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바이든·트럼프 백악관서 악수 “원활한 정권 이양 감사”

트럼프 “정치는 쉽지 않지만, 오늘은 좋은 날…매우 감사”

바이든 “최선 다해 돕겠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에 앞서 미소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정권 인수 방안을 논의했다. 둘은 대선 기간 날선 발언을 주고받았지만 이날은 악수와 덕담을 나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6월27일 바이든의 참패로 끝난 CNN 주최 대선 후보 TV 토론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가 백악관을 찾은 건 2021년 1월 20일 대통령 퇴임 이후 약 3년 10개월만이다. 만남은 현직 대통령이 후임자인 당선인을 초청하는 백악관 전통에 따라 바이든이 제안해 성사됐다.

이날 둘은 서로 이름을 부르면서 인사를 나눴다. 바이든은 트럼프에게 “권력 이양이 순조롭게 이뤄지길 바란다”며 “(백악관에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이에 트럼프는 “정치는 어렵고, 세상엔 대개 좋지 않은 일이 더 많다”면서도 “다만 오늘은 좋은 날이다. (환영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양측은 초반엔 굳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지만 모두(冒頭) 발언이 끝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을 땐 미소를 지었다. 이후 논의는 비공개로 진행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1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20년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던 트럼프는 퇴임 직전 당선인이었던 바이든을 백악관에 초대하지 않았다. 바이든도 재선 도전을 선언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트럼프를 축출하는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이날 바이든은 결과에 승복하면서 트럼프를 맞았다. AP 등은 “(대통령과 당선인의 만남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평화적 권력 이양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바이든은 내년 1월 20일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거의 2시간 동안 이어진 회동이 “품위 있고 화기애애하며 실질적이었다”고 했다. 회동에는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비서실장과 트럼프가 비서실장으로 내정한 수지 와일스도 동석했다. 트럼프의 배우자 멜라니아 여사도 바이든의 배우자 질 여사의 초대를 받았지만 선약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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