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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좋거나 나쁜 동재' 이준혁, 모두의 취향이 된 개인의 취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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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준혁 인터뷰 / 사진=에이스팩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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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배우 이준혁에게 '좋거나 나쁜 동재'는 민초(민트초코) 같기도 하고, 고수 같기도 하면서 두리안 같기도 한 작품이다. 이토록 마니아틱한 작품이 어엿하게 세상에 나올 수 있고, 또 사랑까지 받으니 내심 기쁘지 않을 수 없다. 이준혁은 자신과 같은 입맛을 향유하고 즐기는 이들을 찾았다는 안도감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좋거나 나쁜 동재'(극본 황하정·연출 박건호, 이하 '좋나동')는 tvN '비밀의 숲'의 스핀오프 시리즈다. 스폰 검사라는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로 인정받고 싶은 검사 서동재(이준혁)의 화끈한 생존기를 그렸다.

이준혁은 "어떻게 보면 마니악하고 독특한 취향의 작품인데 '세상에 나랑 취향이 맞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서 신난다. 저는 독특한 드라마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아서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준혁은 또 작품을 재밌게 만들어준 제작진, 작품을 송출해 준 티빙, 작품을 성사시켜준 소속사 에이스팩토리 등 전방에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작가님, 감독님은 말할 것도 없다. 제가 이런 얘긴 진짜 안 하는데 티빙 대표님도 '이걸 틀어주셨구나' 감사하다. 좀 더 대중적인 걸 할 수도 있고, '비밀의 숲' 인기에 편승하려고 '비밀의 숲' 같은 걸 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독특한 걸 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준혁은 스핀오프지만 '새로워야 한다'는 게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저는 모든 작품을 할 때 다 확신을 갖진 않는다. '이게 무조건 잘될 거다'라는 걸 부정을 하고 그러면 '어떻게 새로운 걸 만들지?' 그게 중요하다고 봤다. 장르가 바뀌지 않으면 단독 작품으로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면서 "사실 저희가 동재 가지고 만들면서 '비밀의 숲'과 '좋나동'을 잘 이어붙여놨지만 어떻게 보면 사실 기존 동재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재라는 캐릭터가 스핀오프로 가져올 때 가져올 게 없더라. 계속 악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오피스물로만 갈 수도 없고. 어떻게 보면 어렵더라. 그래서 '새로운 장르를 입히자' 그래야 저도 할 맛이 나고 작가님들도 해방되실 것 같았다. 작가님들이 판을 계속 재밌게 짜주셔서 사건들을 마무리 잘 해주셨다"고 전했다.

이준혁도 '비밀의 숲'의 동재와 '좋나동'의 동재를 다르게 표현하려 애썼다. "'비밀의 숲' 1 때는 악역으로서의 면을 수행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근데 이번 동재는 속내도 드러내고 마음의 소리까지 있지 않나. 훨씬 더 확장될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면서 이준혁은 "상대방 연기에 다 반응해 줄 수 있는 캐릭터였던 게 좋았다. (박)성웅이 형이 에너지를 높이 쓰니까 동재도 더 화난 동재가 나올 수 있었다. 만약에 (상대가) 교묘하게 했으면 저도 더 교묘하게 했을 것 같다. 그렇게 열린 게 좋았다"고 했다.

다만 이준혁은 "'비밀의 숲2' 때 작가님께 동재는 꼭 죽여달라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자칫 동재에 대한 배우의 애정(?)을 의심할 수 있는 부분. 그 말에 이준혁은 "제 스타일 같긴 한데 동재에 대한 애정이라기보단 '비밀의 숲' 전체에 대한 애정 같다. '비밀의 숲'에서 동재는 '클리셰를 깨서 재밌어'였다. 이건 제 애정이다. 근데 '이게 있어서 또 해'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새롭지 않으면 재미가 없으니까"라고 재차 새로움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준혁은 스스로 다소 '비호감'으로 보이는 캐릭터들에 끌린다고 털어놨다. 그는 "제가 영화에서 재밌게 봤던 많은 캐릭터들이 비호감이었던 것 같다. '장고:분노의 추적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그 캐릭터들이 좋은 점은 뻔하지 않다는 거다. 제가 동재를 좋아하는 건 시즌 1에서는 뻔하지 않아서였다. 그때 들어오는 대본은 다 비슷했다. '내가 새롭게 해볼 만한 게 뭐지?' 해서 동재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린 다 그런 것 같다. 극에서 밉상이더라도 동재는 어느 정도 능력이 있어서 얘가 내 편일 때 오는 판타지가 있지 않나. 그게 재밌는 부분 같다. '슬램덩크'의 정대만, '드래곤볼'의 베지터 같은 인물. 악인이었는데 내 편으로 들어와서 너무 잘하고. 동재도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 '비밀의 숲' 팬들이 봤을 때 '황시목(조승우)한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밉상'일 수도 있는 캐릭터지만 동재의 코믹함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줬다. 하지만 이준혁은 웃기겠다는 생각은 없었다고. 그는 "오히려 진지하게 해야 웃기다. 동재 연기는 정극 연기다. 동재는 엄청 진지하게 하는 거다. 점프 하나도 진지하게 한다. 그래서 달리기 모습은 영화 '터미네이터 2'의 T-1000(로버트 패트릭)을 상상하면서 했다. 제가 연기하는 동재는 거기에 진짜 몰입돼 있고 그걸 밖에서 볼 때 웃긴 거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준혁은 연기하면서는 고통스러웠다고. "치밀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또 달성해야 하는 목표치들이 있기 때문에 연기할 때 재미를 느낀 건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제 성격인데 전 (성취감이) 늦게 온다. 찍을 당시에는 '반응이 안 좋으면 어떻게 하지?' '다음 신은 어떻게 하지?' 거기에 몰두한다. 시간이 흐르고 보면 '내가 이렇게 했구나' '(사람들이) 계속 이 얘기를 하고 있구나' 주변에서 좋아할 때 성취감이 제일 크다"면서 "우리 직업 자체가 성취감이 뒤에 올 수밖에 없는 직업이지 않나. 축구 같은 경우는 골 넣으면 이기고 지고가 명확한데 드라마, 영화는 명확한 것 같진 않다. 시대 흐름도 있고, 찍어놓고 몇 개월 후에 나올 때도 있고. 나중에 돌아보면 재밌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작품은 성취감이 높은 작품일 법하다. 이준혁은 "목표치는 매 신 있고, 매일 있기도 하고, 작품 전체로도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마니아들이 찾는 식당 같은 드라마였으면 좋겠다 했다. 고수 덮밥 같은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강한 향신료들이 일반 방송국에선 보기 힘들지 않나. 그런 맛을 즐기는 마니아들이 생긴 것 같아 다행이다. 좋지 않나. 나랑 같은 입맛인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따뜻함이"라고 비유했다.

"동재 덕분에 나의 독특한 개그감을 통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고마워요. 제 독특한 취향을 많이 공유할 수 있게 해준 캐릭터니까요."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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