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찰스 3세의 대관식 모습 |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성공회 수장인 찰스 3세 국왕이 왕세자 시절 교회에 대한 소견을 밝힌 사적인 편지가 경매 과정에서 공개됐다.
1일(현지시간) 일간 더타임스와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찰스 3세는 1998년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친구인 더들리 포플락에게 보낸 편지에 "개인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정교회의 훌륭하고 불변하는 전통에 더욱 끌린다"고 썼다.
그는 이어 "그들이야말로 유일하게 역겨운 정치적 올바름(loathsome political correctness)에 오염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영국 성공회나 다른 기독교 종파의 어떤 점에 찰스 3세가 불만이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더 타임스는 "1994년 영국 성공회는 여성 사제를 처음 서품했는데 당시 왕실이 이에 반대했다는 징후는 없었다"며 "동성애 커플에 대한 사제 축복 같은 문제로 전통주의자들의 비판을 받은 건 이 편지의 25년 뒤"라고 해설했다.
찰스 3세는 그리스 정교회와 강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아버지 필립공은 그리스 왕실 출신으로 정교회에서 세례받았다가 엘리자베스 공주(엘리자베스 2세 여왕)와 결혼하기 전 성공회로 개종했다.
지난해 5월 찰스 3세의 대관식에서는 합창단이 시편 71편을 그리스어로 낭송했으며, 찰스 3세는 올해 초 암 진단을 받은 이후 그리스 정교회 성직자의 영적 조언을 받아 온 것으로 전해진다.
1998년 8월 24일자로 된 이 편지는 '친애하는 더들리에게', '당신의 영원한, 찰스'를 손으로 쓰고 본문은 타자로 쳤다. '사적이고 기밀'이라는 표시도 찍혀 있다.
찰스 3세는 편지에서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에 관한 내 글을 읽었다니 기쁘다. '프랑켄슈타인' 미래에 관한 전망은 내게 우울함과 절망을 준다"며 "모든 것의 동력이 돈이고 지혜는 막을 수 없는 듯한 마케팅 앞에 사라지고 있다"고도 썼다.
이 편지 수신인인 포플락은 왕실 건물 인테리어를 여러 차례 맡은 인물로 2005년 사망했다.
찰스 3세의 이 편지를 포함해 왕실과 관계된 서한 6통이 콘월에 있는 레이스경매에 올라 1천700파운드(약 300만원)에 낙찰됐다.
레이스경매 측은 "왕실은 원칙적으로 정치적 언급을 하지 않게 돼 있으나 이는 사적인 서신에서 나온 언급"이라고 설명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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