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거래 사기 올해 8만건 넘어
그래픽=양진경 |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 중고 거래 플랫폼의 사기 사건이 올해 8만건 이상 발생한 것으로 3일 나타났다. 2008년 4조원 규모였던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2021년 24조원대로 늘었고, 내년엔 43조원 규모까지 급성장할 것이란 전망(한국인터넷진흥원)이다. 저가 생활용품뿐 아니라 아파트·자동차까지 중고 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해지는 상황을 노린 사기가 활개 치고 있다.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고 거래 사기 건수는 8만1252건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약 8000건 발생한 셈이다. 연말엔 10만 건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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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선 작년 한 해 6400만건의 중고 거래가 이뤄졌다. 거래 금액은 5조1000억원이다.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소비자 숫자는 3300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1000만원을 호가하는 불가리·바셰론콘스탄틴·에르메스 등 시계는 물론, 수천만~수억원을 호가하는 중고차도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거래된다. 현대·기아 같은 국산차부터 BMW·포르셰·아우디 같은 수입차도 매물로 나온다.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들이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아끼려고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원룸·빌라 전·월세를 찾는 일은 빈번하다. 심지어 고가 아파트까지 중고 거래 플랫폼에 매물로 등장한다. 당근마켓에서 올해 7월까지 거래된 가격 상위 품목 10개 모두 부동산이었다. 1위는 서울 강남 아파트(35억9800만원), 2위는 경기 포천 부동산(35억7000만원), 3위는 경기 화성 부동산(28억원)이었다.
중고 거래가 생활의 필수품이 되면서 사기도 늘어나고 있다. 거래 대금을 미리 받고 물건을 주지 않은 채 잠적하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서울 강남경찰서와 송파서는 지난 2월 세탁기, 건조기 등 가전제품을 시세보다 10만~20만원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뒤 7명으로부터 예약금 920만원을 받고 잠적한 피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가짜 제품을 판매하는 사기꾼들도 있다. 30대 중반 A씨는 당근마켓을 통해 10만원대 가품 시계를 고가 명품 시계라고 속여 1500만원을 받아냈다가 지난 3월 광주지법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정품은 2200만원에 거래되는 상품이었다. 택배를 받고 보니 벽돌 등 다른 물체가 들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사이버사기범죄에 대응하는 경찰 인력은 1만명이다. “몇 만~몇 십만원짜리 사건을 경찰에 신고하면 ‘잡기 어렵다’는 반응을 듣기 일쑤라 그냥 접수를 포기한다”는 피해자들도 적잖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판매자가 외부 채널로 대화를 유도하거나 대면 거래를 피하며 무조건 선입금을 요구하는 경우엔 구매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구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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