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의 발단은 이날 오전 11시 50분쯤 국회 방통위 피감기관 중 한 곳인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소속 직원이 갑자기 국정감사장에서 쓰러진 뒤 시작됐다. 국정감사는 잠시 정회됐고, 주변 사람들이 119를 부르며 해당 직원에게 응급 조치를 시도했다. 이를 지켜보던 방송통신위원회 김태규 위원장 직무대행(부위원장)은 “사람을 죽이네, 죽여”라고 말했다.
이후 방송문화진흥회 직원이 병원으로 이송된 후 회의가 속개되자,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이 “김 직무대행이 정회 도중 ‘숫자로 열여덟’이라는 욕설을 했다. 또 ‘다 죽이네, 죽여’라고 말했다”며 “국회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직무대행이 ‘사람을 죽이네, 죽여’라는 말을 하기 직전에 욕설을 하는 걸 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김 직무대행은 “앞부분에서 욕은 안 한 것 같다”며 “정회 중에 일어난 일인 데다, 개인적 한탄을 표현한 것이지 누구를 특정해 한 말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자 노 의원이 “내가 들은 건 뭔가. 그러니까 법꾸라지(법+미꾸라지)라는 말이 나오지 않나”라고 소리쳤고, 김 직무대행은 “오히려 그게 더 모욕적인 표현”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여당 의원들은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에게 “왜 이렇게 편파적으로 회의를 진행하느냐”고 항의하고,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여당 의원들은 왜 (김 직무대행의) 욕설을 두둔하느냐”고 외치며 고성이 오갔다.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송통신위원회 및 소관 감사대상기관 전체 종합 국정감사가 여야 의원들의 고성 속에 중지되자 퇴장하고 있다. 2024.10.24/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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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민주당 김우영 의원은 김 직무대행에게 “국감 중 직원이 쓰러진 와중에 ‘사람 죽이네’라고 하느냐, 저 자는”이라고 말했고, 이에 김 직무대행이 “저 자라니요”라고 반발했다. 이어 김우영 의원이 “인마”, “저 자식”이라며 손가락질과 고성을 이어가자 김 직무대행도 “인마? 이 자식? 지금 뭐 하자는 건가”라고 언성을 높였다.
잠시 시간이 지난 뒤 김 의원은 “김 직무대행과 언쟁하면서 심한 표현 쓴 것을 사과한다”고 했다. 김 직무대행은 야당 의원들의 사과 요구에 “사과하더라도 내가 진심으로 상황을 살펴서 하는 게 맞지, 이렇게 일방적으로 강요해서 이뤄지는 사과는 바람직한 사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후 최민희 위원장은 방송문화진흥회 직원이 119로 이송되기 직전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틀었는데, 영상에는 김 직무대행이 ‘사람을 죽이네, 죽여’라고 말하기 전에 욕설을 하는 듯한 목소리가 담겼다. 이에 김 직무대행은 “표현이 부적절했던 것 자체는 인정하고 유감”이라면서도 “개인적으로 한 말이고 누군가를 특정한 게 아니다. 그리고 우리 직원들이 굉장히 큰 고통을 호소하는 상태에서 나도 감정이 좋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과방위는 야당 주도로 김 직무대행을 국회증언감정법상 국회 모욕죄로 고발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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