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지터' 볼피 역전 만루포…양키스, 다저스에 3패 후 첫 승리

뉴욕 양키스가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에서 3패 끝에 천금 같은 1승을 따냈다. 양키스의 장기인 홈런이 승리의 발판이었다.

30일(한국시간)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역전 만루홈런을 때려낸 뒤 환호하는 앤서니 볼피. 로이터=연합뉴스

양키스는 3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앤서니 볼피의 역전 결승 만루홈런과 글레이버 토레스의 쐐기 3점 홈런을 앞세워 11-4로 이겼다.

1~3차전을 모두 내주고 벼랑 끝에 몰렸던 양키스는 모처럼 MLB 팀 홈런 1위(237개)의 위용을 뽐내며 1승 3패로 기사회생했다.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양키스 간판타자 애런 저지도 월드시리즈 첫 타점을 신고해 부활 희망을 밝혔다.

두 팀의 5차전은 3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양키스는 게릿 콜, 다저스는 잭 플래허티를 각각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1차전과 같은 리턴 매치다. 당시 콜은 6이닝 1실점, 플래허티는 5와 3분의 1이닝 2실점으로 나란히 잘 던졌다. 양키스는 벼랑 끝에 몰린 4차전에서 에이스 콜을 당겨 쓰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최고의 선택이 됐다.

30일(한국시간)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역전 만루홈런을 때려낸 뒤 애런 저지(오른쪽)와 세리머니하는 앤서니 볼피. 로이터=연합뉴스

7전 4선승제로 치러진 역대 MLB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먼저 3연패를 당한 팀이 4연승으로 역전한 사례는 40회 중 단 한 차례밖에 없었다. 양키스는 이 한 번뿐인 역사의 '패자'였다.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에 먼저 3연승 했다가 내리 4패를 당해 월드시리즈행 티켓을 놓쳤다.

양키스는 올가을 20년 전의 불명예를 털어내고 새로운 '기적'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출발은 쉽지 않았다. 선발투수 루이스 힐이 1회 다저스 프레디 프리먼에게 선제 2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프리먼은 1차전의 연장 끝내기 만루홈런을 포함해 1~4차전에서 모두 홈런을 때려내는 기염을 토했다. 월드시리즈 첫 4경기에서 연속 홈런을 친 선수는 MLB 역사상 프리먼이 유일하다. 그는 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뛰던 2021년 5~6차전에 이어 월드시리즈 6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 역대 최다 기록(종전 5경기)을 경신했다.

30일(한국시간)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8회 쐐기 득점을 올리고 환호하는 앤서니 볼피. EPA=연합뉴스

시작과 동시에 일격을 당한 양키스 타선은 1-2로 추격한 3회 마침내 폭발했다. 1사 후 저지의 몸에 맞는 공, 재즈 치점 주니어의 안타, 장칼로 스탠턴의 볼넷으로 만루를 만들었다. 앤서니 리조가 유격수 플라이로 물러나 투아웃이 됐지만, 볼피가 단숨에 분위기를 바꿨다.

볼피는 몸쪽으로 낮게 들어온 다저스 불펜 댄 허드슨의 초구 슬라이더를 힘껏 잡아당겨 양키스타디움 왼쪽 담장 밖으로 날려 보냈다. 단숨에 5-2로 승부를 뒤집는 역전 그랜드슬램. 양키스 타자의 월드시리즈 만루홈런은 1998년 1차전의 티노 마르티네스 이후 26년 만이다.

2001년생인 볼피는 지난해 MLB 신인 최초로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기대주다. 양키스의 전설적인 '캡틴' 데릭 지터와 포지션이 같아 '제2의 지터'라는 별명도 얻었다. 다만 올해 정규시즌 160경기에서 친 홈런 수는 12개로 '거포'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그의 데뷔 첫 포스트시즌 홈런이 월드시리즈, 그것도 만루에서 터져 나왔다. 볼피는 경기 후 "내가 홈런을 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타구가 넘어가는 순간 그대로 기절하는 줄 알았다"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30일(한국시간)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각각 만루홈런과 3점홈런을 때리고 승리한 뒤 기뻐하는 앤서니 볼피(오른쪽)와 글레이버 토레스. 로이터=연합뉴스

양키스는 이후 기세를 더 끌어올렸다. 5-4까지 쫓긴 6회 선두타자 오스틴 웰스가 오른쪽 파울폴 안쪽으로 넘어가는 솔로포를 쏘아 올려 한 발 더 달아났다. 8회에는 한꺼번에 5점을 뽑아 사실상 승리를 확정했다.

만루홈런의 주인공인 볼피가 1사 후 2루타로 출루한 뒤 웰스의 볼넷으로 이어진 1·2루에서 더블 스틸에 성공해 2·3루 밥상을 차렸다. 다음 타자 알렉스 버두고는 다저스 불펜 브렌트 허니웰과 11구 승부 끝에 2루수 땅볼을 쳤고, 홈 송구가 살짝 빗나가는 사이 볼피가 과감하게 홈으로 파고들어 쐐기 득점을 올렸다. 뒤이어 타석에 들어선 토레스는 김이 빠진 허니웰의 3구째 직구가 한가운데로 몰리자 그대로 밀어쳐 우중간으로 3점짜리 아치를 그렸다. 양키스 불펜 필승조를 쉬게 한, 값진 쐐기포였다.

저지는 후안 소토의 우익선상 2루타로 이어진 2사 2루에서 좌전 안타를 때려 월드시리즈 두 번째 안타이자 첫 번째 타점을 올렸다. 4경기 성적은 타율 0.133(15타수 2안타)·1타점·7삼진·OPS(출루율+장타율) 0.411로 여전히 좋지 않지만, 첫 적시타로 타격감 회복을 기대하게 했다. 어깨 탈구 증상에도 출전을 강행하고 있는 다저스의 '수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는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