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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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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돌 맞고 바꿔라…병력 70% 철책선 묶어놓은 구닥다리 경계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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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른 비무장지대(DMZ) 내 시범 철수 감시초소(GP) 가운데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장비와 병력을 철수했지만 원형을 보존하기로 한 강원도 고성 지피. 고성/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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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부산 범어사를 방문해 “여러 힘든 상황이 있지만 업보로 생각하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하겠다”며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아내만 지키겠다는 마음을 ‘돌을 맞고 가겠다’는 말로 드러냈다. 아내 문제 말고 윤 대통령이 진짜 돌을 맞더라도 가야 할 문제들이 있다. 국군이 70년간 유지해온 경계작전 개념인 ‘선형방어’(linear defense)의 전면적 전환도 그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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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형방어 전략은 휴전선을 따라 병력이 줄지어 늘어서는 것이다. 지오피(GOP), 해안선에서 적을 발견해 차단하는 ‘선’의 개념이다. 선형방어는 ‘물 샐 틈 없는 철통경계’ 신화의 뿌리다. 지난 70여년간 군 당국은 “155마일 휴전선을 국군 장병들이 24시간 불철주야 개미 한 마리 얼씬하지 못하도록 철통경계하고 있다”고 홍보해왔다. 비무장지대 철책을 살피는 총을 든 장병의 모습은 ‘튼튼한 안보’를 상징하는 모습으로 국민들의 머리 속에 각인돼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철통경계가 불가능하다. 군사분계선을 넘는 월북이나 월남 사건이 생기면 ‘철통경계’ 신화가 ‘경계 실패 비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각종 안보 현안을 두고 여야가 날카롭게 맞선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었다.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6·25전쟁 이후 70여년간 유지해온 경계작전 개념을 새롭게 변경해 실질적 교육 훈련이 가능토록 하고, 그에 따라 절감되는 국방운영비로 병사들과 초급간부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강군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임종득 의원 주장의 요지는 북한군의 침투 전술과 위협이 바뀌었고, 군대 올 사람도 부족한 상황에서 한국군이 현실과 맞지 않는 경계작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 의원은 육군 소장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을 지냈다.



임 의원은 병역자원 감소에도 불구하고 군의 가용병력 70%가 전후방 경계작전에 투입되는 바람에 실전적 훈련을 못 하고 장병 삶의 질이 악화되는 등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오피나 해안선에서 적 침투를 차단하는 선(線) 개념에서, 지피(GP)와 지오피, 철책선 후방에서 적 침투를 차단하는 벨트 개념으로 변경 △과학화 경계작전 체계에 인공지능(AI), 드론을 통합 운영해 병력 절약 △축선별로 경계 전담 여단을 편성해 운영 △상비사단을 축선 종심에 배치 등 4가지 방안을 고려한 경계작전 개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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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격전지였던 강원 양구군 북쪽 ‘피의 능선’ 근처 비무장지대와 지피. 육군본부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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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비슷한 주장이 이전부터 보수 정당과 군 내부에서 있었다. 국민의힘은 9·19 군사합의 남북 지피 상호 철수를 겨냥해 ‘무장해제’라고 반발하지만, 남북 지피 상호 철수 아이디어는 19년 전 국민의힘 뿌리인 한나라당에서 나왔다.



지난 2005년 6월 경기 연천군 28사단 지피에서 총기 참사가 벌어진 뒤인 2005년 7월 박진 당시 한나라당 의원(국회 국방위원)이 한 월간지에 ‘남북한 지피 상호 철수해 비무장지대 비무장화하자’는 글을 기고했다. 당시 박진 의원은 28사단 총기 참사의 원인으로 전방 부대의 열악한 근무 여건을 꼽았다. 지피, 지오피 장병들이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하루 종일 경계와 작업에 투입되고 고립감,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지피 총기 사고 재발을 막으려면 장기적으로 휴전선에 감시관측 장비를 갖추고 휴전선 경계부대를 뒤로 배치하고 기동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현대전의 성격을 놓고 볼 때 지피, 지오피의 군사적 기능이 떨어진 지 이미 오래다. 지피, 지오피의 군사적 쓰임은 북한군 남침 조기경보 기능, 남침 시 1차 방어, 휴전선 간첩 침투 대응 등이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지피 근무 병사의 육안 관측과 망원경 같은 감시장비에 의존한 조기경보 기능은 쓸모가 떨어졌다. 인공위성을 통해 수백㎞ 밖에 있는 북한군의 움직임을 안전하게 살필 수 있는데, 굳이 젊은 장병들에게 위험을 무릅쓰며 지켜보라고 할 이유는 없다.



남침 시 1차 방어 기능도 제한적이다. 북한군은 전쟁이 벌어지면 위치가 노출된 지피, 지오피를 집중 포격할 것이다. 전방 밀집형의 군 배치와 노출된 지피 운용은 북한의 기습공격에 매우 취약하고 개전 초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휴전선 간첩 침투 대응도 유명무실해졌다. 한국전쟁 이후 북한의 대남침투 현황을 살펴보면 육상과 해상을 통한 북한의 직접 침투는 1960년대에 집중됐다. 1980년대부터 직접 침투가 급격히 감소해 1998년 이후에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26년째 오지도 않는 간첩을 잡는 경계작전에 군의 가용 병력 70%가 투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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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DMZ) 개념도.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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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국감 때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경계작전 개념 전면 전환이 필요하다’는 임 의원 질의에 “적극 동의한다. 군이 나가야 할 방향을 잘 제시한 만큼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국가안보실 요직을 지낸 집권당 의원과 국방부 장관이 공감했지만, 경계작전 개념 전환이 실제 실현될지는 알 수 없다.



경계작전 개념 전환에 안보 라인과 군 당국자들도 동의하지만 막상 이를 공론화하고 실행하기는 꺼린다. 최전방 지피와 지오피에서 병력을 뒤로 뺀 뒤 월남·월북 사건이 발생하면 “휴전선이 뚫렸다”며 경계 실패 논란이 일면, 정권에 부담이 되고 해당 부대 지휘관이 줄줄이 문책을 당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다.



2000년 이후 낡은 경계작전 개념을 바꾸자는 제안이 군 안팎에서 꾸준히 나왔지만, 진보 정부도 보수 정부도 손을 대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는 자세로 경계작전 개념을 바꾼다면 드문 업적으로 남을 것 같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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