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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 감독의 신작 ‘글래디에이터2’(사진)는 블록버스터라는 이름이 걸맞은 영화다. 치열한 해전으로 시작해 콜로세움 검투까지 작품 전체에 웅장한 볼거리가 넘친다. 아날로그 세트를 최대한 활용한 영상은 고전미를 더한다. 영웅의 성장담과 제국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이 작품의 격에 어울린다.
13일 개봉하는 이 작품은 2000년 개봉한 ‘글래디에이터’의 후속작이다. 1편에서 20여년이 흐른 시점으로, 로마는 쌍둥이 황제의 폭정에 병들어가고 있다. 출생의 비밀을 가진 루시우스는 아카시우스 장군이 이끄는 로마군의 침략으로 가족을 잃고 노예로 전락한다.
로마로 끌려온 루시우스는 마크리누스의 눈에 띄어 검투사로 발탁된다. 루시우스는 결투를 거듭하며 이름을 알리고, 아카시우스 장군에 복수하기 위해 칼을 간다. 한편 아카시우스 장군은 황제 폐위를 계획 중이다. 마크리누스 역시 권력의 정점에 오르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
‘글래디에이터2’의 백미는 검투 장면들이다. 살라미스 해전을 기념하기 위해 콜로세움에 물을 채우고 배를 띄운 뒤 상어까지 풀어 싸우는 장면은 상상력이 빛난다. 코뿔소를 탄 검투사, 흉폭한 개코원숭이와의 결투도 이색적이다. 로마에는 야생동물과 싸움을 전문으로 하는 검투사 등 24개 유형의 검투사가 있었는데, 이번에 상당수가 등장한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코뿔소 액션’을 1편에서 연출하고 싶었으나 기술적 한계로 포기해야 했다. 이번에는 기계식 코뿔소를 제작해 촬영한 뒤 시각효과를 더해 장면을 완성했다.
결투 무대인 콜로세움은 로마 유적의 약 60% 크기로 직접 만들었다. 1편에서 콜로세움 세트의 부지로 사용했던 몰타의 리카솔리 요새에 14m가 넘는 높이의 세트를 제작했다. 로마의 궁전과 거리도 재현했다. 세트 제작에만 1000여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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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프로듀서 루시 피셔는 “그린 스크린과 인공지능(AI)이 넘쳐나는 시대에 어쩌면 직접 만든 마지막 위대한 세트장일지 모른다”며 “오래전 사라진 고대 로마의 거리를 걸으며 모두가 영광이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글래디에이터2’에서는 아날로그 세트장만이 줄 수 있는 질감이 전해진다.
이 작품은 볼거리는 대단하지만 메시지는 강렬하게 와 닿진 않는다. ‘글래디에이터2’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가졌던 ‘로마의 꿈’을 되찾는 과정을 담았다. 약육강식의 장이 된 로마가 정의를 회복하고 ‘힘과 명예’ 사이 균형을 맞추는 과정을 통해 모든 시민을 위한 이상적 제국이 어떠해야 하는지 묻는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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