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 ‘가족계획’ 류승범 배두나
부부로 처음 만난 개성 강한 두 배우
“어나더 레벨” vs “돌풍 같은 배우”
쿠팡플레이 ‘가족계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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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함께 춤을 추어요. 행복한 춤을.”
두 아이를 지키기 위한 영수의 서늘한 갈색 눈동자가 ‘죄의 무게’를 도려낸다. 붉은 핏방울이 튀긴 얼굴 너머로 공허한 고통이 밀려든다. 배두나의 무표정한 얼굴은 무수히 많은 감정이 겹겹이 쌓인 후에 찾아온 ‘결핍’이었다. 영수만의 ‘해결 방식’에선 음악이 흘렀다. 가수 장은숙의 ‘춤을 추어요’. 영수(배두나 분)의 엄마가 좋아하던 곡이다. ‘한 줄’의 단서는 배우의 상상력을 키웠다. 배우 류승범은 배두나를 보고 ‘어나더 레벨’이라고 했다.
“그런 거 있잖아요. 사적으로만 알다가 배우로서 현장에서 만났는데 내가 상상해오던 ‘멋진 사람’이 맞을 때 오는 쾌감과 설렘이요. ‘아, 역시!’ 싶더라고요. 작품을 해석하고 대하는 태도와 통찰력에 정말 놀랐어요.” (류승범)
영수(류승범 분)의 곁엔 언제나 철희가 있다. 이보다 자연스러울 수는 없다. 특수 교육대에서 ‘인간 병기’로 함께 자라 초인적 격투 능력을 갖춘 ‘영수 바라기’. 파괴력이 센 힘을 가졌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리숙하고 쩔쩔매는 모습의 양극단을 오가는데도 이질감이 전혀 없다. 배두나는 “액션을 할 때는 화면을 뚫고 나오는 눈빛이 너무 무섭고 화가 나 반드시 같은 편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웃는다.
“화면 장악력이 대단한 배우라 현장에서 보면 소름이 돋아요. 4일간 찍은 장면이 있는데, (류)승범 씨가 나타나자 돌풍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말 그래도 휘몰아쳐요. 거기에 날 것의 감정까지 더해지죠. 정말 흔치 않은 보석 같은 배우예요.”
비슷한 나이대의 두 배우는 비슷한 시기에 데뷔했다. 배두나(45)는 1999년 ‘학교’, 류승범(44)은 2000년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가 첫 작품이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독보적 세계를 다져가는 동안 딱 한 번 같은 영화에 출연했다. ‘복수는 나의 것’을 통해서다. 하지만 제대로 대면해 연기 호흡을 맞추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쿠팡 플레이 ‘가족계획’을 통해 ‘부부’가 된 류승범 배두나를 각각 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배우 류승범 [쿠팡플레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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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된 류승범…“늘 발버둥치는 배우, 결혼 후 내게서 벗어나”
강렬한 개성의 연기파 배우. TV와 영화를 자신의 색으로 강하게 물들이던 배우 류승범은 한순간 사라졌다. 장장 10년, 한국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 젖어들었고, 서핑을 하며 “엄마 같은 자연”과 생활했다고 한다. 그 사이 결혼해 네 살 짜리 딸을 낳아 아빠가 됐다.
“4년차 초보 아빠가 된 뒤 난생 처음 아빠 역할을 맡게 됐어요.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이 확장돼 배우로는 플러스가 된 느낌이라 좋더라고요.”
그는 스스로를 “변화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한 번도 고정되고 규정된 류승범은 없었다. 늘 시기에 따라, 그 때 그 때의 세상을 마주하던 자신으로 살았다. 결혼 후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 “나에게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전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가정이 생기니, 이기적이었던 나에게서 벗어나게 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더라고요.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 안에만 갇혀 살았어요. 답이 없는 삶의 답을 찾으려 정신적 방황을 많이 했고요. 가정이 있으니 정신적 고뇌를 할 겨를도, 제 삶의 시간과 공간을 가질 여력도 없어요. (웃음) 그게 참 좋아요. 그래서 안정감이 생기죠.”
류승범이 찾은 안정감은 연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생애 첫 영화부터 개성 강한 연기로 스크린을 물들였다. 매작품 온전히 류승범으로 존재해왔다. 하지만 그는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연기하는 내내 끙끙댔다”고 돌아본다.
“늘 배우로서 발버둥쳤어요. 전 어디에 놓이든 ‘모른다’는 여지를 가지고 살아요.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알아야 하고, 모르는 채로 두면 불안해하기도 하죠.
그런데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면 오히려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모르는 채로 연기하다 보면 생각지도 않은 것이 튀어나오기도 하고요. 이젠 끙끙대기 보단 조금은 편안해졌어요.”
류승범이 연기하는 철희는 인간적이다. 기계보다 강인한 전투력을 가졌지만, 자녀들 앞에선 마냥 좋은 아빠이고 아내 밖에 모르는 착한 남편이다. 그는 ‘멋있다고 생각하는 남자, 되고 싶은 남자와 닮아” 이 배역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가족계획’은 독특한 드라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 가족으로 모여 ‘악’을 처단한다. 피가 튀기고, 폭력이 난무하나 드라마는 가족을 지키기 위한 영수와 철희 부부의 이야기로 작품의 메시지를 되새긴다. 초인적 능력이라는 외피에 폭력성이라는 토핑을 얹었지만 드라마는 “시대의 변화로 인해 가족이 해체되고 있는 때에 가족의 화합과 정통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본다”는 것이 류승범의 설명이다. 그는 ”각자의 트라우마로 한 지붕 아래서도 뭉치지 못했던 주인공들이 가족으로 하나가 되는 이야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류승범의 연기 여정은 다시 시작됐다. 가족과 살고 있는 슬로바키아와 서울을 오가며 촬영을 이어가고 있다.
“저는 언제나 내일을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궁금한 것도 많고, 현재에 최대한 충실히 살려고 하죠. 지금이 제 인생의 황금기인 것 같아요. 제일 꽃다운 시간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배우 배두나 [쿠팡플레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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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표정의 절제된 연기…배두나 “이젠 배우가 나의 정체성”
상대의 뇌를 장악해 기억을 조작한다. 일명 ’브레인 해킹‘. 아무나 가질 수 있는 능력은 아니다. 배두나는 ’인간 병기‘ 한영수를 연기하며 얼굴에서 표정을 지웠다. 세상의 모든 악을 처단하는 감정이 거세된 캐릭터. 배두나는 극도로 절제된 연기로 드라마 ‘가족 계획’에 중요한 정체성을 입혔다.
“제가 원래 연기할 때 표정을 많이 쓰는 사람은 아니에요. 얼굴로 많이 표현하는 것을 선호하진 않아요. 마음으로 감정으로 채우되 표정은 최대한 절제하지만, 그 사이에서 삐져나오는 감정을 선호하죠. 그런데 이번엔 아예 삐져나오는 감정까지 참아야 해서 쉽지 않더라고요.”
특수 교육대에서 철희와 함께 갓난쟁이 아이 둘을 안고 도망쳤다. 더이상 ‘인간병기’로 살 수 없어서다. 배두나는 이 드라마를 ”기괴하고 잔인하며 헛웃음이 나오는 블랙코미디 호러물”고 봤다. 자신이 맡은 인물을 만들어내기까진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첫 걸음은 ‘한영수의 전사’를 파악하는 일이었다.
“과거를 소환해 평범한 인간으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것을 느끼는지에 대해 빌드업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갔어요.”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얻은 한 줄, 한 줄의 힌트는 그의 상상력을 확장한다. 배두나는 “그동안 작가주의 감독님들과 일을 많이 해와서인지 나만의 분석을 가지고 연기를 하지 않는다”며 “작가, 연출님의 도움을 받아 나만의 스토리를 짜고 현장에서 촬영을 하며 영감을 받는다”고 했다.
배두나가 꼽은 가장 어려운 연기는 ‘표정 없는 눈물 연기’였다. 배두나가 ‘브레인 해킹’을 할 때마다 나오는 장면이다. 2회까지 공개된 현재, 매회 한 번씩 등장했다. 그는 “태어나 처음 해보는 연기였다”며 “감정이 들어가야 눈물이 나오는데 감정 없이 눈물을 흘리는 것은 새로운 모험이라 NG가 많이 났다”고 돌아봤다.
배두나는 이 작품을 선택하던 무렵 다소 지친 상태였다고 한다. 영화 ‘다음 소희’와 잭 스나이더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레벨 문’을 연이어 촬영하며 자신을 쏟아냈다. 그는 “작품을 택할 때 전략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작이 영향을 미치긴 한다”며 “많이 지친 상태일 땐 재미난 작품, 좋은 상태면 사회문제를 꼬집는 에너제틱한 연기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장르물에 몰두한 그는 ‘가족 계획’ 이후로는 로맨틱코미디나 슬랩스틱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올해로 데뷔 25주년을 맞았다. 모델 추신 배우로 활동폭을 넓힌 그는 봉준호, 박찬욱을 비롯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와이 슌지, 워쇼스키 남매, 잭 스나이더 등 국내외 저명한 감독들과 작업해왔다. 특히나 지난 10년 동안엔 다양한 작품을 필모그라피에 올렸다. 스스로로 “굉장히 다작을 했다”고 말하는 시기다. 배두나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배우’라는 직업이 나의 아이덴티티가 됐다”고 말한다.
“사실 전 배우가 아닌 한 사람으로는 굉장히 어리바리하고 어설퍼요. 이젠 배우가 아닌 저는 잘 상상이 가지 않아요. 작품을 해나가면서 저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활기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은 질투가 없어서 좋아요. 누구보다 더 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해 조화를 이뤄야 하는 직업이거든요. 연기를 할 때면 제 안에 아주 깊이 있는 결핍 같은 것들이 건드려져요. 그게 제 오랜 활동의 동력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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