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연정 구성 이래 갈등 반복
내년도 예산안 짜는 과정에서 내분 '폭발'
총리 "내년 1월 의회 신임 투표" 제안에
야당 "당장 사퇴, 조기총선 치러야" 압박
독일 연립정부가 무너졌다. 사회민주당(SPD) 소속 올라프 숄츠 총리가 연정 구성 초기부터 함께 일해 온 자유민주당(FDP) 소속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부 장관을 전격 경질한 것이다. 빨간색이 상징색인 SPD와 노란색인 FDP, 그리고 녹색당으로 구성돼 '신호등 연정'으로 불리는 현 독일 연정은 2021년 12월 출범 이래 '아슬아슬한 동거'를 이어 왔으나, 국민적 불신 누적에다 경제 침체까지 맞물리며 결국 파국을 맞게 됐다.
일단 숄츠 총리는 '내년 1월 의회 신임 투표'를 제안하며 시간을 벌려 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들은 '당장 사퇴하라'며 맞서고 있어, 독일 정국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흐르는 모습이다.
6일(현지시간) 독일 도이체벨레(DW) 등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이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전술을 너무 자주 사용했고,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이기심을 가졌으며, 너무 자주 나의 신뢰를 깨뜨렸다"며 린드너 장관을 비난한 뒤, 그의 해임 소식을 직접 발표했다. 이어 "더 이상 (린드너와 함께) 진지한 국정 운영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숄츠 총리는 공식 절차에 따라 린드너 장관 해임을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신호등 연정의 세 정당은 추구하는 가치가 전혀 다른 탓에 출범 이후 줄곧 마찰을 빚어 왔다. SPD가 경제·사회적 불평등 해소에 방점을 찍는 반면, FDP는 친(親)기업·자유주의 노선을 취하고 있다. 녹색당은 기후·환경 의제를 중시한다. 그러나 독일 경제 경고음이 울리면서 이견 노출이 잦아졌고, 내년도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분란은 격화했다.
내년도 예산안 짜는 과정에서 내분 '폭발'
총리 "내년 1월 의회 신임 투표" 제안에
야당 "당장 사퇴, 조기총선 치러야" 압박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6일 독일 베를린에서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부 장관 해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
독일 연립정부가 무너졌다. 사회민주당(SPD) 소속 올라프 숄츠 총리가 연정 구성 초기부터 함께 일해 온 자유민주당(FDP) 소속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부 장관을 전격 경질한 것이다. 빨간색이 상징색인 SPD와 노란색인 FDP, 그리고 녹색당으로 구성돼 '신호등 연정'으로 불리는 현 독일 연정은 2021년 12월 출범 이래 '아슬아슬한 동거'를 이어 왔으나, 국민적 불신 누적에다 경제 침체까지 맞물리며 결국 파국을 맞게 됐다.
일단 숄츠 총리는 '내년 1월 의회 신임 투표'를 제안하며 시간을 벌려 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들은 '당장 사퇴하라'며 맞서고 있어, 독일 정국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흐르는 모습이다.
숄츠 "재무장관과 함께 국정 운영 불가"
6일(현지시간) 독일 도이체벨레(DW) 등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이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전술을 너무 자주 사용했고,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이기심을 가졌으며, 너무 자주 나의 신뢰를 깨뜨렸다"며 린드너 장관을 비난한 뒤, 그의 해임 소식을 직접 발표했다. 이어 "더 이상 (린드너와 함께) 진지한 국정 운영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숄츠 총리는 공식 절차에 따라 린드너 장관 해임을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신호등 연정의 세 정당은 추구하는 가치가 전혀 다른 탓에 출범 이후 줄곧 마찰을 빚어 왔다. SPD가 경제·사회적 불평등 해소에 방점을 찍는 반면, FDP는 친(親)기업·자유주의 노선을 취하고 있다. 녹색당은 기후·환경 의제를 중시한다. 그러나 독일 경제 경고음이 울리면서 이견 노출이 잦아졌고, 내년도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분란은 격화했다.
그리고 이달 1일 갈등이 폭발했다. 린드너 장관이 '연정의 경제 정책은 실패했다'는 취지의 18쪽짜리 문건을 독자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해당 문건에는 세금 감면, 복지 혜택 삭감, 기후위기 대응 축소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제안이 담겼다. 숄츠 총리는 예산안 합의를 위해서라도 연정 내 갈등을 봉합하려 했지만, 대(對)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물론 이번 파국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도 많다. 지난 9월 주의회 선거 참패 후 FDP가 "결단의 가을을 만들겠다"며 연정 탈퇴 의사를 내비쳐 왔다는 이유에서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부 장관이 6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
"내년 1월 신임 투표" 제안했지만... 반응은 '글쎄'
숄츠 총리는 "내년 1월 15일 연방의회에 나에 대한 신임 투표를 부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회의 신임 투표 결과에 따라 조기 총선 실시 여부도 결정될 수 있다며 "불신임 땐 내년 9월로 예정된 총선을 3월로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만약 의회가 숄츠 총리를 신임하면 SPD와 녹색당이 소수 정부를 유지할 수 있다. 다만 개별 안건마다 야당과 협조하는 것이 쉽지 않아 소수 정부로 존속한다 해도 수명이 길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숄츠 총리는 "제1야당인 기독민주당(CDU)과 조속히 대화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야권 반응은 부정적이다. 야당들은 숄츠 총리의 '스케줄'을 거부하며 "최대한 빨리 총리 신임투표 및 총선을 치러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린드너 장관도 해임에 앞서 "내년 1월로 총선을 앞당기자"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