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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직접 WK리그 시상식 연 까닭은…"여자축구 미래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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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가 주최한 2024시즌 WK리그 시상식
[촬영 이의진]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 리버사이드 호텔에서는 '이색적인 축구 행사'가 열렸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선수협)가 여자 실업축구 WK리그 시상식을 개최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 시즌을 결산하는 시상식은 리그를 진행하는 연맹이나 협회가 주최한다.

선수들이 직접 행사를 열어 서로를 격려하는 건 드문 일이다. 수상자도 선수들끼리 투표로 결정했다.

WK리그를 담당하는 한국여자축구연맹도 2022년과 2023년 연속으로 시상식을 열었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느끼기에 이 시상식에서는 한 시즌 그라운드를 열심히 누빈 선수들은 주역이 아니었다.

WK리그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초·중·고·대학부 최우수팀을 추가로 선정하는 전체 시상식으로 규모를 키우면서 연맹이 관할하는 전 영역으로 스포트라이트가 분산됐다.

세종 스포츠토토에서 활약하다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골키퍼 강가애 선수협 부회장은 "WK리그만의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였고, 선수들에게 목표 의식과 동기를 심어주고 싶었다"며 "여자축구를 더 알리고 발전시키고자 마련한 시상식"이라고 말했다.

선수협 공동 회장을 맡은 지소연은 "한국여자축구연맹에서 여는 시상식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진행된 부분이 있었다. 베스트11 선정도 없었고, 거리가 있어서 선수협 차원에서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은퇴한 국가대표 출신 골키퍼 윤영글도 "작년에 선수협을 대표해서 WK리그 시상식에 초청받았는데, 주인공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던 선수들이 자리가 없어서 뒤에 서 있어야 하는 상황이 아쉬웠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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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공동회장을 맡은 지소연
[촬영 이의진]


그러면서 "상은 선수들에게 엄청난 동기부여를 끌어내는 요소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상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우리만의 축제를 만들자고 건의했다"고 덧붙였다.

A매치 127경기를 소화한 베테랑 센터백으로, 선수협 이사를 맡은 김혜리(인천 현대제철)도 "(처음 팀에) 입단했을 때 시상식이 없었다. 이런 흐름이 그저 당연한 줄 알았는데, 우리 구기 종목 중 여자축구만 시상식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이런 것부터 바뀌지 않으면 다음 세대의 여자축구 선수들은 발전이 없는 상태로 운동해야 한다. 그런 부분이 걱정돼서 조금 더 크게 목소리를 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선수협 어드바이저로 활동하는 윤영글은 이번 시상식을 통해 여자축구연맹과 선수들 사이 간극이 생기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윤영글은 "선수협과 연맹을 따로 나누자는 게 아니다. 선수들은 연맹과 같이 가야 한다"며 "당장 바뀔 수 있는 부분은 없다는 걸 나도 안다. 그런데도 미래를 보고, 이제 시작하는 초, 중 고교 선수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 존중받는 환경에서 축구하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맹과 우리가 싸우려는 목적이 절대 아니다. 합심해서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도록 건의드리는 것뿐"이라며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선수들이 환영받을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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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선수로 뽑힌 쿄카와와 소감을 통역하는 지소연
[촬영 이의진]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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