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강조 아닌 군인 자부심 우선
현직 여군이 밝힌 소신은?
최근 방송 중인 '강철부대W'는 최정예 군인들이 팀을 이뤄 부대의 명예를 걸고 싸우는 밀리터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시리즈 최초 여군 특집이다. 채널A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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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부대W'가 공개되기 전 시청자들은 미션의 난이도 조정 여부를 궁금해했다. 이는 출연자 전원이 여성이기에 편견과 프레임으로 생긴 물음표다. '강철부대W' 제작진은 오롯이 직업 정신에 충실한 군인들에게만 초점을 맞췄다. 이들은 그저 성별이 여성일 뿐 각 부대를 대표해 나온 출연자들이다.
과거 예능 스튜디오에 머물던 여성들이 최근에는 야외로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여성 연예인들 뿐만 아니라 여성 댄서 서바이벌 '스트릿 우먼 파이터' 등이 신드롬을 만들면서 다양한 직업군에 대한 조명이 시작됐고 '사이렌', 그리고 '강철부대W'까지 도달했다. 특히 여성 군인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한 이 시점에서 '강철부대W'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다.
현재 방송 중인 채널A '강철부대W'는 최정예 군인들이 팀을 이뤄 부대의 명예를 걸고 싸우는 밀리터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시리즈 최초 여군 특집이다. 시청률 조사회사 유료방송가구 전국 기준 '강철부대W'는 3회 만에 평균 3.3%, 최고 시청률은 4.3%까지 올랐다. 또 굿데이터 코퍼레이션 10월 1주차 비드라마 TV·OTT 검색 반응 TOP 4위를 차지했다.
이번 시즌이 최초 여성 군인 특집이지만 제작진은 여성이 아닌 '군인'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기존 시청층과 여성 서사를 즐기는 팬덤 모두 잡았다. '강철부대'의 시그니처 미션인 참호격투는 여군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됐다. 같은 진흙탕에서 맨몸으로 몸싸움을 벌이거나 타이어 끌기나 외줄 타고 오르는 등의 모습은 지난 시즌들과 똑같다. 살기 어린 눈빛이나 괴력을 발휘하는 에이스의 활약도 마찬가지다. 제작진은 규모가 한정적인 여군들 속에서 보석 같은 인재들을 발굴해 냈고 시청자들은 응원의 메시지들을 보내고 있다.
한 방송업계 종사자는 본지에 "한국 여군은 미디어 노출이 거의 없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편견이 점점 더 굳어지는 경향이 있다. 대중이 갖고 있는 편견을 와해시켜 줄 수 있는 장치가 '강철부대W'다. '강철부대W'는 '여군도 똑같은 군인이다'라는 신조를 꾸준히 내세웠다. 시청자들에게 말 그대로 '군인다움'이 뭔지 깨닫게 하는 지점이 많다. 그러다 보니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남군과 여군을 가르지 않고 출연자들을 '군인' 그 자체로 보게 된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여군들은 국내 예능이나 방송에 등장하는 경우가 드물다.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사이렌: 불의 섬'이 그나마 손꼽히는 예시다. 당시 여군을 비롯해 여성 소방관 등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연대하고 경쟁하는 모습이 인기를 끌었고 팬덤까지 형성했다. '강철부대W' 역시 일부 출연자들이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꾸준히 언급되며 새로운 스타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익명을 요구한 여군 A씨는 "일부 남성들이 '전쟁이 나면 여군들은 쓸모 없어질 것', '직업군인이 아니라면 여군들은 자원입대하지 않을 것이다' 등 여군을 평가 절하하는 말을 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여군들이 직업군인에 대한 비하를 들어본 바 있다"라면서 안타까운 현실을 짚었다.
이어 '사이렌'과 '강철부대W' 등 여성 군인의 활약상에 대해 "서바이벌 콘텐츠 안에서 여군들이 갖고 있는 개개인의 능력치가 두드러지며 인식 개선에 대한 영향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다만 장기적인 시각에서는 여전히 미지수다. 앞으로 더 많은 콘텐츠가 발굴되길 바란다"라고 소신을 전달했다.
또 다른 여군 B씨는 "여군은 개인의 잘못이 여군 전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입대 후 계속 들었던 이야기다. 그만큼 여군은 개인이 아닌 전체를 의미한다. 프로그램에 나간 여군들은 그런 사명감을 가지고 남군 이상의 노력과 높은 수준을 이겨내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튜디오에서 패널들이 수준을 분석하는 지점이 그러한 이유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강철부대W' 출연자들은 오롯이 부대의 명예를 걸고 싸울 뿐 여성이라는 성별을 강조하지 않는다.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는, 양질의 미디어 콘텐츠가 앞으로 꾸준히 나오길 기대해 본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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