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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SNL’이 쏘아올린 웃음의 ‘격(格)’ 논란 [연예기자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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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 코리아’ 시즌6에서 논란이 된 ‘젖년이’. 사진| 쿠팡플레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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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풍자와 해학이 아닌, 비하와 혐오 사이를 오간다. 사회적 감수성은 시대에 따라 변화했건만 풍자 코미디의 눈높이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매회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는 ‘SNL 코리아’ 얘기다.

지난 26일 공개된 쿠팡플레이 예능 ‘SNL 코리아’ 시즌6 9회에서는 tvN 주말드라마 ‘정년이’를 패러디한 코너가 공개됐다.

이날 안영미는 “저는 젖년이”라고 소개하며 “파격적인 춘향이를 보여주겠다”라고 말했다. 안영미는 판소리 춘향가의 한 대목인 사랑가를 부르며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를 “이리 오너라 벗고 허자(하자)”로 개사했다. 또 성행위를 묘사하는 듯한 몸짓과 “허붕가 붕가붕가”라며 그를 연상시키는 노래를 이어갔다. 정이랑은 “더는 볼 수 없겠다”며 안영미를 저지하더니 “보기만 해도 임신이 될 듯싶다. 출산 정책에 가히 도움이 될 듯싶다. 춘향이는 젖년이가 하거라”라고 거들었다.

‘패러디’는 존재하는 창작물 또는 대상의 특징적인 부문을 이용해 풍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젖년이’를 보면 대상에 대한 존중 없이 웃음거리로 만드는 조롱과 비하만 느껴진다. 특히 젖년이가 모티브로 삼은 정년이 캐릭터는 극 중 미성년자다. 사회적으로 보호 받아야할 미성년 캐릭터를 잠깐의 웃음을 위해 깎아내리면서 일말의 존중도 없었다는 점이 안타까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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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 코리아’ 시즌6에서 논란이 된 한강 작가 패러디. 사진| 쿠팡플레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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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 코리아’는 최근 논란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9일 공개분에서는 김아영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를 따라 했다. 한강 작가의 헤어스타일 뿐 아니라 특유의 말투나 자세 등을 따라 하면서 희화화했다.

또 국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뉴진스 하니도 패러디했다. 지예은은 지난 6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뉴진스 콘서트에서 하니가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를 불렀을 당시 입었던 의상과 헤어스타일로 등장했다. 지예은은 베트남계 호주인인 하니의 한국어 발음과 울먹이던 모습을 따라하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타국의 국감에 출석하기로 결정한 하니의 용기와 간절함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이뿐 아니라 또 아이돌들이 비판받았던 사건들을 패러디하면서 조롱으로 보일 수 있는 자막을 넣거나, 학교폭력을 희화화하고 수어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면서 청각장애인들을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선 넘는 풍자 논란은 비단 ‘SNL 코리아’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프로그램 ‘코미디 로얄’에서 정영준 팀은 원숭이 교미를 흉내냈다가 현장에서 이경규의 분노를 샀다. 공개 이후엔 시청자들의 지탄이 이어졌다. 최근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이용진은 “(이경규가) ‘코미디에도 국격이 있다’라고 하더라”며 이경규가 후배들에 언성을 높인 이유를 언급한 바 있다.

‘SNL 코리아’가 시청자들의 분노를 산 이유, 이경규가 후배들에게 분노했던 이유는 바로 ‘격(格)’에 맞지 않아서다. 코미디와, 패러디는 무조건적 표현의 자유가 인정돼야 하는 성역이 아니다. 코미디에서 허용되는 범위는 풍자까지다. 최근 논란이 된 한국 코미디는 풍자를 넘어 비하, 혐오로 빠졌기 때문이다.

인종, 국적, 성별, 장애, 종교, 직업, 신체적 특성 등은 차별받거나 웃음거리가 되어도 좋은 풍자 대상이 아니다. 과거엔 외국어를 엉터리로 쓰면서 개그를 하기도 하고, 지적 장애나 신체적 장애를 웃음거리로 삼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더는 이런 소재를 웃음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패러디가 허용되는 범위와 해서는 안 되는 범위가 분명 존재하고, 이 범위가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세계 어디서든 한국의 코미디를 보는 이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이와 관련, 정덕현 평론가는 스타투데이에 “웃음이라는 코드는 공감과 감수성을 바탕으로 한다. ‘웃기니까 됐다’가 아니라 내가 보기 불편하다면 혐오스럽게 다가오는 면이 있다. 제작진이 생각하는 웃음 포인트와 대중이 생각하는 지점 사이에서 스파크가 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SNL 코리아’ 논란을 짚었다.

이어 정덕현 평론가는 “패러디가 성공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아무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다. 시선을 끄는 인물이나 권위적인 것들이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대상이 권력자나 정치인 등 부정적인 대상이라면 큰 공감대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잘하고 있는 연예인이나 인물을 희화화시키는 것이 풍자가 될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면서 “어느 정도 선까지 표현해도 괜찮은지에 대한 문제도 있고 풍자라고 하지만 대상에 대한 예우가 없는 풍자가 괜찮은가에 대해서도 (시청자들이) 불편하게 느끼는 부분이 있을 거다. ‘SNL 코리아’가 연달아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지점이 이게 아닌가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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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 코리아’ 시즌6에서 논란이 된 뉴진스 하니 국정감사 출석 패러디. 사진| 쿠팡플레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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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평론가는 또 “풍자는 어렵다. 표현의 자유가 있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표현의 자유는 있지만 그에 대해 어떤 사람은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다. 보는 것에 따라 다를 수 있어서 어떤 것이 풍자인지, 비하인지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표현했을 때) 날아오는 비판이나 대중의 불만은 감수해야 한다는 책임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SNL 코리아’가 하던 풍자의 포인트는 권력자들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와 같은 눈높이의 서민적인 대상이 아니라 힘이나 돈 등 가진 게 많은 사람, 그들이 가진 것들이 과연 그들 스스로가 이룬 것인지. 그게 아닌 대상들을 풍자하는 지점이 흥미로웠다”면서 “과거 개그 프로그램들에서 하던 약자를 대상으로한 개그가 싹 다 없어지지 않았나. 시대 감수성이 달라졌다. 더 이상 시청자들이 그걸 보며 웃지 못하는 거다. ‘SNL 코리아’가 스스로 풍자라고 생각하는 지점들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SNL 코리아’ 측은 하니, 한강 작가 비하 논란과 ‘정년이’ 조롱 논란으로 2주 연속 뭇매를 맞고 있지만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공식입장도 사과도 없이 매주 새로운 논란을 만들고 있는 것. ‘SNL 코리아’가 최근 보여주고 있는 행보는 ‘개그’라는 말로 포장되지 않는 저급함이다. 벌써 여러 차례 반복되고 있는 논란 속에서 풍자의 격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볼 때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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