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JTBC가 공개한 CCTV 영상에는 태권도 관장 A씨가 저지른 만행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영상에서 그는 키 101㎝에 몸무게 14㎏으로 또래보다 몸집이 작고 약했던 B군을 태권도장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B군이 A씨를 올려다보며 말을 건네자 그는 손바닥으로 여러 차례 머리를 때렸다. 그러더니 태권도장 한편에 돌돌 말아 세워놓은 높이 약 124㎝ 매트 구멍에 B군을 거꾸로 처박는다.
폭이 약 20㎝인 구멍에 갇혀 숨을 쉴 수 없게 된 B군이 "살려달라"며 발버둥 쳤음에도 A씨는 다른 아이들과 장난을 치며 그대로 방치한다. B군이 매트에 갇혀 다리가 축 늘어지고 매트 아래로 사라졌음에도 A씨는 들여다보기만 할 뿐 그대로 방치했다.
결국 B군이 매트 밖으로 꺼내진 것은 약 27분 뒤로 혼수상태에 빠진 상황이었다. A씨는 아동체육학을 이수하고 유소년스포츠지도사 자격증에 응급구조 관련 교육도 받았지만 어떤 구호 조치도 하지 않았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증거가 될 수 있는 CCTV 영상 삭제였다.
결국 B군은 사건 발생 11일 만인 지난 7월 23일 사망했다. 사인은 '저산소성 뇌손상'이었다. 당시 유족은 회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료진의 소견에 따라 병원 측과 협의해 연명치료를 중단했다.
B군 어머니는 "(병원에) 식물인간이라도 좀 만들어줄 수 있겠냐, 제발 부탁 좀 한다고 무릎 꿇고 빌었다. 바짓가랑이 잡고 빌어보고 했다"며 "(화장장에) 관이 오지 않냐. 관이 너무 작았다"고 눈물을 쏟았다.
이어 "(A씨에게) 'CCTV를 왜 지웠냐'고 물어봤더니 유치장에 있을 때는 '별거 없다'고 했다"며 복구한 CCTV를 보고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다른 아이들도 수없이 매트에 넣었다"며 "단순한 장난이었다"고 변명했다. 그러면서 "아이의 사망은 학대가 아닌 연명치료 중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CCTV를 삭제한 것에 대해서는 "무서워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태권도장의 다른 아동들도 유사한 학대를 당해온 정황이 추가로 발견됐다. 아이들은 관장이 매트에 자신들을 끼워 넣는 등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고, 한 아이는 관장이 "무섭다"고 진술했다.
현재 A씨는 아동학대 살해죄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검찰은 A씨의 CCTV 삭제 시도를 근거로 살해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객관적 사실은 인정하나 인과관계 및 미필적 고의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 경기도 양주의 한 태권도장에서 4세 아동이 30대 관장으로부터 학대를 당하고 있는 모습. 혼수 상태에 빠진 아이는 11일 뒤 끝내 사망했다. /사진=JTBC 갈무리 |
박효주 기자 ap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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