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WFC 운영 맡은 후 연맹 재정난 심화…"지금이 변화의 적기"
새 운영 주체 찾는 게 축구계 과제로…대한축구협회 나설까
환영사하는 오규상 한국여자축구연맹회장 |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5선이 유력한 한국여자축구연맹의 오규상 회장이 다음 시즌부터 여자 실업축구 WK리그 운영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맹은 인력·재정난에 더는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나 16년간 이어진 여자축구 최상위 리그의 안정성이 위협받게 된 만큼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오 회장은 1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본래 우리의 정체성은 순수 아마추어 단체였다. 지금까지 어쩔 수 없이 사실상 프로인 WK리그를 맡아왔지만, 사정상 더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중·고교와 대학교까지 유소녀 선수들을 키워내는 데 역량을 집중하려 한다"며 "감정적 결정이 아니다. 예전부터 WK리그와 연맹의 분리를 고려해왔다"고 덧붙였다.
대한축구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지난 6일 오 회장의 연임 신청을 승인했다. 현재로서는 2008년부터 연맹을 이끌어온 오 회장에 맞설 후보가 없어 5선이 유력하다.
이번에도 임기를 채울 시 20년간 여자축구 수장을 맡게 되는 오 회장은 '5기 집행부'를 꾸리면 가장 먼저 WK리그와 연맹을 분리하는 조처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명문으로 꼽히던 이천 대교가 2017년 돌연 해체되고, 연맹이 창녕WFC를 새로 운영하면서 재정 문제가 매년 악화했다.
최근 수년간 문화체육관광부의 보조금이 줄어든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후원사들도 이탈하면서 재정난이 심해졌다.
W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 |
국세청 공익 법인 공시를 보면 2021년까지 매년 30억원가량 유지됐던 보조금은 2022년 25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20억원으로 떨어졌다.
올해에는 그마저도 여력이 없어 대한축구협회로부터 7억원가량을 지원받았다.
원년인 2009년부터 WK리그를 통해 수익 모델을 짜는 데 실패한 연맹으로서는 리그가 지속될수록 재정난이 가중되는 구조라 항상 분리를 고민해왔다.
지난해 재미동포 여성 사업가로, 워싱턴 스피핏(미국), 올랭피크 리옹 페미닌(프랑스), 런던시티 라이어니스(잉글랜드) 구단주인 미셸 강 회장과 접촉한 오 회장은 재정 역량과 비전을 갖춘 그에게 WK리그 운영 전권을 맡기는 방안을 고려하기도 했다.
앞으로 WK리그를 어떻게 운영할지는 8개 구단이 자체 법인을 세우든, 상위 기관인 대한축구협회가 나서든 축구계가 머리를 맞대서 풀어야 할 과제라는 게 연맹의 입장이다.
기뻐하는 강채림 |
5선에 성공하면 연맹을 '순수 아마추어 단체'로 탈바꿈할 거라는 오 회장은 WK리그 존속에 들어가던 자금을 행정 역량을 강화하는 데 쓸 것이라고 밝혔다.
연맹 사무국 인원은 4명뿐이고, 당장 마케팅·홍보·재무·국제적 커뮤니케이션 등 저변확대에 필요한 전문 인력이 없다.
그러면서 꾸준히 예산 지원이 이뤄지도록 축구협회와 관계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문체부나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 행정을 꾸릴 예산을 협회에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이렇다 할 운영 주체가 보이지 않은 가운데 연맹이 별다른 대안 없이 물러나기로 하면서 2009년부터 200명가량의 선수가 활약하는 WK리그의 안정성도 크게 위협받게 됐다.
전업 선수들이 뛰지만, 프로가 아닌 실업 리그로 분류되는 WK리그는 연맹이 관장해온 기간 자체 수입원을 창출하지 못했고, 관중 동원력도 떨어졌다.
축구협회 통합전산시스템을 보면 올 시즌 WK리그 한 경기 평균 관중은 261명이었다.
창녕WFC는 146명이었다. 공교롭게도 최다 관중팀은 군국체육부대인 문경상무로 평균 455명이었다.
유일하게 입장료를 받는 수원FC(183명)의 평균 관중도 200명이 안 됐다.
지난해 인천 현대제철 선수들 |
pual07@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