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25 (금)

다시 뭉친 넥스트 "무대에 해철이 있다 생각하며 연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생전에 무대에서 노래하던 고(故)신해철.


그렇게나 큰 존재였기에 10년이 지나도 빈자리는 메워지지 않는다.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난 '마왕' 신해철 얘기다. 인기 가수이자 천재 싱어송라이터, 용감한 논객이자 청춘의 멘토였던 신해철의 10주기를 기리기 위해 밴드 넥스트(N.EX.T)가 다시 뭉쳤다. 지금도 명반으로 회자하는 넥스트 3, 4집의 주역인 기타리스트 김세황, 베이시스트 김영석, 드러머 이수용 등이다. 이들은 26~27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리는 신해철 헌정 공연 '마왕 10th: 고스트 스테이지'(드림어스컴퍼니·넥스트유나이티드 공동 주최)에 동료 가수들과 함께 오른다.

공연을 앞두고 서면 인터뷰로 만난 3인방은 "늘 해철이가 무대 중앙에 있다고 생각하며 연주했고 이번 공연도 그럴 것"(김영석)이라고 운을 뗐다. 신해철은 1988년 대학가요제(무한궤도 '그대에게')를 통해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후 아이돌 솔로 가수로 활약하다가 1991년 돌연 록밴드를 결성해 강한 개성을 내뿜었다. 특히 멤버 교체 후 이들이 함께한 1994~1997년과 2006~2007년은 '넥스트 황금기'로 불린다. 1990년대 대중음악계 쌍두마차로 '서태지와 아이들'과 함께 꼽힐 정도다. 팬들 사이에선 '넥스트 4기'로 구분한다. 신해철은 2014년 46세의 나이에 의료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한 장르에 갇히지 않았던 혁신성, 사회 문제와 삶의 철학을 담은 가사, 완벽한 사운드에 대한 추구 등 그의 정수는 음악 속에 살아 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넥스트 3인에게 각자 생각하는 명곡을 물었는데, 단 한 곡도 겹치지 않을 정도로 그 음악 세계는 넓고 깊었다. 먼저 김세황은 "해철이 형은 내가 운전하던 차 안 조수석에서 가사를 완성했고, 같이 춤추며 기쁨을 나누곤 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으로는 '디 오션(불멸에 관하여)'를 꼽았고, 관현악 연주가 섞인 웅장한 메탈 음악 '라젠카, 세이브 어스'에 관해선 "내 기타 연습곡을 기초로 만들어졌다"는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김영석은 1995년 발라드곡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에 얽힌 추억을 꺼냈다. 그는 "넥스트의 음악은 해철이 만들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고 생각했고, 작업하다 다투는 것도 싫어서 팀의 곡 작업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며 "단 하나의 예외가 이 곡"이라고 했다. 그가 작곡한 뒤 신해철이 편곡하고 작사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사랑을 이어가는 연인의 이야기 속에 당시 동성동본 금혼이라는 '악법'을 비판했다. 동성동본 금혼 제도는 1997년 위헌 결정이 나왔고, 2005년에야 민법 개정을 통해 공식 폐지됐다.

김영석은 같은 3집에 실린 곡 '디 에이지 오브 노 갓'(무신시대)도 "신해철의 작품 중 개성이 가장 뛰어나다"고 언급했다. "철학적 가사와 도입부의 독특한 랩, 후렴구 코러스 라인을 듣고 가장 좋아하는 곡이 됐다. 이 곡으로 그의 음악성을 재평가했었다"고 전했다. 이수용은 '코메리칸 블루스'에 "말 그대로 백 번 정도 녹음했다"며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고 했다. 록 밴드의 화려한 연주에 신해철의 랩, 판소리, 국악기가 버무려진 실험적 사운드, 급속한 서구화 속 혼돈을 겪는 시대상 등이 담긴 명곡이다. 신해철 솔로곡 '민물장어의 꿈'에 대해선 "그냥 신해철 그 자체"라며 "정말 좋아하지만 쉽게 듣지는 못한다"고 했다.

지금은 연예인과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는 이들이 마지막으로 무대에서 합을 맞춘 건 2015년 추모 공연이었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테리우스 같은 외모로 인기를 끌었던 김세황은 이제 한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을 돕거나 스타트업 투자 심사를 하는 비즈니스 맨이다.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의 기획사 어트랙트의 미국 지사 업무도 맡고 있다. 김영석은 베이커리 사장님으로 변신했고, 간간이 공연 세션이나 후배들 곡 작업에 참여해왔다. 이수용은 "음악 활동 없이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이 기억하는 신해철은 '선구자'다. 김영석은 "공연과 녹음 분야에서 해외 엔지니어나 장비를 누구보다 먼저 도입해 한국 대중음악 사운드의 질적인 향상을 이끌었다"며 "늘 한발 앞서간 테크니컬한 음악가였다"고 했다. 김세황은 "(넥스트뿐 아니라) 대한민국 록밴드의 상징적 리더였다"고, 이수용은 "동시대 젊은 세대의 고민과 아픔을 대변했고, 어떻게 자아를 실현하며 행복을 추구하고 살 것인지 끝없이 성찰했던 시대의 멘토였다"고 기렸다. 김영석은 "앞으로 신해철 추모 공연이 페스티벌 형태로 브랜드화되길 바란다"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신해철이란 뮤지션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주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