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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트럼프 인수위, 군 살생부 작성 중”... ‘깨어있는 장군들’ 숙청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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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24년 7월 17일 미 위스콘신주 밀워키 피서브 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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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해고할 군 간부들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측이 작성 중인 ‘군 살생부’는 이른바 진보 성향의 ‘깨어있는 장군들’(Woke Generals)과 2021년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때 책임자들이 주요 타깃이 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트럼프 인수위의 ‘살생부 계획’이 공개된 건 트럼프 당선인이 폭스뉴스 진행자인 피트 헤그세스(44·예비군 소령)를 국방장관에 파격 발탁한지 하루 만이다.

“깨어있는 장군들 은퇴시켜야”… 전례 없는 軍인사폭풍 예고

로이터는 이날 소식통 2명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 인수위원회가 해고될 군 장교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있으며, 명단에는 합동참모본부(합참)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는 미 국방부에서 전례 없는 인적 쇄신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전날 “트럼프 당선인은 행정명령으로 장군들을 숙청하기 위한 이사회를 만들 계획”이라며 “이를 설립하는 행정명령 초안을 작성 중”이라고 보도했다. WSJ이 입수한 행정명령 초안에는 ‘전사위원회(Warrior Board)’가 작성한 장성 리더십 평가에 따라 해고 대상자 명단을 작성하고, 대통령이 승인하면 30일 이내에 현재 계급에서 물러나게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사위원회는 은퇴한 군 장성으로 구성된다. 트럼프 인수위 관계자는 WSJ에 “국방부, 특히 합동참모본부의 규모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할 계획”이라며 “군 규모는 너무 커졌고, 저조한 성과를 보인 3성, 4성 장군은 은퇴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깨어있는 장군들’에 대해 비판해 왔다. 그는 지난 6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난 진짜 싸울 줄 아는 장군들을 알고 있다. ‘깨어있는 장군’이란 군대에 있을 수 없다”며 “군의 목적은 깨어있는 것에 있는 게 아니라 승리에 있다. 깨어있는 장군들을 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WSJ은 “과거 트럼프 당선인은 깨어있는 장군들을 은퇴시키겠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는 군기를 무너뜨리고 다양성을 추구한 것으로 보이는 장교들을 의미한다”고 했다.

헤그세스도 올해 저서 ‘전사들의 전쟁(The War on Warriors)’에서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우리가 국가를 방어하고 적을 물리칠 준비가 되도록 국방부 고위 지도부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며 “많은 사람을 해고해야 한다”고 썼다.



☞워크 장군 (Woke general): 트럼프 당선인은 군 내 진보 성향의 장성들을 ‘워크 장군(Woke general·깨어있는 장군)’이라고 비판해왔다. Woke는 깨어나다라는 뜻의 영어 동사 ‘Wake’의 과거형이다. 워크는 통상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을 중시하는 생활양식을 뜻한다. PC는 다양성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추구해 일상에서 성소수자 등 소수 계층이나 약자에 대한 편견을 타파하고 배려하려는 움직임을 말한다. 하지만 '워크'는 지나치게 PC에 몰입하는 것에 대한 조롱과 비난의 의미로도 사용된다.



“트럼프는 파시스트” 비판한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 라인이 첫 타깃

로이터에 따르면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 라인의 장교들이 우선 숙청 대상이다. 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밀리가 승진시키고 임명한 모든 사람이 사라질 수 있다”며 “밀리와 관련된 모든 사람을 정리한 명단이 있다”고 했다. 마크 밀리는 지난달 출간된 밥 우드워드의 책 ‘전쟁’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본질적으로 파시스트”라며 “이 나라에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밀리를 합참의장으로 밀어줬던 건 트럼프 당선인이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이던 2018년 말 조지프 던퍼드의 뒤를 이을 합참의장으로 밀리를 지명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의견을 무시하고 밀리를 밀었다.

밀리 후임으로 임명된 공군 출신인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도 숙청 대상으로 거론된다.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헤그세스는 “브라운은 능력보다는 자신이 흑인인 걸 내세워 온 사람”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시절인 지난 2020년 공군 전투기 조종사였던 브라운을 공군 참모총장에 임명했다. 하지만 브라운이 국방부의 다양성 프로그램을 지지한다고 밝히자 트럼프를 비롯한 공화당 측은 그를 향해 날선 비판을 해왔다. 브라운은 2023년 바이든 행정부에서 합참의장으로 승진했다.

트럼프의 ‘軍 물갈이’ 폭 얼마나 될까

로이터는 “트럼프 측의 군 장교 해고 계획은 아직 초기 단계로,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구성되면서 변경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대대적인 군 인사 폭풍 가능성에 대한 전망도 엇갈린다.

일부 전·현직 미국 관리들은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전쟁이 치열해지는 등 전 세계가 혼란스러운 시기에 이러한 군 인사 개편은 불필요하고 파괴적인 일이 될 것”이라며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 가능성을 낮게 봤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 소식통은 “미국 군 고위 간부들을 대량 해고하고 교체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이런 계획은 트럼프 측근들의 허세와 엄포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소식통은 “트럼프 캠프는 합참을 축소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며 “그러한 감축은 미군 규모의 조직에서는 견딜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최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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