반기 한 기업 채용에서 6명이 최종 면접을 했는데, 나만 빼고 5명이 전부 다른 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중고 신입’이었다”면서 “채용 시즌에 원서 10여 개를 쓰는 건 이제 기본이 될 정도로 올해 특히 취업문이 좁아졌다고 느낀다”고 했다.

문제는 내수 침체로 아르바이트 자리도 줄고 있다는 점이다. 직원을 한 명이라도 쓰는 자영업자는 지난달 141만3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4만명 가까이 줄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직원을 쓰지 않는 ‘나 홀로 사장님’은 지난달 429만4000명으로 2만6000명 늘었다. 9월부터 3개월째 늘었다. 가게 사장님의 배우자, 자녀 등 무급 가족 종사자를 합친 전체 자영업자 수는 지난달 658만2000명으로 1년 새 4만8000명 줄어, 10개월 연속 감소했다.

◇“내년엔 더 춥다”

취업 한파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말 “업황 부진에 따라 제조업과 건설업의 노동 수요가 약화될 것”이라며 내년 월평균 취업자수 증가폭이 13만명으로 올해 전망치(17만명)보다 4만명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349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내년 채용을 올해보다 축소하겠다고 답한 곳이 37%에 달했다고 이달 초 밝혔다. 채용을 늘리겠다고 한 곳은 18%에 불과했다. 45%는 올해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경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 경영 계획을 수립한 기업의 49.7%가 긴축 경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긴축 경영을 하는 이유(복수 응답)로 66.9%가 내수 부진, 64%가 인건비 부담을 꼽았다. 특히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내년 긴축 경영을 하겠다고 밝힌 비율은 61%로, 2016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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