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라 암헤르트 스위스 대통령 |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비올라 암헤르트 스위스 대통령이 자국산 무기 재수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하면서 우크라이나 등 분쟁 지역으로 스위스산 무기가 반입될 지 관심을 끌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스위스 연방정부에 따르면 암헤르트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전쟁물자법을 개정해 무기 재수출 규제를 완화하는 데 찬성한다고 말했다.
중립국 스위스는 분쟁 지역으로 자국산 군수품을 수출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미 자국산 군수품을 수입한 비(非)분쟁 국가가 분쟁 지역으로 이를 재수출하는 것도 전쟁물자법으로 금지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스위스제 전차와 자주대공포용 탄약을 각각 재수출하려던 덴마크와 독일의 요청을 스위스가 거절한 것도 전쟁물자법 때문이다.
이 규정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고려해 스위스 연방의회는 지난해 예외 규정을 만들어보자는 데 합의했다.
전쟁물자법상 분쟁지역 군수품 반입 금지 조항을 그대로 두되, 국익 보호 등 예외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우회적인 반입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군수품 반입을 막지 말자는 취지인 셈이다.
연방정부는 이 같은 법 개정에 보수적이었다. 무기 재수출 금지 규정에 예외를 두는 것마저도 중립국 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에 더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7명의 연방각료가 1년마다 대통령을 돌아가며 맡는 스위스에서 암헤르트 대통령의 의사가 대표성이 있다고 하긴 어렵지만 국방부 장관을 겸직한 그의 의견 표명은 연방정부의 입장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을 낳는다.
암헤르트 대통령은 법 개정을 찬성한다고 밝힌 이유에 대해 "네덜란드와 같은 나라가 무기 재수출 금지 규정 탓에 스위스산 무기를 구매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위스가 분쟁 지역에 무기를 직접 공급하는 일은 어떤 경우라도 없을 것"이라면서도 "재수출 규정이 까다로워 무기 판매가 잘 안되면 우리 방산업계에 문제가 생기고 이는 국가 안보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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