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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트럼프 지지자들은 “쓰레기”라던 바이든의 해명…어포스트로피(‘)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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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지지자 전체 아니라, 푸에르토리코 비하한 ‘지지자의’라는 뜻”

대선 1주일 앞두고 투표권 없는 푸에르토리코 가 양당의 공격 소재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한 코미디언이 지난 27일 트럼프 유세에서 연사로 나와 “푸에르토리코는 쓰레기 섬(a floating island of garbage)”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다음날 논평을 요구 받았다.

27일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는 뉴욕시 매디슨 스퀘어 가든 유세에서 “여러분이 아는지 모르겠는데, 지금 바다 한 가운데에는 말 그대로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 있다. 푸에르토리코라고 불린다”고 말했다. 푸에르토리코는 미국령이지만, 주민들은 미국 대선 투표권이 없다.

그러나 힌치클리프가 이 말을 하자, 이번 선거 결과를 결정지을 몇 안 되는 경합주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주(선거인단 19표)에 사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유권자들 사이에선 ‘들불’처럼 반(反) 트럼프 분위기가 번졌다.

펜실베이니아에서 푸에르토리코 출신자는 전체 인구의 8%를 차지하며, 펜실베이니아는 미국에서 푸에르토리코 출신이 네 번째로 많은 주다. 알렌타운이나 리딩 같은 도시는 아예 이 섬 출신이 인구의 절반을 넘는다.

힌치클리프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민주당 측이 집요하게 물고 들자 “나는 푸에르토리코를 사랑한다. 거기서 휴가도 즐긴다”고 소셜미디어 플랫폼 X에 썼다. 그리곤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뜻으로 “나는 모든 사람을 소재로 해 웃기는 코미디언이다. 전체 발언 맥락을 봐라. (당신들) 생리대 갈 시간이 된 것 같은데”라고 덧붙였다.

대선 1주일 앞두고 민주당에겐 호기(好機)인 이 분위기를 바꾼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었다. 그는 다음날 ‘라틴계 투표(Voto Latino)’라는 단체가 주관한 영상 인터뷰에서 질문을 받고 “내가 고향 델라웨어 주에서 만난 푸에르코리코인들은 점잖고 좋은 사람들”이라며 “내가 본, 거기[트럼프 유세장] 떠다니는 유일한 쓰레기는 그[트럼프]의 지지자들(his supporters)”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라틴계 유권자 단체와의 영상 인터뷰에서 자신은 트럼프 지지자 전체를 쓰레기라고 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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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권자의 절반을 ‘쓰레기’로 몬 발언에 이번엔 공화당 의원들과 트럼프 측이 총반격에 나섰다.

그러자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이날 늦은 오후 노스캐롤라이나주 랄리 유세로 떠나기 전 황급히 바이든 발언과 거리 두기에 나섰다. 해리스는 “투표 성향으로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은 어떤 것이든 강력히 반대한다”며 “나를 지지하든 안 하든, 나는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의 이 말은 바이든이 ‘트럼프 지지자들=쓰레기’라는 뉘앙스로 말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백악관이 공개한, 라틴계 유권자 단체 영상 인터뷰의 대통령 발언 녹취록은 ‘문법적’으로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즉, 바이든 발언은 알려진 것처럼 “트럼프 지지자들(his supporters)”이 아니라, “트럼프 지지자의(his supporter’s)”라는 것이었다. 백악관이 내놓은 전체 문장은 “The only garbage I see floating out there is his supporter’s - his - his demonization of Latinos is unconscionable, and it’s un-American.(내가 본, 거기 떠다니는 유일한 쓰레기는 트럼프 지지자가 내뱉은 것이었다. 그가 라틴계[중남미 출신]를 악마화하는 것은 부도덕하고 비(非)미국적이다)”였다.

차이를 만든 것은 소유격을 뜻하는 어포스트로피 s(’s)였다. 백악관 텍스트를 따르면, 바이든 발언은 실언(失言)도 아니었고, 트럼프 지지자 전체를 겨냥해 ‘쓰레기’라고 한 것도 아닌 게 된다. 또 ‘s가 단수 supporter가 아닌 supporters 다음에 붙어도, 역시 트럼프 지지자들 자체가 아니라 이들이 유세장에서 외친 구호나, 또는 문자 그대로 이들이 그곳에 남긴 쓰레기가 된다.

흥미롭게도 백악관은 처음에는 supporters’ 라고 발표했다가, 나중에 단수 supporter’s로 바꿨다. 즉 바이든이 겨냥한 것은 코미디언 힌치클리프의 ‘쓰레기 같은’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이날 재차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트럼프 지지자가 뿜어낸 푸에르토리코에 대한 증오적 수사(修辭)를 쓰레기라고 겨냥한 것이고, 그 단어 밖에는 그걸 묘사할 게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이든은 얼마 전에는 트럼프를 “가둬야 한다(lock him up)”고 했다가 이어 “정치적으로 가둬야 한다”고 덧붙인 적이 있다.

2021년 3월 3일에는 코로나바이러스 새 변종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일부 공화당 주지사들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지 않는 것은 ‘다 괜찮으니, 마스크 벗고 코로나는 잊자’는 식의 네안데르탈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날 하루 미국에선 2492명이 코로나로 숨졌다. 하지만 공화당 측에선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3만3000년 전에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이란 말이냐”며 비난했다.

공화당은 “말을 주워 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발언록을 바꾸고 있다”고 바이든과 백악관을 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민주당으로선 미국 대선에 이렇게 불쑥불쑥 끼어드는 이 사람이 더 이상 미 대선후보가 아니라는 사실이 아마 기쁠 것”이라고 평했다.

[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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