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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한국서 여섯시즌, 코리안 드림 완성은 득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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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생애 첫 K리그1 득점왕에 도전하는 FC서울 스트라이커 스타니슬라브 일류첸코(가운데). 팀 동료이자 수퍼스타인 제시 린가드(오른쪽)가 어시스트를 약속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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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 번도 시즌 목표를 세운 적이 없어요. 자칫 욕심을 부리게 되니까요. 다음 경기만 생각합니다.”

프로축구 FC서울의 공격수 스타니슬라브 일류첸코(34·독일)는 차분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개성 넘치고 자유분방한 유럽 출신 선수 같지 않았다. 인터뷰하는 내내 조곤조곤한 말투로 동료들을 치켜세우는 겸손한 자세를 유지했다. 올 시즌 14골(득점 2위)을 터뜨리며 서울(현재 4위)을 5년 만에 K리그1 파이널A(1~6위)로 이끈 특급 골잡이인데도 당돌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라운드에선 물론이고 밖에서도 선수들이 일류첸코를 ‘최고’로 인정하는 이유를 알 만했다. 최근 서울의 훈련장인 경기도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그를 만났다. 일류첸코는 “축구는 팀 스포츠다. ‘튀거나 혼자 잘해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임했더니 어느덧 한국에서 여섯 시즌째 뛰고 있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일류첸코는 대기만성형 선수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그는 5세 때 가족과 독일로 이민을 갔다. 어린 시절 축구를 시작했지만,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20세 때 독일 6부리그 베스트팔리아 죄스트에서 시작해 5부 베스트팔리아 리네른(2011~13년)을 거쳐 3부 오스나뷔르크(2013~15년)에 입성했다. 분데스리가는 2부의 벽도 높았다. 일류첸코는 오스나뷔르크와 뒤스부르크(2015~19년·3부) 등 7년간 3부리그에 머물렀다. 좌절한 그는 축구를 포기하려 했다. 그때 K리그 포항 스틸러스의 제안을 받았다. 고민 끝에 2019년 여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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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스타니슬라브 일류첸코가 구리 FC서울 연습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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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첸코는 “한국을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했다”며 “K리그에서 인생을 바꿀 만한 지도자를 만났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지도자는 당시 포항을 이끌던 김기동 현 서울 감독이다. 일류첸코는 김 감독의 지도를 받으면서 특급 골잡이로 거듭났다. 2019시즌엔 절반(18경기)만 뛰고도 9골을 터뜨려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듬해인 2020년엔 19골을 몰아치며 전성기를 맞았다. 이후 전북 현대로 이적해 2021년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등 탄탄대로를 달렸다. 2022년 7월엔 다시 서울로 옮겼다. 그런데 위기가 찾아왔다. 2022시즌 후반기 7골, 2023시즌 5골에 그치는 부진에 빠졌다. 그러자 ‘한물갔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일류첸코는 낙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은사’ 김기동 감독이 2024시즌을 앞두고 서울 지휘봉을 잡은 것이다. ‘일류첸코 사용법’의 일인자로 불리는 김 감독은 빠르고 패스가 정확한 공격 파트너들을 배치해 일류첸코의 득점포 재가동을 도왔다. 그러자 일류첸코는 김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올 시즌 14골을 넣은 그는 리그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다. 득점 선두인 인천 유나이티드의 무고사(15골)와는 불과 한 골 차다. 두 경기가 남은 상황이라서 역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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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일류첸코는 “감독님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다. 한 시즌 만에 사라지는 외국인이 수두룩한 K리그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주신 분”이라며 “한국에서 우승 트로피도 들어 봤고, 베스트11에도 뽑혔다. 아직 이루지 못한 한 가지, 득점왕을 차지한다면 ‘코리안 드림’이 완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일류첸코를 돕기 위해 또다시 팔을 걷어붙였다. 일류첸코는 “감독님이 ‘득점왕으로 만들어주겠다’고 말씀하셨다. 그 얘기에 힘이 펄펄 난다”며 처음으로 씩 웃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출신 팀 동료인 제시 린가드도 ‘도우미’를 자청했다.

일류첸코와 린가드는 함께 식사하고 놀이공원도 찾는 친한 친구가 됐다. 린가드는 인터뷰 도중 문을 박차고 들어오더니 마치 랩을 하듯 “일류첸코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고, 득점왕이 될 녀석”이라며 “내가 어시스트를 몰아줘서 반드시 득점왕으로 만들 것”이라며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나갔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일류첸코는 “남은 경기가 많지 않지만, 19골 이상을 목표로 삼았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도 욕심이 난다”고 말했다.

구리=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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