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일대에서 개신교계 임의 단체인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조직위원회\'가 동성결혼 합법화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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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는 보수 개신교계가 최근 들어 트랜스젠더에 대한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 남성이 성별을 바꿨다고 선언한 뒤 곧바로 여자화장실에 들어갈 수 있다거나,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성 정체성에 부합하는 공공시설을 사용하면 성범죄가 늘어 여성 인권이 위협받게 된다는 식의 주장이다. 교계 안에서도 차별과 혐오를 선동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027 한국교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유튜브 채널에 4일 들어가 보니, 트랜스젠더에 대한 반감과 공포심을 유발하는 내용이 많았다. 미국인 여고생들이 “(차별금지법이 도입된 탓에) 여자 탈의실에 생물학적 남자가 들어와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호소하거나 한국사 ‘1타강사’ 전한길씨가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경우) 남자가 ‘나는 여자다’라고 선언하면 곧바로 여자화장실에 들어가도 된다”, “입대를 앞두고 남자가 여성으로 성전환하겠다고 하면 군대 안 가도 된다”고 주장하는 내용 등이었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소수의 인권을 위해 다수의 인권이 침해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송지은 변호사(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는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은 트랜스젠더란 사실이 드러날까 봐 위축감도 굉장히 크다.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는 게 이들의 현실인데, 보수 기독교계 주장을 보면 ‘상상 속 괴물’을 그린 채 전혀 현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가 2021년 발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589명 중 241명(40.9%)이 공중화장실 이용에서 성 정체성으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했는데 이들은 △음료·음식을 먹지 않거나(39.2%) △남녀공용이나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거나(37.2%) △화장실 이용을 포기(36%)하는 방법으로 화장실 이용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트랜스젠더가 성별 정정을 인정받는 과정도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에선 200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트랜스젠더들의 성별 정정 길이 열렸지만, 그 기준을 규정한 법률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고 대법원이 마련한 사무처리지침(외부 성기를 포함한 신체 외관의 변하고 생식능력이 없을 것)이 이를 대체하고 있을 뿐이다. 대법원은 2020년 2월, 건강이나 경제적 이유로 수술이 어려운 이들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이 지침도 성별 정정 ’허가 요건’에서 ’참고사항’으로 바꿨다. 하지만 일선 법원에서 수술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적지 않아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은 ‘전향적 판결’이 나온 법원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도중에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성 정체성에 부합하는 공공시설을 사용하는 것과 범죄 위험성 증가는 관련이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는 2016년 화장실을 포함한 공공시설에서의 트랜스젠더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유시엘에이(UCLA) 로스쿨 윌리엄스 연구소는 2018년 이 법률 시행과 공공시설에서의 범죄 발생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했는데, 범죄 사건 발생 수나 빈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연구소는 “트랜스젠더의 공중 화장실 이용 등이 여성과 어린이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란 주장은 근거 없는 편견”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진실을 외면한 보수 개신교계에 대한 비판은 교계 내부에도 존재한다.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원장인 민김종훈 자캐오 신부는 “트랜스젠더 여성과 ‘순수한’ 여성을 갈라치기 하며 차별금지법 반대를 위한 목소리를 결집하는 것”이라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내부의 문제를 외부의 적으로 돌리는 허수아비 때리기를 하는 셈인데, 과거엔 그 방식이 반공이었다면 지금은 트랜스젠더 등 사회적 소수자를 타기팅하는 모양새다. 굉장히 비겁한 행태”라고 꼬집었다. 앞서 성 소수자와 연대하는 기독교인 모임 ‘무지개예수’, 섬돌향린교회 등 53개 단체도 “성 소수자를 향한 혐오 발언과 차별적 행동은 단순히 개인적 신념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인 해악을 끼치는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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