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정체에 올해 내수 기업 주가 내리막…신세계 -26% 농심 -20%
강달러로 소비 둔화 장기화 우려…수출·내수 동반 부진에 증시 휘청
5%대 고물가 지속, 수출에 내수까지 부진 |
(서울=연합뉴스) 곽윤아 기자 = 소비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자 유통, 식품 등 내수 기업의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다.
'트럼프 포비아'로 수출 전망이 어두워진 가운데 내수까지 힘을 못 쓰자 코스피가 속절없이 휘청이는 모양새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백화점과 편의점 등 국내 유통 기업의 주가는 올해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연초 이후 주가 추이를 보면 지난 15일 기준 신세계[004170]는 25.79% 떨어졌으며, 이마트[139480](-19.58%), 현대백화점[069960](-18.53%), 롯데쇼핑[023530](-17.2%) 등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282330]은 20.71% 내렸으며,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007070]도 9.76% 떨어졌다.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업태를 가리지 않고 유통주 전반이 극심한 부진을 겪은 것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8.98%)과 비교하면 하락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식품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 기간 농심[004370] 주가는 19.9% 떨어졌고, 오리온[271560]은 16.36%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삼양식품[003230] 주가만 148.61% 오르며 홀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불닭볶음면 등 라면 제품을 필두로 한 수출이 이 같은 랠리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초 증권가 안팎에서는 연말로 갈수록 내수 기업의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뚜렷해진 물가 안정세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내수 개선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지난 3분기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5% 증가하는 데 그쳤고, 10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도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2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내려 잡으며 "내수 회복이 생각보다 더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역시 15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경기를 평가하며 그간 써왔던 '내수 회복 조짐'이라는 표현을 7개월 만에 뺐다.
이에 비교적 선방한 실적에도 내수 기업의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증권가는 이들 기업의 목표주가를 낮춰 잡고 있다.
일례로 지난 11일 신세계에 대한 분석 리포트를 낸 증권사 8곳 중 5곳(한국투자·NH투자·삼성·대신·DB금융투자)은 목표주가를 20만~22만원에서 17만~21만5천원으로 내렸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본업인 백화점이 예상보다 양호한 성과를 달성했지만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며 "투자자들의 내수 소비에 대한 우려가 한 단계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 후 코스피가 다른 국가에 비해 유독 흔들리는 것은 내수 부진이 코스피의 중심을 잡아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충격이 발생했을 때 한국 증시가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런 현상이 부각되는 것은 소비 부진에 내수 기업 주가마저 코스피를 지지해주지 못하는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내년 상황도 좋지 않다. 트럼프 당선 이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웃도는 가운데, 고환율이 수입 가격을 밀어 올려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내수 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 결정도 어려워져 내수 부진 장기화라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공산도 크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원화가 추가로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일 수 있다"며 "트럼프 정책에 따라 내년 국내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환율 불안이 한국은행의 조기 추가 금리 인하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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