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11년 만의 K리그2 우승과 승격을 자축하는 현수막을 들고 홈팬들과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치는 FC 안양 선수단. 내년 시즌부터 K리그1에 참가하는 안양은 ‘옛 안양팀’ FC 서울과 새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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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프로축구 K리그1(1부)에선 20년 한이 담긴 역대급 더비가 펼쳐진다. 바로 FC 안양과 FC 서울의 맞대결이다.
두 팀의 대결 구도는 지난 2일 안양이 K리그2(2부) 우승과 함께 창단 11년 만에 K리그1 승격을 확정 지으며 완성됐다. 시즌 최종전을 남기고 승점을 62점으로 끌어올린 안양은 2위 충남아산(57점)과의 격차를 5점으로 벌려 일찌감치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안양은 지난 2019년과 2021년, 2022년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승격 기회를 잡았지만, 번번이 패배하며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올해 3전 4기에 성공해 창단 이후 첫 1부리그 진출의 감격을 맛봤다.
안양은 프로축구 연고 이전의 아픔을 간직한 도시다. FC 서울의 전신인 안양 LG 치타스의 연고지로 뜨거운 축구 열기를 자랑했지만, 안양 LG가 지난 2003년 겨울 ‘서울 복귀(럭키금성 시절 연고지)’를 전격 선언하며 이듬해 FC 서울로 거듭나면서 하루아침에 무주공산으로 변했다. 이후 지역 축구인들을 중심으로 ‘안양시민프로축구단’ 창단을 위한 움직임이 이어졌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진 못했다. ‘예산 확보’라는 궁극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탓이다.
지지부진하던 창단 노력이 급물살을 탄 건 안양 LG를 응원하던 축구 팬들이 시민단체를 만들어 가세하면서부터다. 이후 최대호 현 안양시장이 지난 2010년 ‘프로축구단 창단’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고, 3년 만인 지난 2013년 시민구단 형태로 ‘FC 안양’이라는 이름의 깃발을 다시 세울 수 있었다.
승격을 확정하고 기뻐하는 FC 안양 골키퍼 김성동(아래)과 김다솔. [사진 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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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의 상징색은 보라색이다. ‘홍득발자(紅得發紫·아주 붉은 것은 이미 보라색이다)’라는 고사성어에서 유래했다. 안양 LG 시절 빨강을 상징색으로 사용해 응원하던 팬들이 FC 안양으로 새출발하며 ‘굴곡진 지난 역사를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담아 보랏빛을 선택했다. 안양 서포터스 ‘A.S.U 레드’는 선수들을 응원하며 ‘수카바티(Sukhavati·산스크리트어로 극락을 의미) 안양’을 목청껏 외친다. 10년 만에 힘겹게 축구팀을 되찾아 얻은 즐거움을 다신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안양 LG 시절 안양 팬들은 K리그 역사상 가장 뜨거운 라이벌전으로 회자되는 수원 삼성과의 ‘지지대 더비’ 구성원으로 주목 받았다. 이 또한 연고지 이전과 함께 FC 서울과 수원 삼성의 ‘수퍼매치’로 바뀌었고, 현재는 수원의 K리그2 강등으로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내년 시즌에는 FC 안양이 애증의 팀 FC 서울을 상대로 새로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두 팀의 역사와도 맞물려 있어 역대급 뜨거운 승부가 예상된다. 안양 응원가에는 ‘안양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바보 같은 녀석들’이라는 가사가 있다. 유병훈 안양 감독은 “창단을 위해 청춘을 바친 팬들 덕분에 지금의 안양이 있다”며 “안양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바보 같은 녀석들에게 (우승과 승격의 영광을) 바친다”며 다음 시즌 선전을 다짐했다.
안양과 서울은 지난 2017년 코리아(FA)컵 32강전에서 맞붙은 적이 있다. 당시 안양 팬들은 “다른 팀은 몰라도 서울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열정적인 응원에도 불구하고 0-2로 패했지만, 안양 팬들은 “고개를 숙이지 말자”며 서로를 격려했다. 안양 LG 시절부터 꾸준히 관중석을 찾았다는 김정민 씨는 “우리는 그 팀(FC 서울)의 이름을 입에 담지도 않는다. 20년간 쌓인 원한을 내년 K리그1 무대에서 압도적인 응원으로 승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동 서울 감독은 “서울은 K리그 무대에서 여러 가지 스토리를 바탕으로 다양한 라이벌을 두고 있는 팀”이라면서 “건전한 경쟁 구도라면 얼마든지 환영한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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