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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임영웅의 열기가 겨울에도 뜨겁습니다.
일찍이 '히어로'로 입지를 굳힌 임영웅이지만, 올해 활약은 더욱 빛났는데요. 가요계는 물론 공연·예능·영화·광고계에서도 맹활약하면서 영웅시대(공식 팬덤명)를 웃게 했죠. 꾸며내지 않은 자연스러운 매력, 뛰어난 예능감, 따뜻한 성품으로 영웅시대는 물론 대중의 눈길도 사로잡았습니다. 그가 뜨기만 하면 각종 신기록이 쏟아진 덕분에 업계 관계자들도 함박웃음을 지었죠.
끝없이 이어지는 임영웅의 인기는 대중문화계 전문가들도 놀라게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데 모여 임영웅의 인기 비결을 분석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들은 임영웅이 여느 가수와 달리 하나의 '사회문화적 현상'이 됐다는 데 입을 모았죠.
(사진제공=물고기뮤직, CJ EN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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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가요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한국대중음악학회·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는 서울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제35회 한국대중음악학회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학술대회는 임영웅을 주제로 그의 음악과 그를 둘러싼 담론을 논의하는 자리였는데요. 김희선 국민대 교수와 김희선(동명) 경기대 교수는 임영웅이 여타 트로트 가수들과는 다른 특유의 창법을 구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삼키는 방식의 창법을 구사한다는 겁니다.
이러한 특징은 TV조선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에서 경연곡으로 선보인 노사연의 '바램' 무대에서 돋보였다는데요. 두 교수는 "'바램'과 같은 곡은 음역의 폭이 좁고 대체로 낮아 자칫 내지르기 쉬운 노래"라며 "임영웅은 후렴 중 크고 힘차게 부르다가도 절제하며 삼키는 듯한 감정 처리로 다른 해석을 보여줬다"고 전했죠.
국문학적(?) 분석도 이어졌습니다. 그가 읊조리는 듯하면서도 정확한 발음을 구사한다는 건데요. ㅅ(시옷), ㅆ(쌍시옷) 등 자음이 만들어내는 치찰음(齒擦音)은 통상 대중가요 보컬에선 거슬리는 소리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임영웅은 치찰음을 자주 활용하면서도 이를 거슬리지 않게 처리했다는 거죠.
여기에 장르를 가리지 않는 맹활약도 거론됐습니다. 임영웅이 트로트 가수로 데뷔했으나 트로트에 국한하지 않고 록·댄스·힙합·포크·재즈 등 활동 장르를 확장하면서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지니게 됐다는 겁니다. 두 교수는 "댄스와 록 장르 곡에서는 트렌디하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발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고 짚었습니다.
스타디움 콘서트를 매진시키는 큰 팬덤을 보유하게 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비롯됐다는 게 두 교수의 분석입니다. 이들은 "팬들은 트로트 본연의 창법을 벗어나는 절제된 창법, 편안한 음색, 진정성 있는 목소리, 가사 전달력, 위로가 임영웅의 본질이며 임영웅을 사랑하는 이유라고 밝히고 있다"며 "임영웅은 트로트를 넘어 아티스트의 면모를 갖추며 국민가수로서의 명성을 얻고, 임영웅이라는 장르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죠.
박애경 연세대 교수는 이날 '임영웅 현상'과 관련해 "트로트에 대한 해석을 달리해 봐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는 "1930년대 유행가로 시작한 트로트는 현재 음악적 특징이 약화하고 범주화하기가 어려워졌다"며 "이에 따라 일종의 '문화 현상'으로 존재한다"고 봤는데요. 이어 "임영웅의 노래가 음악적으로 트로트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행위를 하고 어떤 효과를 만들어내는지 집중해야 한다"고 짚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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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져 있듯 임영웅은 TV조선 '미스터트롯' 초대 '진' 출신입니다. 이후 '뽕숭아학당',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 - 사랑의 콜센타' 등 예능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다가 TV조선과의 계약이 종료된 후에는 수많은 방송사의 러브콜을 거절했는데요. 음악 작업에 몰두하기 위해서였죠.
이후 임영웅은 2022년 5월 첫 정규앨범 '아임 히어로'(IM HERO)를 발매하며, 트로트뿐 아니라 발라드, 댄스, 힙합, 포크,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매력을 가감 없이 보여줬습니다. 발매 일주일 만에 110만 장을 돌파하며 당시 역대 솔로 가수 신기록도 세웠는데요. 통상 앨범 판매량에서 압도적인 수치를 보이는 아이돌 가수들은 중국을 필두로 전 세계 해외 팬들이 앨범을 수만 장씩 구매하는 '공구 열풍'에 힘입곤 합니다. 반면 임영웅은 순수 국내 팬덤의 힘으로 기록을 갈아 치워 화제가 됐죠.
임영웅의 신기록 행진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지난달 20일 '임영웅 리사이틀(RE:CITAL)'은 티켓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전석 매진을 기록, 앞선 공연들에 이어 또 한 번 '매진의 역사'를 썼는데요. 주목할 점은 또 있습니다. 이번 임영웅의 공연이 이달 27일부터 29일까지, 또 내년 1월 2일부터 4일까지 총 6일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다는 거죠.
최대 2만 석 규모를 자랑하는 고척스카이돔, 줄여서 '고척돔'은 입성만으로도 '티켓 파워'를 증명할 수 있는 공연장으로 꼽힙니다. 든든한 팬덤을 지닌 톱 아이돌 그룹이 애용하는 공연장이죠. 임영웅은 이미 2022년 이곳에서 앙코르 콘서트를 진행하며 '고척돔에 입성한 최초의 트로트 가수'가 됐습니다. 이번엔 고척돔에서 '총 6일간' 공연에 나서며 한층 더 물오른 스타성을 증명했죠.
무엇보다 올해 활동이 특별했던 이유는 그간 보기 어려웠던 임영웅의 예능감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뜬 예능의 시청률과 화제성이 치솟는 등 신기록 경신 릴레이는 방송가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났습니다.
임영웅은 지난해 9월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미우새)를 시작으로 tvN '놀라운 토요일'(놀토), JTBC '뭉쳐야 찬다3'(뭉찬3), tvN '삼시세끼 Light'(삼시세끼 라이트) 등에 연달아 출연하며 신비주의를 깼습니다.
임영웅의 출연분은 모두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임영웅이 출연한 '미우새'는 전국 16.1%(닐슨코리아·유료 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당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고, 지난해 최고 기록으로 남았습니다. '놀토'도 전회 대비 두 배 넘는 수치(전국 3.9%)를 찍으며 그해 최고 시청률을 세웠죠.
'뭉찬3'는 임영웅이 출연한 44·45회가 각각 4.4%, 4.5%를 기록했는데요. 임영웅이 출연하기 전 회차인 43회는 1.6%, 임영웅이 떠난 후인 46회는 2.9%를 기록했습니다. 45회의 4.5% 시청률은 '뭉찬'이 시즌3로 돌아온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는데요. 아직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죠. '삼시세끼 라이트'도 임영웅의 출연이 예고편으로 그려진 1회는 11.4%, 임영웅이 본격적으로 활약한 2회는 11.8%의 시청률을 보였는데요. 그가 떠난 3회는 8.7%를 기록하며 '임영웅 효과'를 방증했습니다.
임영웅의 활약은 극장가에서도 이어졌습니다. 8월 말 개봉한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이하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은 임영웅의 상암월드컵경기장 단독 콘서트 실황을 담은 영화입니다.
상암월드컵경기장은 공연업계에서 남다른 위상을 자랑합니다.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이 리모델링에 들어갔기에 현재 국내에선 가장 많은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인데요. 무대를 설치하면 4만5000명 안팎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공연한 가수는 서태지, 빅뱅, 지드래곤, 싸이, 세븐틴, 임영웅, 아이유까지 총 7팀뿐입니다. 임영웅은 서태지, 싸이, 지드래곤에 이어 솔로 아티스트로선 네 번째로 상암에 입성했습니다. 트로트 가수로선, 당연히 최초죠.
이를 영상화한 만큼 영화도 남다른 기록을 썼습니다. 이전까지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콘서트 실황 영화는 글로벌 인기를 구가하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2019)이었는데요. 최종 관객 수 34만2000여 명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임영웅의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은 10월 34만6000여 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하며 이를 제치고 역대 콘서트 실황 영화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죠.
임영웅이 5월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에서 열창하고 있다. (사진제공=물고기뮤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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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절제하는 창법, 드넓은 장르 확장, 남다른 예능감만으론 지금의 임영웅으로 거듭날 수 없었을 겁니다. 임영웅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게 '진정성'이기 때문이죠.
방송가엔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과 이를 통해 주목받은 가수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가 구설에 오르곤 하는데요. 과거 사생활 논란 등이 '파묘'되면서 대중의 비판을 받는 경우도 있죠.
그러나 임영웅은 '미스터트롯' 출연 이후 논란이 파묘되기는커녕 진정성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가수가 꿈이었던 임영웅이지만, 많은 가수가 그렇듯 씁쓸한 무명 시절을 경험한 바 있는데요. 임영웅은 2015년 '포천 시민 가요제', 2016년 KBS '전국노래자랑' 포천 편에서 연달아 최우수상을 받았고, 같은 해 SBS '판타스틱 듀오' 이수영 편에 '홍대 트로트 영웅'으로 출연, 이를 계기로 데뷔앨범 '미워요'를 발매했습니다. 2017년엔 KBS '아침마당'의 인기 코너 '도전 꿈의 무대'에서 5연승도 거머쥐었는데요. 그런데도 대중을 향한 문턱은 높았습니다.
그에게 찾아온 기회는 '미스터트롯'이었습니다. 홀어머니를 떠올리며 부른 노사연의 '바램'으론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고, '보라빛 엽서'로는 원곡자인 가수 설운도로부터 "나도 저렇게 감정을 담아 부르지 못했다"는 극찬을 받으면서 방송에서 가장 주목받는 출연자로 우뚝 섰죠. 결승전에선 137만4748표를 얻어 실시간 국민투표 점수 만점과 함께 1위에 올랐고, 이후론 가요계뿐 아니라 예능·영화·광고계까지 접수하며 지금의 '임영웅'으로 거듭났습니다.
방송 당시엔 임영웅의 오랜 선행도 주목받았습니다. 무명 시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편의점부터 음식점, 공장, 군고구마 판매 등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였지만, 연탄봉사 등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활동과 기부를 꾸준히 해온 건데요. 당장 10월 12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자선축구대회' 티켓 판매 수익금 12억 원 전액을 월드비전과 사랑의열매에 기부하면서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이 선한 영향력은 팬덤도 이어받았습니다. 영웅시대는 정기적인 후원부터 김장봉사, 연탄봉사 등 선한 영향력을 실천해오는데, 특별한 기념일엔 특별기부도 진행하면서 온기를 전달합니다.
임영웅은 팬들에 대한 존중과 애정을 다시 되돌려주곤 합니다. 임영웅의 콘서트 현장에서 이뤄지는 배려는 트로트 팬이 아닌 대중에도 잘 알려져 있죠. 고령의 팬들이 많은 만큼 다른 콘서트장보다 진행요원을 최소 2~3배 많이 배치하고요. 공연장 근처 지하철역부터 콘서트장 길 안내를 돕는 스티커를 부착해놓습니다. 부모님을 공연장까지 데려다주고 또 모시러 가는 자녀들을 위해선 냉난방기가 마련된 대기 공간을 준비합니다. 5월 콘서트 때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관객을 업고 가는 진행 요원의 모습이 공개돼 많은 이들이 감탄한 바 있습니다. 임영웅 역시 이튿날 공연에서 이 진행 요원을 언급하며 "진정한 히어로"라고 감사 인사를 전해 훈훈함을 자아냈죠.
여기에 영웅시대가 또 다른 선행으로 가수에게 감사 인사를 되돌려주는 선순환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가수와 팬덤이 서로에 대한 존중과 영향력으로 하나의 장르를 구축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연말인 지금, 올해 연예계를 되짚어보면 수많은 사건·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임영웅은 매번 온기 가득한 소식을 전해주면서 많은 이들이 엄지를 치켜들게 했는데요. 팬을 넘어 대중이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따뜻한 마음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이투데이/장유진 기자 (yxxj@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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