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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과도정부 꾸리며 '안정 안간힘'쓰는 시리아에 대규모 공습한 이스라엘 '야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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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13년 내전 끝에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시리아 반군이 과도 정부 총리를 추대하며 안정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시리아 전역을 대규모 폭격해 불안을 키우고 있다.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한 러시아는 지중해와 아프리카로 향하는 거점인 시리아 내 군 기지를 떠나지 않고 동향을 살피고 있다.

10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군(IDF) 및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 48시간 동안 시리아 전역을 350회 이상 공습해 시리아 전략 무기 비축고의 대부분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러한 공격으로 몰락한 알아사드 정권의 전략 무기 역량 70~80%가 제거됐다고 추정했다.

이스라엘군은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향해 진격하던 7일 늦은 시각부터 공습을 시작해 시리아 방공망을 파괴하고 다마스쿠스, 홈스, 타르투스, 라타키아 등 시리아 전역에서 무기 생산 시설, 시리아 공군 비행장, 대공포대를 공격했다. 이스라엘군은 시리아 해군 함정 15척이 정박해 있던 라타키아항과 알바이다항의 시리아 해군 시설 2곳 또한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시리아의 화학 무기 시설도 공습 목표물이 됐다고 덧붙였다. 알아사드 정권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자국민을 향해 화학 무기를 사용해 국제사회의 공분을 산 바 있다. 10일 <AP> 통신은 다마스쿠스에 있는 자사 기자들이 이날 오전까지 밤새도록 격렬한 공습음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반군이 다마스쿠스 탈환에 성공한 8일 골란고원의 유엔군이 주둔하는 완충지대로 진입하기도 했다. 완충지대는 1973년 아랍·이스라엘 전쟁 이후 1974년 시리아와 이스라엘 간 휴전협정에 따라 설정된 것이다. 골란고원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후 대부분의 지역을 이스라엘이 점령 중이지만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제사회는 이곳을 점령된 시리아 영토로 본다.

다만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완충지대를 넘어 시리아 영토로 진입해 다마스쿠스 인근 카타나까지 침투했다는 보도에 대해선 부인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시리아 남부에 무기와 테러리스트 위협이 없는 '무균방어구역'"을 만들 것을 군에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러한 침공이 임시적·방어적이며 시리아 내 이란 세력 재건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0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우리는 시리아 내정에 간섭할 의도가 없다"며 자국 안보를 위해 시리아군이 남긴 전략 무기가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폭격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린 시리아의 새 정권과 관계를 맺고 싶다"면서도 새 정권이 "시리아 내 이란 세력 재건을 허용하거나, 이란산 무기의 헤즈볼라로의 이동을 용인하거나 우리를 공격한다면 강력히 대응하고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에서 시리아를 통해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로 무기가 흘러들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 이란은 시아파의 지파인 알라위파를 지지기반으로 둔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해왔다. 시리아 반군 주도 세력인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은 알카에다 하부 조직이 전신으로 지도자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는 2016년 조직이 알카에다와의 관계를 청산했다고 밝혔지만 서방과 이스라엘은 계속 경계 중이며 이스라엘 매체는 여전히 이 조직을 지하디스트라 칭한다.

어렵게 이룬 독재자 축출 뒤 시리아가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이러한 행위는 이미 불안정한 지역의 긴장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AP>는 "지정학적 경계선이 촘촘히 얽힌 이 지역에선 어떤 군사적 움직임도 지역적 공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스라엘이 침범한 완충지대가 다마스쿠스에서 불과 40km 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 스테판 뒤자릭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며칠간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 관련 질문을 받고 "우리는 이러한 유형의 공격에 반대한다"며 "지금은 시리아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웃 국가들이 시리아 영토를 침범하는 데 이용돼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완충지대 진입은 1974년 협정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의 수석 정치 분석가 마르완 비샤라는 "이스라엘은 시리아가 정권 교체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골란고원과 아마도 그 너머에서 입지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은 이것이 임시 조치라고 하지만 우리는 이스라엘이 임시라고 할 때의 의미를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점령된 서안지구의 경우 거의 60년이 흘렀다"고 꼬집었다.

혼란 상황에서의 자국 안보 보장 조치라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단기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의 중동 전문가 요시 메켈버그는 시리아 공습 관련 "새 정부와 우호를 증진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며 이는 시리아와의 미래 관계를 훼손하는 실수라고 짚었다. 시리아 반군 및 과도 정부 쪽은 이스라엘 공격 관련해 즉각 반응을 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 습격을 막지 못한 데 대한 책임과 습격 전 받던 부패 혐의 등에서 회피하기 위해 전쟁을 연장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가 헤즈볼라와의 휴전이 발효된 상황에서 또 다른 긴장 고조에 눈을 돌릴 수 있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네타냐후 총리는 기소된 지 5년 만에 현직 총리로선 처음으로 부패 혐의 형사 사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섰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명분은 옹호했지만 "임시적" 조치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9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완충지대 진입 관련 시리아군의 "공백을 테러 조직이 메울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이러한 조치는 "임시적"이어야 하고 "우리는 1974년 분리 협정이 준수되길 원한다. 이는 완충지대 조건 및 이스라엘이 이전 위치로 철수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고 망명까지 받아 준 러시아는 시리아 내 자국 군사 기지에서 철수하지 않고 동향을 살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위성 이미지 분석 결과 시리아 서부 해안에 위치한 타르투스 해군기지와 북서부 라타키아 인근 흐메이밈 공군기지에서 러시아가 철수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전날 위성 이미지에서 러시아 호위함 2척, 잠수함 1척, 지원함 1척이 타르투스항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지만, 박격포 사격 범위를 피해 8~10km 가량만 물러나 대기 중인 것으로 보인다는 다라 매시콧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수석 연구원의 분석 결과를 전했다.

흐메이밈 기지는 러시아에서 아프리카로 향하는 중간 기착지로 활용돼 왔고 타르투스 기지는 러시아가 지중해로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거점이다. 러시아가 이들 기지를 시리아 반군 공격에 이용한 전적이 있어 새 정부가 기지 사용을 용인할지는 미지수다.

러 국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이를 주시 중인 러시아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궁(크렘린) 대변인은 9일 관련해 현재 극도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관련 대화를 하긴 이르지만 군 기지 유지가 향후 시리아 새 정부와의 대화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통신은 현재 시리아 내 러시아 군사시설에 대한 위협은 없다고 덧붙였다.

브론웬 매독스 채텀하우스 국장 8일 논평에서 "현재로선 시리아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알아사드가 러시아에 시리아 해안의 군사 기지 사용을 허용한 협정을 존중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이 중요한 자산은 취약한 상태에 처해 있으며 이는 이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리아 반군은 알아사드 축출 3일 만에 과도 정부 임시 총리를 추대하며 빠른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을 보면 반군이 통제한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주에서 행정부를 이끌었던 모하메드 알바시르는 10일 국영 방송 연설을 통해 반군의 지원 아래 내년 3월1일까지 임시 총리직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인사는 알아사드 정부 관료들과의 회동 뒤 이뤄졌다. 알바시르 임시 총리는 알자지라에 향후 두 달간 "시리아 국민을 위한 헌법 체계"를 갖추는 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시리아에 대한 외국 간섭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시리아의 미래는 시리아 국민이 결정할 것"이라며 모든 국가들을 향해 "외부 간섭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은 이 과정을 통해 나온 미래의 시리아 정부를 전적으로 지지하고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해 10일 <로이터>는 복수의 미 당국자 등을 인용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시리아 반군 집단과 첫 접촉을 가졌고 반군 쪽에 자동으로 국가 지도자에 오르지 말고 과도 정부를 꾸리는 포괄적 절차를 진행하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당국자들이 미국은 새 지도자를 선출하는 공식 절차 없이 HTS가 정부를 장악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HTS를 테러 집단으로 지정 중이다.

프레시안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 뒤 시리아 라타키아 항구에서 배가 파손되고 연기가 솟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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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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