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놓고 힘겨루기하다가
정부 단독 입법하자 野 발의
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총리(가운데)가 2일(현지 시각) 파리에서 열린 2025년 예산안에 대한 프랑스 하원 토론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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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벌어진 프랑스 정파 간 힘겨루기가 ‘총리 불신임’으로 이어지며 정국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프랑스 하원은 3일 극우 정당 국민연합(RN)과 좌파연합이 전날 각각 제출한 바르니에 총리 불신임안을 4일 오후 하원 본회의에서 논의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하원은 현재 여소야대 상황이라 불신임안이 투표까지 갈 경우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현 정부(내각)도 해체된다.
앞서 바르니에 총리는 하원에 출석해 “원내 여러 정치 그룹과 끝까지 대화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며 “내년도 예산안과 이를 위한 사회 보장 재정 법안의 통과를 위해 헌법 조항을 발동,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총리가 하원 표결을 건너뛰는 헌법 49조 3항의 ‘정부 단독 입법’ 조항을 발동했고, 야당은 즉각 총리 불신임안을 상정하기로 한 것이다.
RN의 실질적 지도자인 마린 르펜 원내 대표는 “총리는 의회 내 모든 정치 그룹의 입장을 고려해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았다”며 “다른 당(좌파연합)의 불신임안에도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했다. 좌파연합 측도 “민주주의 부정에 총리 불신임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예산안 편성을 둘러싼 각 정파의 입장 차이다. 바르니에 총리는 지난 10월 400억유로(약 60조원)의 공공 지출을 절감하고 대기업과 부유층을 대상으로 200억유로(약 30조원) 규모의 증세를 하는 예산안을 내놨다. 심각한 재정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통해 2025년 재정 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로 낮추고, 2029년에는 유럽연합(EU)의 건전 재정 기준인 3% 이하로 감축하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그러나 RN과 좌파연합은 소비자의 구매력(실질소득) 감소, 사회적 불평등 심화, 기업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이번 예산안을 반대했다. 특히 전력 소비세 인상안과 의약품 환급 축소 등 증세안 일부를 철회하고, 최저 연금을 인상하고 저소득 근로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면제 혜택 등 기존 복지 정책도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국정 파행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르몽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후임 총리를 물색 중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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