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집 맛난 얘기] 발산 아우네
우리가 흔히 ‘고기 맛이 좋다’고 할 때 그 맛의 결정 요인은 세 가지다. 바로 연도, 향미, 다즙성이다. 연도는 고기를 먹을 때 느끼는 부드러운 정도다. 향미는 미각과 후각으로 느껴지는 좋은 향과 맛, 그리고. 다즙성은 고기를 씹을 때 유출되는 촉촉한 성질이다. 이 세가지 요소는 숙성을 통해 개선이 가능하다. 고깃집 <발산 아우네> 주인장 김대형 씨는 숙성육 전문가다. 숙성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오랫동안 최적의 숙성도를 찾느라 고심했다. 단순히 도축된 고기를 사다 팔기만 해서는 고급화한 고객의 입맛을 맞추기 어렵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도출된 그의 숙성육 연구는 이제 숙성 단계에 도달했다.
고기 맛이 달라졌어요! 육질 향상의 마술, 숙성
고깃집 주인이라면 누구나 양질의 고기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고기의 성질에 대해 알지 못하면 모두 소용없는 일. 김씨의 숙성육도 이런 배경에서 출발했다. 그렇다면 어떤 고기가 좋은 고기인가?
도축하기 전 동물의 근육은 부드럽다. 도축 직후까지도 그 부드러움은 유지된다. 그러나 도축하고 난 고기는 사후강직으로 근육이 매우 단단하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부드러워진다. 동물은 덩치가 클수록 사후 강직이 느리다. 닭은 4시간이면 풀리지만 소는 24~48시간이 지나야 경직된 근육이 풀린다. 숙성이란 도축 후 굳은 근육이 차츰 풀리면서 육질이 연해지고 맛이 좋아지는 현상이다. 그냥 두어도 고기는 저절로 숙성이 된다. 그러나 사람이 먹기에 좋은 숙성 상태로 육질을 지속시키려면 인위적으로 고기의 보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고기 맛이 달라졌어요! 육질 향상의 마술, 숙성
고깃집 주인이라면 누구나 양질의 고기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고기의 성질에 대해 알지 못하면 모두 소용없는 일. 김씨의 숙성육도 이런 배경에서 출발했다. 그렇다면 어떤 고기가 좋은 고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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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하기 전 동물의 근육은 부드럽다. 도축 직후까지도 그 부드러움은 유지된다. 그러나 도축하고 난 고기는 사후강직으로 근육이 매우 단단하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부드러워진다. 동물은 덩치가 클수록 사후 강직이 느리다. 닭은 4시간이면 풀리지만 소는 24~48시간이 지나야 경직된 근육이 풀린다. 숙성이란 도축 후 굳은 근육이 차츰 풀리면서 육질이 연해지고 맛이 좋아지는 현상이다. 그냥 두어도 고기는 저절로 숙성이 된다. 그러나 사람이 먹기에 좋은 숙성 상태로 육질을 지속시키려면 인위적으로 고기의 보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숙성은 산도(pH), 온도, 시간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진다. 또한 숙성 작용에는 미생물, 효소, 영양소가 영향을 미친다. 이런 변수들을 고려하여 최적의 상태로 육질을 숙성시키는 노하우를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숙성시킨 고기가 맛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러나 어떻게 숙성시켜야 맛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숙성은 크게 습식 숙성(Wet Aging)과 건식 숙성(Dry Aging)으로 나뉜다. 습식 숙성은 1960년대 이후 진공포장재가 개발된 이후, 고기를 외부 공기와 차단시킬 수 있는 방법이 가능해지면서 발달했다. 건식 숙성은 공기 중에 고기를 노출시켜가면서 숙성시키는 방법이다. 습식 숙성에 비해 숙성된 고기 맛이 좀 더 느끼하고 단백질의 농축에 따라 맛이 진하다. 그러나 공기 중에 노출된 부분이 7~35일 정도 경과하면서 어두운 색으로 변색이 된다. 변색된 부분은 상품가치가 떨어져 떼어버린다. 경제적 손실이 많은 방식이어서 대개 고급 호텔이나 유통업체에서 사용한다.
숱한 고기 버려가며 터득한 ‘잘 삭히는’ 숙성 기술
숙성을 거친 고기는 색깔이 밝은 적색을 나타내며 광택이 나고 탄력이 있다. 또한 숙성이 진행되면서 연도가 증가하여 고기가 부드럽고, 글루타민산과 이노신산의 효과로 맛이 좋아지고 향미도 높아진다. 숙성 작업은 애초에 서양에서 목초로 기른 질긴 소고기 스테이크를 연하게 먹기 위해 시작되었다. 붉은 고기인 소나 돼지 고기는 그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숙성을 시켜야 한다. 김씨도 이 사실을 알고 숙성에 관한 자료와 논문을 두루 섭렵했지만 국내에는 숙성에 관한 자료가 의외로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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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숙성은 삭음과 썩음의 경계로 비유한다
김씨에 따르면 숙성은 시간에 따라 지속되기 때문에 산화도 함께 진행된다고 한다. 위생 상태가 불결해 미생물이 많은 고기는 그 과정에서 숙성이 되기도 전에 부패해버린다고. 만일 고기가 부패되지 않는 보장만 있다면 아주 오래 숙성시켜서 더 다양한 맛을 내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씨는 위생과 청결이 최상의 상태에서 도축된 고기만을 엄선한다. 제대로 된 숙성육을 만들려면 미생물에 오염되지 않은 청정육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엔 이런 사정을 몰라 숙성 전문가인 김씨도 숱한 고기를 썩혀버렸다. 숙성의 마지막 맛을 잡아내기 위해 극한까지 밀고 가다 보면 어느새 고기가 썩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렇게 버린 고기가 아마 돈으로 치면 1000만 원어치 정도는 될 거라고 한다.
김씨는 장기간의 습식 숙성 후 짧은 건식 숙성을 중간에 실시한다. 습식과 건식숙성을 모두 거치는 셈이다. 최초 랩으로 진공포장을 한 뒤 -1℃에서 수분을 보충해가며 간접 냉각 방식의 숙성고에 저장한다. 숙성 기간 중 산도를 측정해가며 숙성 상태를 점검한다. 고기는 -1.63℃에서 얼기 시작하기 때문에 온도 관리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얼리지 않으면서 숙성 가능 하한온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숙성의 성패를 좌우한다.
웰던으로 구운 숙성육에 한우국밥으로 마무리
숙성 전문가인 김씨가 숙성시켜 내놓은 대표적인 고기가 ‘40일 숙성 암소한우’(150g 2만7000원)다. 다른 집은 한우의 등급이 높은 것을 자랑으로 삼는데 이 집 메뉴판에는 3등급 암소 한우를 쓴다는 것을 눈에 띄게 적어놓았다. 우리나라 한우 등급분류 기준이 외국과는 달리 마블링 과다 여부에 너무 치우쳤다는 것이다. 사실 숙성의 대상은 지방이 적은 3등급 소고기가 오히려 적당하다. 메뉴 이름에도 명기했듯 이 집은 40일 숙성 한우를 쓴다. 보통 15~20일을 넘기지 않는 다른 집 숙성육에 비하면 숙성 기간이 긴 편이다. 일종의 과숙성이다. 과일로 치면 아주 농익은 맛이 난다. 와인이나 김치가 잘 익으면 제 맛이 나는 것처럼 고기도 마찬가지다. 연하고 부드러운 육질에 깊은 풍미의 감칠맛이 난다. 글루타민산의 양을 최고치로 높였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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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시켰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잘 숙성된 고기를 제대로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진정한 고기의 맛을 보려면 생고기보다는 숙성육으로, 레어(rare)보다는 웰던(welldone)으로 구워야 더 깊이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김 씨도 고기가 익을 때, 표면이 갈색으로 변하는 마이아르 반응을 강조한다. 그래야 잘 볶은 커피 풍미가 더 좋은 것처럼 고기 풍미가 높아지고 육즙도 보존된다는 것이다. 이 집은 숙성육을 최적으로 구울 수 있는 로스터 시스템을 김씨가 직접 구해서 설치했다. 고기도 종업원이 구워준다. 굽기 전에 온도를 측정, 최적의 온도에서 고기를 올린다. 변함없는 그릴링 컨디션을 위해 고기가 올라가는 불판도 2주에 한 번씩 코팅을 한다. 암소 한우 외에 돼지고기 숙성육도 판매한다. 3.5cm 두께의 삼겹살과 목살로 150g에 1만2000원씩이다. 마치 양식집 스테이크처럼 두툼하지만 제대로 숙성시켜 일반 삼겹살에 비해 풍미가 뛰어나다.
목살이나 살겹살, 묵직한 숙성 암소 고기를 먹고 난 뒤에 한우국밥(8000원)으로 마무리하면 금상첨화다. 등심 한 채를 들여오면 숙성시켜 실제 고기로 파는 부위는 4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찌개나 국밥용 고기로 쓴다. 그래서 국밥에는 암소 한우 고기가 아주 푸짐하다. 주인장이 직접 만든 고추기름에 무와 대파를 넉넉히 넣어 시원하고 개운하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했던가? 이 말도 이젠 앞으로 "숙성육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는 말로 바뀔지 모르겠다. 친구, 연인, 식구, 동료 등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숙성육처럼 그렇게 곰삭았으면 좋겠다. 진국 같은 사람, 깊이 익은 사귐들이 늘어나면 세상은 한결 살맛이 날 텐데…
<발산 아우네> 서울시 강서구 가양동 1453 전화: 02-3661-5026
기고= 글사진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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