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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해군 함정까지 쑥대밭"…이스라엘, 시리아에 480차례 공습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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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군에 무기 넘기지 않겠다는 명분, 이틀간 맹공…
골란고원 완충지대 병력 투입, 안전지대 재구축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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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 공군기지 인근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이 의심되는 폭격이 발생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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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시리아 독재정권 붕괴에 따른 혼란을 틈타 영토 확장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과거 휴전협정으로 합의한 비무장 완충지대까지 탱크를 몰고 들어가는 한편, 대규모 공습을 퍼부어 해군 함정 등 시리아의 군사시설까지 파괴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해 시리아 남부에 안전지대를 재구축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가뜩이나 불안한 중동 정세가 더 극심한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현지시간) AFP통신·AP통신·로이터통신·CNN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최근 이틀간 시리아에서 약 480건의 공습을 단행해 순항미사일과 드론, 전투기, 공격용 헬리콥터, 레이더, 탱크, 격납고 등 전략무기 군사시설 상당수가 무력화됐다. 또 시리아 해군 함정 15척이 정박해 있는 알바이다항과 라타키아항 두 곳을 타격해 미사일 수십 기를 파괴했다.

이스라엘의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이날 "우리 군이 최근 며칠간 시리아에서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시설들을 공격했다"며 "어젯밤에는 해군이 시리아 함대를 파괴하는 작전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단체가 국경 밖에서 이스라엘에 대해 취하는 어떤 행동도 허용하지 않겠다"며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회에 시리아 남부에 이스라엘 안보 목적의 안전지대를 구축하겠다는 입장도 명확히 했다. 카츠 장관은 "시리아 남부에 무기와 테러 위협에서 안전한 무균보안구역(sterile security area)을 조성하라고 군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무균보안구역은 이스라엘 극우 정치권에서 사용해온 용어로 자국 안보를 위해 설정하는 일종의 안전지대를 의미한다. 지난해 11월 극우 성향의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이 "정부가 유대인 공동체 주변에 무균보안구역을 만들고 아랍인의 진입을 막아야 한다"며 사실상 아랍인을 '균'으로 규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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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그래픽=윤선정


시리아가 13년간의 내전 끝에 독재정권이 붕괴하면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대규모 공습을 퍼붓는 건 영토를 확장하려는 명확한 의도가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 이스라엘군은 지난 8일 바샤드 알 아사르 대통령이 러시아로 도피하는 등 권력 공백이 생긴 틈을 타 이스라엘·시리아 국경 골란고원 비무장 완충지대에 탱크를 투입했고, 수백차례 공습을 강행했다. 시리아에 남아 있는 전략 무기를 파괴해 반군 세력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국방 체계 전반을 망가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1974년 휴전협정에서 설정한 비무장 완충지대에 이스라엘군이 진입한 건 50년 만으로 명백한 협정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 지역에 감시군을 파견해 감시하고 있는 유엔(UN)은 "완충지대에선 군사활동이 있어선 안된다"고 날 선 비판을 내놨다. 완충지대까지 탱크를 몰고 들어가 시리아 남부에 추가 안전지대를 구축하자는 건 자국 관할 영토를 늘리려는 행위라는 해석도 있다.

반면 미국은 이스라엘의 자국 안보를 위한 조치를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AP통신도 지정학적 경계가 매우 밀접하게 얽혀 있는 지역에선 군사적 움직임이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짚었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완충지대까지는 약 40㎞에 불과하고 이스라엘 영토까지도 가깝다는 것이다. 시리아·레바논 국경이 헤즈볼라 무장세력의 무기 밀수 통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스라엘의 공습 단행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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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은 지난 8일 바샤드 알 아사르 대통령이 러시아로 도피하는 등 권력 공백이 생긴 틈을 타 이스라엘·시리아 국경 골란고원 비무장 완충지대에 탱크를 투입했고, 수백차례 공습을 강행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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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전차부대 등 자국의 지상군 병력이 완충지대를 넘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부근까지 침투했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선 전면 부인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스라엘군이 다마스쿠스를 향해 전진하거나 접근했다는 일부 매체 주장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며 "국경 보호를 위해 완충지대 내부 방어 진지에 주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시리아 반군 단체는 이날 과도 정부 수장으로 모하메드 알 바시르를 임명했다. 바시르는 이날 알자지라 TV와의 첫 인터뷰에서 "이제 시리아 국민이 안정과 평온을 누릴 때"라며 "앞으로 두 달간 헌법 체계를 갖추는 모든 작업을 진행하고 시리아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운영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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