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시상식장 안 와…"부끄러움 많으셔서 카톡으로 축하 문자만"
2024 K리그1 영플레이어 양민혁 |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차분한 게 아니라 소심한 거였다.
2024시즌 한국 프로축구 최고 히트 상품인 '슈퍼 루키' 양민혁(18)은 29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2024 대상 시상식에서 K리그1 영플레이어상을 받았다.
내심 바랐던 최우수선수상(MVP)은 조현우(울산)가 가져가면서 수상이 불발됐으나 생애 한 번 밖에 못 받는 귀한 상을 거머쥐었다.
여기에 베스트11에도 선정되며 2관왕에 올랐다.
양민혁은 골대 앞에서나 기자회견장,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아이스맨'처럼 차분한 모습을 보여주는 점이 인상적인 선수다.
늘 그랬듯이, 이날 수상 소감을 말할 때도 목소리에 전혀 떨림이 없었다. 얼굴에는 변함없이 잔잔한 미소만 흘렀다.
18세 답지 않은 냉정한 모습은 "왜 부모님이 시상식에 안 왔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무너졌다.
갑자기 쑥스러운 듯 웃으며 얼굴이 붉어진 양민혁은 다소 허둥거리며 "부모님은 그냥 TV로 보시겠다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아들이 생애 처음으로 큰 시상식에서 귀한 상을 받는데 부모님이 참석하지 않는 건 이례적인 일이긴 하다.
2024 K리그1 영플레이어 양민혁 |
양민혁은 "사실 부모님이 부끄러움이 많으시다. 오시라고 초대도 했는데 그냥 집에서 보시겠다고 했다"면서 "아침에 준비해서 나올 때 양복 멋있다고 말씀해주셨다. 상을 두 개나 탄 것에 대해 카카오톡으로 축하한다고 연락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내가 늘 진중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긴 하는데, 사실 낯을 가리고 소심하다 보니까 밖에서 진중하게 봐주는 것"이라고 고백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양민혁의 부모님은 시상식 행사장에 오기는 했다. 다만, 워낙 주목받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성격이어서 호텔 밖에서 시상식이 끝나길 기다렸다고 한다.
기자들, 카메라 앞에서 양민혁이 보여준 차분한 모습의 실체는 '소심함'으로 확인됐지만, 골대 앞의 양민혁이 냉정한 건 여전한 사실이다.
준프로 계약으로 시작한 데뷔 시즌에 무려 12골 6도움을 올리며 지난 시즌 강등권에서 허덕이던 팀이 준우승까지 차지하는 데에 견인차 구실을 하는 건, 냉정하지 못한 골잡이라면 해낼 수 없는 일이다.
양민혁은 이제 유럽으로 간다. 대표팀의 '캡틴' 손흥민이 뛰는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와 이미 지난 7월 계약했다.
2024 K리그1 MVP 조현우, 영플레이어 양민혁 |
토트넘의 조기 합류 요청에 오는 16일 출국해 '새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양민혁이 경기장에서는 지금처럼 냉정함을 유지하고, 생활면에서는 지금보다 조금 더 외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적응은 더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다.
양민혁은 '유럽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좋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지금 계속 생각하고 있다. 해외에서 충분히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상황에 맞게 성격을 잘 맞춰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강원은 최근 6년 사이에 3명의 영플레이어상 수상자를 배출하며 '유소년 육성 명가'임을 재확인했다. 2019년 김지현, 2022년 양현준이 강원 소속으로 이 상을 받았다.
양민혁은 배턴을 이어받아 다음 영플레이어상을 노려볼 만한 팀 후배로 유병현을 꼽았다.
윤정환 강원 감독에 따르면 유병현은 매탄고를 나와 강원에서 훈련하고 있다.
양민혁은 "유병현은 나와 친분이 있으면서 충분한 능력을 갖춘 선수"라고 추켜세웠다.
ah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