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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Y리뷰] 오컬트의 탈을 쓴 맹목적 부성애…매력 없이 부유하는 '사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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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에는 붕어가 없어도 괜찮다지만, 찐빵에 앙꼬가 없다면 찐빵의 매력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오컬트 호러 장르를 표방하지만 오컬트보다도 가족애에 초점을 맞춘 영화 '사흘'은 마치 팥 대신 콩을 넣은 찐빵처럼 이질감으로 가득 찬 작품이다.

'사흘'은 심장 이식 수술 후 기이한 행동을 일삼던 딸이 구마 의식 후 사망한 뒤, 장례를 치르는 3일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딸 소미(이레 분)의 주치의로서 심장 이식을 집도한 의사 승도(박신양 분)는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딸을 살리려고 한다. 한편 소미의 심장에 악마가 깃들었다는 것을 알고, 이를 퇴치하려는 신부 해신(이민기 분)은 나 홀로 고군분투를 펼친다.

한국식 장례 순서에 맞춰 1일 차 운명(殞命), 2일 차, 입관(入棺), 3일 차 발인(發靷)이라는 소제목 아래 극을 진행시키는 영화는 언뜻 소재와 전개 방식 모두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러나 초반부를 지남과 동시에 힘과 방향성을 잃으며 오컬트 장르로서의 매력을 완전히 상실한다.

무엇보다 영화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것은 아빠이자 의사인 주인공 승도의 맹목적인 부성애다. '사흘'은 오컬트 위에 가족애라는 레이어를 한층 덧입혀 전에 없던 장르적 재미를 추구하는 듯 보이지만 눈에 띄는 것은 오로지 광기에 가까운 부성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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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자연적이거나 비밀스러운 주제, 알 수 없는 존재에서 오는 긴장감과 두려움은 오컬트 영화 만의 매력이지만 '사흘'의 동력은 그저 주인공의 부성애 뿐이다. 러닝타임 내내 가장 많이 나온 장면은 딸의 이름인 '소미'를 부르짖는 박신양 배우의 모습일 정도다.

오컬트와 가족 드라마가 결합됐다기보다는, 가족 드라마 위에 한 방울의 오컬트를 어설프게 떨어뜨린 모양새인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불필요한 곁가지가 추가되며 극이 한층 더 산만해졌다는 것이다. 마치 두 장르의 충돌과 다름없다.

소미의 심장에 깃든 악마의 정체와 이를 숭배하는 집단, 해신이 구마 사제가 된 과거의 사건 등 영화는 지나치게 많은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하지만 이는 긴장감도 없고, 무섭지도 않고, 기괴하지도 않으며, 궁금하지조차 않은 정보들인 탓에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는 데는 끝내 실패하고 만다.

오컬트와 가족 드라마 둘 중 그 무엇의 매력도 살려내지 못한 영화가 높아진 관객 눈높이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기대보다도 걱정이 앞선다.

영화 '사흘'. 현문섭 감독 연출. 배우 박신양, 이민기, 이레 출연. 러닝타임 95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4년 11월 14일 극장 개봉.

YTN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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