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C 관련주 투자로 평가손익 1500억 이상
연기금의 BTC 직접투자는 현재로선 사실상 불가
현물 ETF 승인 여부가 기관 BTC 투자의 갈림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비트코인(BTC)이 신고가 랠리를 이어가면서 국민연금도 간접적인 수혜를 누리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투자한 BTC 관련주의 평가액이 투자금의 3배 가까이 불어났기 때문이다. 평가손익이 1500억원이 넘는다. 사실상 '간접투자'로 큰 이득을 누리면서 기관의 BTC 투자가 막혀 있는 한국의 현실도 재조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3분기 말 기준 마이크로스트레티지 24만5000주와 코인베이스 26만5646주를 보유 중이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BTC 최다 보유 기업으로 알려진 곳이며 코인베이스는 미국의 가상자산 거래소다. 두 종목은 대표적인 BTC 테마주로 통한다. 국민연금의 각각 평균 매입 단가는 146.34달러와 95.69달러다. 12일 기준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주가는 356.59달러, 코인베이스는 319.13달러다. 두 종목 합계 원금 6127만달러를 투입한 국민연금의 평가액은 1억7213만달러로 불어났다. 평가손익이 1억1086만달러(약 1560억원)다.
BTC '간접투자' 지적에 화들짝…직접투자 사실상 불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SEC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3분기 코인베이스에 처음 투자했으며 올해 2분기에는 마이크로스트레티지를 포트폴리오에 신규 편입했다. 이를 두고 국회를 중심으로 BTC '간접투자'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가상자산에 투자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연금은 해외 주식에 MSCI(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 인덱스)를 추종하는 방식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코인베이스와 마이크로스트레티지가 MSCI에 편입되면서 자동으로 매수됐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BTC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국민연금법상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증권과 파생상품으로 투자대상이 한정되는데, 가상자산은 증권과 파생상품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다. 국민연금이 현재 BTC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 시장에서 거래되는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하는 것이다. ETF는 증권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미국의 BTC ETF를 매수한 적은 없다. 2017년부터 금융사의 가상자산 보유와 투자를 일괄 금지하고 있으며 현물 ETF 국내 승인을 여전히 미루고 있을 정도로 가상자산에 보수적인 곳이 한국이다. 가상자산을 여전히 투기로 보는 여론도 큰 걸림돌이다.
가상자산 '갈라파고스' 갈림길? 현물 ETF 승인이 관건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의 연기금·공제회도 법이나 내규로 BTC 투자가 막혀 있다. 한국교직원공제회의 경우 3년 전 BTC 투자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사실 무근'이라는 홈페이지 공지까지 신속하게 낼 정도로 방어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연기금이 직접 BTC에 투자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올해만 봐도 위스콘신주 투자위원회, 미시간주 퇴직연금에 이어 최근 영국 연기금 전문기업 카트라이트가 자산의 3%를 BTC에 투자했다.
'가상자산 대통령'을 자처하며 BTC를 미국의 전략적 자산으로 비축할 계획을 밝힌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BTC의 위상은 날이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 따르면 BTC의 최근 1년간 상승률은 134%에 달한다. 모든 자산을 통틀어 봐도 압도적인 수익률이다. 13일 현재 시가총액이 1조7200달러(약 2420조원)에 달한다. 은(銀)과 엎치락뒤치락하는 수준이며 코스피·코스닥 합계 시가총액(12일 현재 2356조원)을 추월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자산이 규제 때문에 투자가 막혀 있다는 점은 '갈라파고스'를 자처하는 것"이라며 "현물 ETF의 국내 승인 여부가 향후 기관투자의 갈림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