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조승우. 사진ㅣ예술의전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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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햄릿’ 조승우, 연극 무대를 찢어놓으셨다
※ 이 기사에는 ‘햄릿’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드라마, 뮤지컬 무대를 종횡무진 오가며 빛나는 활약을 보여주는 배우 조승우가 데뷔 24년만에 첫 연극 무대에 섰다. 그 연극이 심지어 ‘햄릿’이라니. 그간 유독 연극계와는 인연이 없었던 조승우의 ‘첫 연극 도전’에 궁금증을 안고 무대를 가득 채운 관객들에게 조승우와 ‘햄릿’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조합’이었다.
‘햄릿’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예술성과 작품성 측면에서 정수로 손꼽히는 작품으로 꼽힌다. 예술의전당은 최근 연극계에서 활약하는 신유청 연출을 필두로 해 ‘햄릿’의 현대적 재해석을 시도했다.
특히 ‘햄릿’은 400년 넘도록 무대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며 사랑받아온 고전 중의 고전이다. 수많은 ‘햄릿’이 무대에 올라왔기 때문에 비교할만한 공연도 많고, 그만큼 연출이나 배우들에게 ‘햄릿’은 위험을 수반한 도전일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는 이미 여성 햄릿을 내세운 국립극단의 ‘햄릿’(부새롬 연출), 원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신시컴퍼니의 ‘햄릿’(손진책 연출)이 이미 무대에 오른 바 있어 조승우의 ‘햄릿’은 이 작품들과 어떻게 다를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에 ‘햄릿’은 티켓 오픈 직후 약 1000석 규모의 공연장 전 회차가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시작은 크게 다르지 않다. 덴마크 왕이 갑자기 서거한 후 동생 클로디어스(박성근)가 형수였던 거트루드(정재은)와 결혼해 왕이 되면서 극은 시작된다. 선왕의 유령은 햄릿(조승우)에게 자신이 클로디어스에게 살해당했다고 알리며 진실을 밝힐 것을 명하며 파국은 시작된다.
햄릿은 형을 살해하고 왕위를 가로챈 숙부 클로디어스, 숙부와 결혼한 어머니 거트루드에 대한 복수와 도덕적 신념 사이에서 깊은 고뇌에 빠지고 결국은 미쳐버린다. 햄릿의 ‘가짜 광기’에 희생당한건 햄릿이 진심으로 사랑했던 순결한 오필리아(이은조)다.
변화한 지점은 “죽느냐. 사느냐”만을 고뇌하던 햄릿이 내린 결론이다. 노르웨이의 왕자 포틴브라스(송서유)가 덴마크를 물려받는 결말은 기존의 파멸 뿐이던 복수의 끝에 한줄기 빛이 된다. 햄릿의 죽음 이후 그의 절친한 친구인 호레이쇼(김영민)는 햄릿의 명대사 “이제 남은 것은 침묵뿐”을 대신 외치며 햄릿의 끝을 알린다.
‘햄릿’ 조승우. 사진ㅣ예술의전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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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이 내내 어둡기만 하진 않다. 총리 폴로니어스(김종구)가 클로디어스와 거트루드 앞에서 “햄릿은 미쳤다”고 외치는 장면은 폭소를 자아낸다. 또 클로디어스의 명을 받아 햄릿이 진정으로 미쳤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햄릿을 찾아온 로젠크란츠(이강욱), 길덴스턴(전재홍)의 미숙함과 그들을 농락하는 햄릿의 모습에서는 폭소가 이어진다.
185분의 긴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건 햄릿 역을 맡은 조승우의 열연이다. 햄릿은 극중 햄릿의 대사 비중이 큰 만큼, 햄릿 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력에 작품의 완성도가 좌지우지 될 수 밖에 없다.
조승우의 선굵은 연기는 가히 역대급이었다. 조승우는 모친이 숙부와 결혼했다는 배신감, 선왕인 부친이 숙부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의 절망감, 결국 사랑하는 오필리아를 잃었을 때의 상실감 등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 슬픔과 분노를 강렬한 눈빛과 함께 처절하게 표현해냈다.
조승우는 영화, 드라마, 뮤지컬 뿐 아니라 연극 무대 위에서도 조승우가 통한다는 것을 입증해냈다. ‘햄릿’을 본 관객이든 아니든, 앞으로도 조승우가 연극 무대에서 활발히 활약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지 않을까.
러닝타임 185분(인터미션 20분 포함). 중학생 이상 관람가. 11월 17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공연.
[신영은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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