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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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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보험금 금융사가 관리… 883조 시장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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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보험금 청구권 신탁’ 도입

미성년 유족 등에 줄 돈 맡아서 운용

상속분쟁 예방 ‘안전장치’ 역할 기대

생보사들 고객 유치 사활 건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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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8월 의정부지방법원은 이혼 후 자녀들을 키운 친부 A 씨가 친모인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양육비 청구소송 항고심에서 “B 씨는 A 씨에게 과거 양육비로 1억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3년 전 자녀 C 씨가 교통사고로 숨졌는데, 자녀와 장기간 교류가 없었고 양육도 안 했던 B 씨가 법정상속인으로서 수령 가능한 최대 금액인 8670만 원의 보험금을 수령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처럼 사망보험금이 연락을 끊고 살던 가족에게 엉뚱하게 흘러가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보험금 청구권을 신탁할 수 있게 시행령을 개정함에 따라, 이제 사망보험금을 금융사에서 맡아 피상속인이 원하는 대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 사망보험금도 신탁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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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의 시행으로 ‘보험금 청구권 신탁’이 도입된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개정으로 사망보험금 3000만 원 이상인 고객은 누구나 보험금 청구권 신탁에 가입할 수 있다.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 종신보험에 가입한 대부분의 금융 소비자가 대부분 신탁을 활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신탁이란 특정 재산을 관리하는 수탁자(금융사)가 수익자(고객)를 위해 정해진 목적에 따라 재산을 관리, 처분하는 것을 뜻한다. 전체 인구에서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신탁 시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탁 자산 규모는 1310조 원으로 불어났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구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과정에서 상속재산 규모와 치매 고령자 수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신탁 시장 규모도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판매된 신탁 상품은 부동산, 퇴직연금, 펀드 등을 대상으로 했다. 보험성 재산은 신탁이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의 시행과 함께 보험금도 신탁 재산으로 허용된다. 금융사가 고객을 대신해 ‘사망보험금’을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재산을 물려주는 피상속인(고객)이 자신의 사망보험금을 신탁사(금융사)에 관리해 달라고 지시하면, 신탁사는 피상속인이 원하는 구조로 보험금을 관리해 수익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자녀를 위해 남겨둔 종신보험이 이혼한 전 배우자의 몫으로 가지 않도록 하거나, 낭비벽이 있는 자녀의 탕진을 막는 차원에서 보험금 수령 대상을 손주로 지정할 수도 있다.

증권사 퇴직연금 담당 임원은 “보험금과 상속 관련 분쟁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보험금 청구권 신탁은 이 같은 분쟁을 예방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법정 대리인이 보험금을 임의로 써 버릴 가능성을 차단하는 구조를 짤 수도 있어 자녀가 성년에 도달하기 전부터 관리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 보험업계, 새 시장으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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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서는 이번 제도 시행과 함께 국내 신탁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보험사들이 보험금 청구권 신탁 분야에서 새 먹거리를 발굴해 보려는 분위기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 22곳의 사망 담보 계약 잔액은 883조 원에 달한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들이 종신보험을 주력으로 판매해온 만큼, 고객들의 생애주기별로 맞는 상품을 제공하는 데 차별화된 강점을 지니고 있다”며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을 계기로 ‘신탁업 자산관리’ 서비스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생보사가 많은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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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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