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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한신 “선수단-프런트 전면 금연”, 日 야구에 부는 금연 바람…한국은? [이헌재의 B급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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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엔 구장을 안방으로 쓰는 일본 프로야구의 인기 구단 한신 타이거즈가 11월 1일부터 ‘전면 금연’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한신은 11일 1일 일본 고치현 아키시에서 열리는 가을 마무리캠프부터 야구와 관련된 모든 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한다고 선수들에게 고지했습니다.

전면 금연 대상자는 선수에게만 국한되는 게 아닙니다. 감독과 코치들에게도 해당됩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야구단 프런트 직원들 역시 흡연을 할 수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흡연에 관대했던 일본에서는 무척 이례적인 일입니다.

프로야구 선수가 무슨 담배냐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연초나 전자담배를 피우는 선수가 많지 않습니다. 대신 씹는 담배를 애용하는 선수는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이나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 중에는 흡연자가 상당히 많습니다. 야구 경기 시작 전후는 물론 경기 중에도 이닝이 바뀌는 짧은 시간에 흡연을 하곤 합니다. 이 때문에 각 구단은 라커룸 근처에 선수들을 위한 흡연 공간을 따로 만들어 두었습니다.

한국 선수들에 비해 일본 선수들 중에는 흡연자가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예전 한 일본 구단의 스프링캠프 취재를 갔을 때 한 스타 선수는 전력질주 훈련을 마치자마자 건물 뒤편 흡연실로 달려가 맛있게 한 모금을 빨더군요. 그 선수는 현재 한 인기 구단의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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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 구단은 예전에도 2군 선수들을 대상으로 금연 정책을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2군 선수들은 대개 나이가 어린 유망주로 구성되어 있기에 금연 정책이 크게 어색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실시되는 전면 금연 정책은 “유니폼을 입고 있는 한 담배를 피워선 안 된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홈 구장 뿐 아니라 원경 경기를 가서도 금연 정책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이 때문에 마무리 캠프가 열리는 아키시 측에서는 벌써 구장 내에 설치된 흡연 시설을 모두 철거했습니다. 내년 고시엔 구장에서 열리는 정규시즌 때도 이 규칙은 그대로 적용될 예정입니다.

다만 사복을 입고 있는 때는 예외적으로 흡연이 허용됩니다. 원정 숙소 또는 개인적인 공간까지는 터치하지 않겠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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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순 한신 타이거즈 새 감독으로 선임된 후지카와 큐지 감독의 모습. 1호 개혁안은 전면 금연이다. 한신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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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의 금연 정책에는 새 사령탑으로 임명된 후지카와 규지 감독(44)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입니다. 후지카와 감독은 2010년대 초반 한신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입니다. 2013년 미국 진출을 위해 팀을 떠난 뒤 오승환(현 삼성)이 뒤를 이어 한신의 마무리 투수가 되었지요. 후지카와 감독은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팀을 떠난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66)의 뒤를 이어 얼마 전 새 사령탑에 올랐습니다.

현지 언론에서는 이번 전면 금연 정책이 후지카와 감독의 1호 개혁 정책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때 마무리 투수로 한신의 뒷문을 책임졌던 ‘수호신’이 감독이 되어선 선수들과 프런트의 건강을 지킨다는 것이지요.

전면 금연 정책은 선수들의 건강 증진은 물론 최고의 플레이를 펼치기 위한 컨디션 조절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구단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 선수는 스포니치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기회에 담배를 한번 끊어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한신 뿐 아니라 요즘 일본 야구 구단에서는 ‘금연’이 점점 화두가 되어 가는 분위기입니다. 한신에 앞서 퍼시픽리그의 니혼햄 파이터스와 지바 롯데 마린스가 이미 야구장 내 금연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한신은 센트럴리그에서는 금연에 나선 첫 번째 구단입니다. 12개 팀 중 세 팀이 금연을 시행 중입니다. 아무리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있다고 해도 위의 세 팀의 유니폼을 입기 위해서는 먼저 담배를 입에 대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생겼습니다.

한국 프로야구 10개 팀 가운데 이 같은 금연 정책을 시행하는 구단은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향후 금연의 분위기가 점점 확산된다면 언젠가는 한국에서도 전면 금연을 시행하는 팀이 나오지 않을까요.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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