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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보건학원마저 폐쇄하며 소녀들 배움의 꿈 짓밟은 탈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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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작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식량 배급을 받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는 여성들 앞에서 총을 쥐고 경비를 서고 있는 탈레반 군인.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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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근본주의 무장 단체 탈레반이 재장악한 지 3년 4개월째를 맞은 아프가니스탄에서 10대 소녀들의 중·고교 역할을 해오던 보건 학원까지 폐쇄됐다고 AFP가 5일 보도했다. 극단적 이슬람 원리주의를 신봉하는 탈레반은 집권 뒤 여성의 사회 활동과 중학교 이상 진학을 금지했다. 이런 가운데 여학교 역할을 해오던 보건 학원마저 봉쇄하며 배움의 기회를 박탈한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탈레반의 전근대적 여권(女權) 탄압이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AFP 등에 따르면 탈레반 치하 아프간 보건부는 최근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 최고지도자의 칙명에 따라 수도 카불에서 여성 교육 기관인 보건 학원 대표들에게 강의 폐쇄 명령을 내렸다. 보건 학원은 치위생사·조산사 등을 양성하는 공·사립 교육 기관이다. 이슬람 원리주의에 따라 여성이 남성 의료인의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아프간에서 여성 보건인력을 양성하며 학교 역할도 해왔다. 약 1만~3만5000명의 여성들이 현재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탈레반의 이번 조치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소녀들의 중학교 진학을 금지한 조치에 이어 마지막 남은 교육의 끈마저 끊어버린 것으로 풀이된다. 탈레반의 이 같은 조치로 아프간 여성들이 교육 권리를 박탈당한데 이어 심각한 보건 위협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을 내세워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여성 환자는 여성 의료인의 진료를 받도록 강제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엔은 “2022년 기준 아프간에는 약 1만8000명의 조산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X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아프간 여성들이 교육을 금지당한 현실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내용의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탈레반의 여성 탄압 철폐를 촉구하며 아프간 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탈레반은 자신들을 합법 통치 세력으로 인정한 권위주의 국가들과 빠르게 밀착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탈레반 정부를 승인하고 상호 대사관을 설치한 중국은 아프간을 일대일로(21세기 육상·해상 실크로드) 파트너로 참여시켰다. 아프간을 유럽과 중앙아시아로 향하는 관문으로 활용하면서 탈레반에 관세 혜택과 투자, 일자리 창출 등을 약속했다고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사회의 무역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도 2022년 아프간에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GP) 등을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탈레반과 경제 교류 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 초청돼 참석한 탈레반 정권의 마티울 칼리스 환경보호청장은 “기후 변화에 목소리를 낼 수 있게 계속 참석하게 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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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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