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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자칭 온건파’ 시리아 반군 수장, 美는 테러리스트 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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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내전 승리 이끈 알줄라니는

“시리아에서 억압받던 이들의 자유와 존엄이 회복되었다.”

시리아 반군 지도자 아부 모하메드 알줄라니(42·본명 아흐메드 알샤라)가 8일 저녁 수도 다마스쿠스의 우마이야 대(大)모스크에 등장했다. 축출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시리아를 탈출해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였다. 단상에 오른 알줄라니는 몰려든 시민들을 향해 “알아사드 치하의 시리아는 이란의 탐욕을 위한 강제 농장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승리로 고통받던 모든 이들이 해방됐다”고 선언했다. 곧이어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는 목소리와 환호가 모스크를 가득 메웠다.

알줄라니는 이날 시리아를 대표하는 모스크에서 공식 ‘승리 선언’을 하며 자신이 알아사드 이후 시리아의 과도 체제를 이끌 새 지도자임을 과시했다. 지난달 27일 그가 이끄는 반군 주축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정부군에 대한 기습 공세를 시작한 지 11일 만이다.

조선일보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의 아부 모하메드 알줄라니가 8일 수도 다마스쿠스의 모스크에서 군중에게 반군의 승리를 선포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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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해 세계인의 관심도 급격히 커졌다. 알줄라니는 한동안 이슬람 국가(IS)와 알카에다를 추종하는 은둔의 극단주의자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지난 수년 새 터번을 벗고 군복을 입은 모습을 대중 앞에 드러내며 정치 지도자로 변신을 꾀했다. 이슬람 무장 단체 지도자로는 이례적으로 서방 매체도 만났다. 알줄라니는 최근 미국 CNN과 뉴욕타임스에 “알아사드 정권을 몰아내면 국민이 선택한 의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또 “알레포로 진격할 때 ‘다른 종파 사람들에게 공포를 심어주지 말라’고 명령했다”며 “알레포는 오랫동안 종교적 다양성의 역사를 지닌 문명과 문화의 교차로였고 지금도 그렇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온건한 성향을 갖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알줄라니는 아버지 후세인 알샤라의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21년 미국 PBS 인터뷰에서 “내 아버지는 (이스라엘이 1967년 점령한) 골란고원에서 쫓겨난 난민 출신”이라며 “내 예명(줄라니) 역시 골라니(골란) 고원에서 따왔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1960년대에 시리아에서 아랍 민족주의 학생 운동을 하다 오랜 감옥 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1971년 극적으로 탈옥해 이라크로 도망쳤다. 이후 바그다드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로 건너가 국영 석유 기업에서 일했다. 이곳에서 교사와 결혼해 1982년 알줄라니를 낳았다.

알줄라니의 운명은 1989년 가족이 시리아로 이주하며 송두리째 바뀌었다. 그는 “시리아에서 팔레스타인의 2000년 2차 인티파다(반이스라엘 투쟁)와 알카에다의 2001년 9·11 테러를 지켜보며 큰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곧 이슬람 근본주의와 아랍 민족주의 혁명론에 빠져들었고, 2003년 바그다드행을 결행해 당시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가 이끌던 알카에다 조직에 합류했다. 이곳에서 지도자급으로 급부상해 활약했으나 2006년 미군에 붙잡혀 5년간 투옥 생활을 했다.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뒤따른 셈이다.

알줄라니는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그는 시리아로 돌아와 알카에다 지부 ‘알누스라 전선’을 세우고, IS와 경쟁하며 불과 1년여 만에 가장 강력한 무장 세력 중 하나로 키웠다. 이때 미국과 유럽 국가로부터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로 지목돼 수배됐고, 1000만달러(약 143억원)의 현상금이 걸렸다. 알줄라니는 이후 2013년 알누스라와 IS의 통합을 거부하며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서방 목표물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고 선언하고, “다른 종교와 소수 민족에 보복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여성의 복장 규정을 완화하는 등 온건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알카에다와도 결별하고 이듬해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주(州)를 무대로 HTS를 결성했다. HTS는 아랍어로 ‘레반트(시리아) 해방 위원회’를 뜻한다. 단순 무장 조직을 넘어 ‘통치 조직’으로 변신을 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알줄라니는 실용주의적 급진주의자”라고 했다. 서방 제재에서 벗어나고 합법적으로 시리아의 권력을 장악하려 온건·실용주의 노선을 택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서방은 그러나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8일 시리아 정부군의 군 기지와 무기고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알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가 ‘엉뚱한 이’의 손에 악용되지 못하도록 주변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

최근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한 시리아 반군의 구심점이 되고 있는 이슬람 무장 조직. 아랍어로 ‘레반트(서아시아 지중해 연안 지역) 해방 기구’를 의미한다. 2011년 알카에다의 분파인 ‘알누스라 전선(자바트 알누스라)’에서 출발했으나 2016년 알카에다와의 관계를 끊었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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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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