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 아파트단지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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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정비 시 보증부 대출 등을 통해 주민의 이주를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고령층 등 분담금 납부 여력이 적은 주민에 대해서는 주택교환 제도나 주택연금을 활용해 노후 아파트 재정비에 따른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금융 지원에도 1기 신도시 정비 사업이 속도를 낼지는 미지수다. 고령층의 경우 오랜 기간 거주한 곳을 떠나는 부담이 크고, 노후 생활자금으로 써야 할 주택연금을 분담금으로 납부하는 데 대한 심리적 저항이 크기 때문이다.
19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노후계획도시 정비 기본방침을 고시했다. 이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기본계획을 세울 때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당장 이달 말 수도권 1기 신도시 선도지구가 지정되면, 이 지역들은 이를 기준으로 재정비 사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이번 고시에서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으로 인한 이주비 등 금융지원이 필요한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제공하는 이주지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금융지원의 예시로 ▲정비사업자금대출 보증 ▲주택교환 제도 ▲주택연금 활용 등을 제시했다.
정비사업자금대출 보증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정비사업의 필요 자금을 조달할 때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금융기관에 대출 원리금 상환을 보증하는 것이다. 이주비의 경우 종전 토지 및 건축물 평가액의 70%까지 보증한다. 주택교환 제도는 고령자 등 분담금 납부의 여력이 없는 자가 소유자의 경우 보유 주택 또는 조합원의 지위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공급하는 공공분양 주택과 교환하는 것이다. 주택 교환 시 차액은 분할해 이주민에게 지급된다.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방안은 주택연금 가입자가 주택연금을 노후계획도시정비사업의 분담금 납부 목적으로 개별 인출할 경우 70%까지 인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한국주택금융공사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금융위원회가 이에 대한 개선에 착수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에 맞춰 금융지원 방안도 확정할 예정”이라며 “노후계획도시 정비 시 단계별로 금융이 필요한 시점과 방식이 달라서 지원 방안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미래도시펀드 등도 활용해 조합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택 자가거주자 및 세입자에 대한 이주지원 서비스 예시. /국토교통부 노후계획도시정비기본방침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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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부 대출은 재건축·리모델링을 하는 1기 신도시 아파트 주민들 전반의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택교환 제도와 주택연금 활용 방안은 고령층 등 분담금에 대한 부담이 큰 주민에 집중하는 지원책인 만큼 노후 아파트 재정비에 대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주민들의 부담을 덜게 할 수 있다. 최근 일부 정비 사업이 조합설립 단계와 관리처분 시점의 매출액·사업비가 달라져 분담금이 급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금융 지원으로 주민 간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지원 방안으로도 노후 아파트 정비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보증부 대출은 향후 집값 상승에 따른 차익을 기대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 분담금과 이주비를 충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출의 필수 조건이 집값 상승인 셈이다. 하지만 현재 3기 신도시부터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향후 20만세대가 넘는 주택이 공급되면서 1기 신도시가 재정비되더라도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확신하긴 어렵다.
또, 인근 공공주택으로 교환을 하는 방식도 거주지를 이동하는 데 심리적인 저항이 큰 고령층을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택연금 역시 집을 담보로 한 노후 생활자금을 미리 빼서 쓰는 구조여서 대다수 고령층의 지지를 받기는 힘들 전망이다. 결국 분담금 부담에 따른 주민 간 갈등은 1기 신도시 선도지구가 지정되더라도 재정비까지 시간이 다소 걸리는 변수가 될 수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분당 등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신청 시에도 분담금과 이주 문제는 주민 간 갈등 요소가 됐다”며 “용적률 조정 등을 통해 사업비를 최소화해도 이주에 대한 부담이 있는 주민들도 있어 기대만큼 빠르게 정비가 이뤄지진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김유진 기자(bridg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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