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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방관자로 남지 않겠다" 허정무, 축구협회 회장 선거 출마 선언…공약은 허허실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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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 후보자 /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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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허정무 전 대전하나시티즌 재단이사장이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 후보자로 새롭게 태어났다.

허정무 후보자는 25일 오후 2시 서울 올림픽파크텔 아테네홀에서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허정무 후보자는 "대한축구협회의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운영체계는 급기야 시스템의 붕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라면서 "저는 이제 더 이상 방관자로 남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는 이 추락을 멈추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우리 축구를 다시 살려내는 데 작은 밀알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출마의 변을 전했다.

약 열흘 전 출마를 결정했다. 허정무 후보자는 "매스컴에서 '왜 축구를 위한 축구협회인데 축구인들의 목소리가 보이지 않는다. 나서지 않느냐. 자신이 없고 능력이 없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누군가는 축구인을 대변해서 축구를 위한 장이기에 반드시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현 축구협회의 문제점으로 '시스템의 부재'를 꼽았다. 허정무 후보자는 "모든 문제점의 단초는 어디에 있느냐면 의사결정 구조에 있다. 독단적인 운영 방법으로 의사가 전달되지 못했다"라면서 "앞으로 협회는 투명하게 공정하고 상식에 맞는, 혼자만의 결정이 아닌, 윗사람의 눈치만 보고 있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을 지는 풍토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급하게 출마를 결정한 만큼 캠프도 제대로 꾸리지 못했다고 했다. 그만큼 명확한 정책보다는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 "발로 뛰겠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식의 뜬구름 잡는 말이 이어졌다.

홍명보 감독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허정무 후보자는 "저는 후보자일 뿐이다. 계속 가야 하거나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부적절하다. 저에게 기회가 주어져서 그런 상황이 된다면 분명하게 의견을 밝히겠다"고 선을 그었다.

질의응답이 계속되며 본격적인 속내가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계약이 만료된 파주 축구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NFC) 활용도에 대해 강변했다. 허정무 후보자는 "파주트레이닝 센터를 왜 급하게 없앴나. 파주는 요람 중 하나고 지금이라도 파주시와 협의를 하고 좋은 방안을 마련해서 여자축구와 유소년 연령별 대표팀,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 파주시에서 대한축구협회와 (계약) 만료된 후 몇 차례 유찰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천안축구센터가 진행 중이지만 함께 투 트랙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해외 거점 건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허정무 후보자는 "일본은 이미 뒤셀도르프에 해외 거점을 마련했다. 우리도 늦었지만 적극 추진해야 한다"라면서 "거점으로 선수들을 관리하고 체계적으로 해외 진출시키는 데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해주고, 직원들이 선진축구를 받아들이고 경험을 쌓는 교육적 의미도 있다. 우리나라 유스 선수들과 해외거점이 연게가 되어 자연스레 국내 선수들도 무작정 보따리를 싸서 나가는 것보다는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제대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정무 후보자는 신중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지만 "외교적인 면을 보면 독일 도르트문트 등 가능하다. 거기는 날씨가 춥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 생각이지만 남프랑스 보르도부터 바르셀로나를 잇는 지점이 좋다고 생각한다. 스페인 북부 빌바오, 남쪽 말라가도 가능하다"고 이미 위치까지 생각했음을 드러냈다.

박지성과 이영표의 복귀도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허정무 후보자는 "반드시 (복귀)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 주도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알고 있다. 젊고 해외 경험이 풍부한 젊은이들이 대한민국 축구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풀뿌리 축구 활성화를 위한 '마일리지 제도'도 건의했다. 허정무 후보자는 "A매치를 할 때는 표를 구하지 못해 난리다. 국내 아마추어나 프로리그는 자리가 빌 때가 많다"면서 "국내 SNS를 포함한 축구에 관련된 것에 팬들이 참여할 경우 마일리지로 적립이 되어 혜택을 주는 것이다. A매치 우선 관람 기회가 많게 할 수도 있고, 2026 북중미 월드컵 때 응원단 우선 선발의 기회 등. 더 참여를 많이 하고 축구에 대한 사랑을 함께 갈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허정무 후보자는 중요한 순간마다 '사자성어'를 통해 출사표를 남긴 바 있다.

2010 국제축구연맹(FIFA)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나이지리아전을 앞두고 파부침주(破釜沈舟)라는 말을 남겼다.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라는 뜻으로 결사 항전의 의지를 표현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줄탁동시(啐啄同時)'를 화두로 던졌다. '새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알 속의 병아리와 바깥의 어미닭이 함께 몸부림치며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허정무 후보자는 "축구인의 단합과 화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회견장 분위기는 허허실실(虛虛實實)로 요약할 수 있다.

명확한 비전은 알 수 없었다. 투명한 시스템의 구축을 언급했지만 실천 방안은 찾아볼 수 없었다. 본인의 말대로 급하게 출마를 결정했기 때문일까, 대부분의 공약은 머리에 꽂히기보단 말로만 떠돌았다.

다만 몇몇 의견에 대해서는 눈빛을 반짝였다. 파주축구센터가 그랬고, 박지성과 이영표의 복귀, 해외 거점 필요성, 마일리지 제도가 그랬다. 이 부분들은 두루뭉술한 소리보다는 명확한 목소리로 필요성을 부르짖었다.

정몽규 현 회장이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허정무 후보자가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정몽규 회장은 아직 4선 도전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규 회장이 출마한다면 12년 만에 복수 후보자가 선거에 등장한다.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는 다음 달 12일까지 선거운영위원회가 구성되며, 25일부터 사흘간 후보자 등록을 받는다. 선거인단은 대한축구협회 대의원과 산하단체 임원, 지도자, 선수, 심판 등 축구인 약 200여 명으로 꾸려진다.

허정무 후보자가 '현대가' 체제를 끝낼 수 있을까. 한국 축구의 미래에 관심이 쏠린다.[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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