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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시리아 내전으로 불 옮겨붙은 레바논 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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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이란 세력 약해진 틈타

기습한 반군, 제2도시 알레포 점령

조선일보

시리아 정부군이 버리고 간 탱크 - 1일 시리아 제2의 도시 알레포 외곽의 한 고속도로에 시리아 정부군 탱크가 버려져 있는 가운데, 반군이 탄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시리아 내전은 2020년 이후 소강상태였지만 지난달 말부터 반군이 알레포를 포함한 주요 지역을 속속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불붙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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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타도를 목표로 봉기한 이슬람 극단주의 반군의 공세가 거침없이 전개되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 조직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이끄는 반군은 2일 시리아 중부 도시 하마를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반군은 전날 시리아 제2 도시 알레포에서 72시간 교전 끝에 정부군을 쫓아내고 8년 만에 재장악에 성공했다. 이날 반군이 장악을 주장한 하마는 알레포에서 남쪽으로 140㎞ 떨어져 있고, 수도 다마스쿠스로부터는 북쪽으로 200㎞ 거리에 있다.

반군의 공세로 8년 동안 소강상태였던 시리아 내전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휴전으로 일시적으로나마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듯했던 중동 정세가 다시 격랑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2011년 3월 중동 민주화운동인 ‘아랍의 봄’ 여파로 발발한 시리아 내전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초기에는 알아사드 대통령의 폭정에 저항하는 민주화 항쟁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반군이 친서방 온건 반군과 이슬람 극단주의 반군 등으로 갈라지고, 혼란을 틈타 이슬람국가(IS) 같은 테러 단체가 발호하고 미국·러시아·이란·튀르키예 등 열강과 주변 강국들이 자국 이해관계에 따라 개입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졌다. 내전 발발 이래 지금까지 62만명이 숨졌고, 알아사드 정권은 자국민에게 화학 무기를 사용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이번 반군 공세는 종파 분쟁의 성격도 있다. 시리아는 인구의 72%가 수니파지만, 집권 알아사드 정권은 시아파 등 소수 정파 연합 세력이다. HTS는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와 같은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로, 알아사드 정권을 타도하고 시리아를 수니파 근본주의 이슬람 국가로 탈바꿈시키는 게 목표다. 영국의 시리아 내전 감시 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는 현재까지 민간인 48명을 포함해 최소 37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는데, 교전 격화로 사상자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군은 시아파의 일원으로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던 헤즈볼라 세력이 크게 약화된 틈을 타 기습 공격을 감행, 전선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레바논 남부를 장악하고 있는 헤즈볼라는 그간 병력 수천 명을 보내는 등 시리아 정부군을 적극 지원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시작된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헤즈볼라가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비롯한 지도부를 잃고 군사 시설이 제거되는 등 수세에 몰렸고, 지난달 27일 휴전에 합의했다. 한 HTS 사령관은 이스라엘 방송 ‘채널12′에서 “헤즈볼라의 휴전 합의를 보고 지금이 시리아를 해방할 때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우리는 헤즈볼라가 우리 지역에서 싸우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며 이란이 시리아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 시리아를 중동 진출의 거점으로 삼아온 러시아가 알아사드 정권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라크 내 친이란계 민병대가 전날 밤 국경을 넘어 시리아로 들어와 정부군을 지원하기 시작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다마스쿠스를 방문해 알아사드와 만나 지원을 약속했다. 러시아도 알레포 내 반군 거점에 대한 대대적 공습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라 적극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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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아비브=김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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