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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이슈 의대 정원 확대

뒤늦게 휴학 승인 허용한 정부···의대 교육과정은 “대학 자율로” 정원은 “재조정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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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교육부가 기자간담회에서 2025학년도 의대생 정원 재조정이 불가하다고 밝힌 30일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교 앞을 걷고 있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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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증원된 신입생이 입학할 2025학년도 의대 교육과정 마련을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고 했다. 각 대학이 탄력적으로 5∼6년제 교육과정을 짤 수 있다고도 했다. 대학들은 수업 부실 우려 속에 늘어난 신입생과 복학할 재학생을 한 학년에 함께 수용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동맹휴학 승인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반복하면서 현실적인 대책 없이 체면 세우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일단은 대학의 교육과정개선이나 운영은 대학에 맡겨둔 뒤 대학 의견을 들어볼 생각”이라며 “대학별로 (의대 학사를) 운영하는 방식은 자율적으로 할 부분으로 정부가 방해하거나 억제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교육부는 지난 6일 ‘의대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안)’에서 공개한 의대 커리큘럼 단축안을 예로 들었다. 교육부는 비상대책에서 각 대학이 현재 6년인 의대 커리큘럼을 5년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했다. 심 정책기획관은 “모든 대학에 단축방안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또 별도의 복귀 대책을 마련한 것은 없다면서도 “대학과 앞으로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일부 국립대 총장들은 의대생 휴학 승인 시점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 관계자는 “의대생 개별 면담을 통해 올해 복귀를 최대한 설득하고 난 뒤 다음달 중 휴학 승인을 할 것”이라고 했다.

부담을 지게 된 대학들은 휴학 승인 절차를 거친 뒤 내년 신입생과 복학생의 규모를 추정해 교육과정 운영계획를 짜고 강의와 필요 기자재 규모 등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학년은 증원된 신입생 4500명과 올해 휴학 중인 1학년 3000명 가량이 함께 수업을 듣게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의학 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도 이어지게 됐다.

정부는 대량 유급·제적 사태를 피하기 위해 휴학 승인이 불가피하다는 대학들의 요구가 지속됐는데도, 동맹휴학 불허 방침을 유지하다 지난 29일에서야 조건 없는 승인으로 입장을 바꿨다. 겉으로는 ‘대학 자율’을 내세웠지만, 정부가 사태를 방관하다가 의학교육에 대한 책임을 대학 측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당장 의대를 둔 대다수 대학은 “준비하기에 시간이 촉박하다”고 했다. 한 비수도권 국립대 관계자는 “교육부가 조금이라도 빠르게 결정해줬으면 준비하기에 수월했을 것”이라며 “저희는 그래도 새로 지은 건물이 있어서 물리적 여력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한 비수도권 사립대 관계자는 “교육부가 대책 마련은 대학별 자율이라고 했는데, 서울대는 자율적 판단에서 의대생들이 개인적 사유로 낸 휴학 신청을 승인했다 감사까지 받지 않았느냐”고 했다.

교육부는 이날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물리적으로 조정하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심 인재정책관은 “(협상) 테이블에서 (정원 재조정을) 논의할 순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옵션”이라며 “다음달 14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상황에서 실질적, 물리적으로 내년도 정원 재조정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정부가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을 사실상 승인하면서도 “동맹휴학을 승인하는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반복한 게 ‘체면 세우기’에 그친다는 비판도 크다. 또 타 학부 학생들과 형평성이 어긋나고 안 좋은 전례를 만들었다는 우려도 있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개인적 사유로 낸 휴학 신청을 간소화한 절차를 거쳐 승인하는 것이지 동맹휴학을 인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학생들의 휴학 사유가 무엇인지 따지기 전에 의료대란 종식시킬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봐주면 좋겠다”고 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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