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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강한 자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긴 자가 강한 것’ 패배를 잊은 흥국생명, 구단 최고 연승 신기록+개막 후 연승 신기록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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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패배’라는 두 글자를 사전에서 지운 듯한 기세다. ‘핑크 거미군단’ 흥국생명이 2024~2025 V리그 개막 이후 파죽의 11연승을 달리며 각종 연승 신기록을 깰 채비를 마쳤다.

흥국생명은 지난 1일 광주 페퍼저축은행 원정에서 세트 스코어 3-0 완승을 거두며 지난 10월19일 현대건설과의 개막전부터 이어져온 개막 후 연승 행진을 ‘11’로 늘렸다.

아직 시즌의 1/3도 지나지 않았지만, 여자 프로배구는 흥국생명의 독주 체제가 굳혀지는 모양새다. 지난 시즌에도 흥국생명은 2라운드까지 11승1패로 마쳤지만, 풀 세트 접전을 5경기나 치르면서 승점에서 손해를 많이 봤다. 이 여파가 결국 시즌 막판 현대건설과의 승점 싸움에서 영향을 끼쳐 승점 1 차이로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내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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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은 다르다. 11연승 과정에서 풀 세트 접전은 지난 12일 정관정전이 유일했다. 승점 손실을 딱 1점만 보면서 승점 32를 쌓아 2위 현대건설(승점 24, 8승3패), 3위 IBK기업은행(승점 21, 8승3패)와의 격차를 넉넉히 벌려놓은 상태다. 독주라는 표현을 써도 무방한 상황이다.

이제 연승과 관련된 각종 기록 ‘도장깨기’에 나선다. 우선 구단 단일 시즌 최다 연승 기록이 눈앞이다. 흥국생명의 기존 단일 시즌 최다 연승은 2007~2008시즌에 기록한 13연승이다. 3연승만 더 거두면 이 기록을 깰 수 있다.

이후엔 여자부 개막 최다 연승이 기다리고 있다. 이 부문 최고기록은 2022~2023시즌에 현대건설이 달성한 15연승이다. 흥국생명이 앞으로 4연승을 더 추가해 현대건설의 개막 후 연승 기록과 타이를 이루게 되면 재밌는 상황이 연출된다. 개막 후 최다연승 신기록인 16연승 도전하는 경기의 맞상대가 현대건설이기 때문이다. 두 팀은 20일 수원체육관에서 3라운드 맞대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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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현대건설이 3경기 모두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며 3전 전승으로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1,2라운드 모두 흥국생명이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를 거두며 챔프전 패배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되갚은 상황이다. 흥국생명으로선 현대건설을 제물로 개막 후 최다연승 신기록을 세울 경우 지난 시즌 챔프전 패배를 완벽하게 설욕함과 동시에 올 시즌 챔프전 직행에 한결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지난 9월말, 10월초에 열린 통영 KOVO컵 대회때까지만 해도 흥국생명의 전력에 대해 우려가 컸다. 조별리그 탈락한 한국생명을 두고 ‘배구여제’ 김연경을 보유한 덕에 봄 배구 진출까지는 가능하겠지만, 과연 챔프전 우승이 가능한 전력인가에 대한 물음표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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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었다. 매경기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떻게든 승리로 만들어내는 데 도가 튼 모양새다.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든 김연경은 득점 5위(214점), 공격 종합 1위(46.84%)로 나이를 잊은 맹활약으로 팀의 중심을 확 잡아주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가장 이름이 늦게 불린 투트쿠 부르주(튀르키예)도 공격과 블로킹에 걸쳐 쏠쏠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김연경의 아웃사이드 히터 파트너 자리에 올 시즌부터 주전으로 올라선 4년차 정윤주도 매 경기 경험치를 먹으며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김수지와 피치가 지키는 코트 가운데도 든든하다.

결정적인 ‘킥’은 득점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지만, 득점을 위한 밑작업에서 큰 역할을 하는 세터와 리베로 자리다. 지난 2년간의 챔프전 패배로 인해 체질 개선이 시급했던 두 자리를 트레이드로 채웠는데, 그 결과는 대성공이다. 페퍼저축은행에서 트레이드해온 ‘저니걸’ 세터 이고은과 IBK기업은행과의 트레이드로 선수단에 합류한 리베로 신연경도 코트를 든든히 지켜주고 있다.

역대 최강의 포스를 뿜어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흥국생명은 매경기 이겨내고 있다. 강한 자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긴 자가 강하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흥국생명. 그들의 연승 행진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당분간은 쉽사리 깨지지는 않을 것 같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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